이정희-조승수, 합의가능성 미묘한 어감차이

이정희, 합의 날짜와 결단 강조..조승수, 날짜 미뤄질 가능성 언급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밝힌 ‘새 진보정당 건설 연석회의’ 합의 가능성 발언에서 묘한 어감 차이가 드러나 주목된다.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양천 해누리타운에서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이정희 대표는 반드시 합의 한다는 것에 강조를 뒀다면 조승수 대표는 합의가 미뤄 질 수도 있다는 인상을 발언에서 드러냈다.


이날 결의대회는 민주노총 추진위가 노동자 정치세력화 평가와 반성 속에 10만 당원 배가사업과 1만 추진위원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이런 자리에서 한쪽은 합의 날짜가 미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고, 한쪽은 합의 날짜와 결단을 강조하고 나와 연석회의 논의의 어려움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이정희, “몇 가지 쟁점 합리적 토론으로 풀 수 있는 주제”
합의 시한 5월 26일 강조


이날 이정희 대표는 “연석회의 틀은 몇 달 안됐지만 통합 논의는 3년을 거친 것이며 이제 막바지에 와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결단의 시점에 있다는 것이며 더 늦출 수 없는 시점이다. 5월 26일을 넘기지 말자는 것에 연석회의 대표자와 구성원 모두가 동의했고 그 시간을 안 넘기도록 논의 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대표는 “논의에 남은 몇 가지 쟁점이 있지만 이 쟁점들이 넘지 못하거나 합리적 토론을 못하는 주제라고 보지 않는다”며 “대북 쟁점은 매우 복잡하고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 말하신다. 어떤 문구는 꼭 들어가야 한다와 들어가선 안 된다는 입장이 부딪힌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어떤 문구를 쓴다고 해서 북한을 대화상대로 안 본다거나 일방적인 비판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어떤 문구를 안 쓴다고 북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추종이 아니라고 당연히 생각한다”며 “그것 때문에 통합이 이뤄질 수 없다면 누가 그 상황을 받아들일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이정희 대표는 “지금은 진보정당 분열 원인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중”이라며 “우리를 갈라서게 한 이분법을 털어내기 위해 남은 며칠 간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토론할 것이다. 5월 26일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남은 며칠 동안 이분법을 뛰어넘고 최선을 다해 합의문을 만들어 내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그 합의 결과가 무엇이든 통합된 진보정당에서 모든 자유로운 토론을 열어 놓을 것이다. 어느 누구의 패배나 일방적인 승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통합진보정당은 노동자 민중이 중심인 정당이며 합의의 내용이 무엇이든 지지해 주시고 이분법에서 벗어나려는 열정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조승수, 합의문의 쟁점 중심 논의에 불만 토로
5월말 시기 늦춰질 가능성 언급, 새로움 강조


이어진 조승수 대표의 발언은 담담했다. 조승수 대표는 “저에겐 진보정당 실패의 책임자, 분당의 주역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편치 않은 시간을 보내왔다”며 “지금 새 진보정당 건설 논의가 합의문 중심으로 가는 것에 스스로도 불만”이라고 운을 뗐다.

조승수 대표는 이어 “실제 분당의 원인은 있고 그것을 잘 타협하고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많은 분들이 합의문을 5월 말까지 만들어 낼 건지 말건지, 그래서 6월에 각 정당별로 (합의문을) 승인할 지 말건지, 많은 분들이 ‘가능할거다’ ‘아니야 물 건너갔어’ 이렇게 얘기한다. 저는 이 과정 자체가 우리 운동의 수준을 반영 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승수 대표는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조직노동운동의 현실은 진보정당의 위기와 별개로 존재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같이 짚어 봐야 한다”며 “새롭게 만들 진보정당이 다시 실패 않기 위해서 무엇을 기준으로 하고, 어떤 사람을 더 모을지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합의문이 새 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기존 정파질서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더 중심이 되어 새 진보정당에 참여할 것인지 이런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보진영 정파들의 쟁점보다 새 진보정당의 외연을 어떻게 확대하고 어떤 진보정당을 만들 것 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연석회의가 대중과 약속한 몇 가지가 있다. 9월 전에 반드시 새로운 정당을 만들기 위해 5월 26일 한 번 남은 합의문의 최종 합의 절차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그러나 그 시기를 늦췄다고 ‘이제 물 건너가서 안 될 거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이 새로운 틀에 참여를 주저하는 분들이나 새로 들어와야 하는 분들이 다양하게 있다. 그런 분들을 새 진보정당에 참여시키기 위해 기존 질서를 중심으로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는 과정이 안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승수 대표는 “3차 합의문에서 합의에 이르기까지 이정희 대표께서 전격적인 양보와 타협을 제안해 주셨다. 저는 반은 넘어갔다고 생각한다”며 “이른바 쟁점이라는 대북, 2012년, 패권문제가 어떻게 정리될 지 잘 모르지만 적어도 문제가 무엇이라는 것까지 확인 됐다면 과거 그 어떤 때보다 진전된 상황이라고 본다. 이 진전된 상황을 가지고 새 진보정당이라는이름에 걸맞게 다시는 실패 않는 진보정당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정당 건설을 위한 연석회의’(연석회의)는 지난 6일 4차 대표자회의에서 3차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19일로 예정된 5차 대표자 회의가 추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취소 된 바 있다. 3차 합의문도 4월 29일 수면위로 드러났던 몇 가지 쟁점 표기 방식의 이견을 진통 끝에 합의에 이뤘다. 그러나 3차 합의문도 이미 논의 초기부터 연석회의 모든 참가 세력들이 쟁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실을 쟁점이라고 표현 하고 합의 시한을 다시 강조하는 정도의 합의문이어서 큰 기대감을 주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5차 대표자 회의가 취소 된 것은 최종 합의 시한으로 설정한 5월 말까지 각 진보정당의 다양한 내부 구성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안이 도출 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진보정당들 안팎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날 양당 대표의 발언도 연석회의의 어려움에 대한 각자의 판단을 구체적인 발언으로 드러낸 것이라 남은 일주일 동안 연석회의 합의가능성을 놓고 온갖 해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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