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진보대통합 결렬 수순 밟나?

26일 연석회의 합의 무산...이정희, 추가 연석회의 거부

지난 26-27일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연석회의’(연석회의)는 대표자회의를 열고 대통합 합의문 마련을 위한 장시간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특히 다음 대표자 회의일정을 잡는 것도 민주노동당이 거부해 민주노동당이 사실상 협상 결렬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최종 시한인 26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더 이상 진보신당의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추가 회의를 잡지 않고 바로 결렬 선언을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오전 연석회의 대표자 회의

80-90% 가까이 의견 접근, 정치적 결단만 남은 상황

노동계와 진보정당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연석회의는 26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협상을 진행하다 정회를 하고 저녁 7시 30분부터 진행해 수차례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의견 조율과 문구조정 등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3차례 정도 쟁점조정을 하고 상당 수 의견차를 좁혀갔다. 이날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상당수 쟁점의 문구조정 과정에서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어느 정도 결단만 하면 합의 될 가능성이 컸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 참석자는 “80-90% 가까이 의견이 좁혀졌고 나머지는 결단의 문제만 남았다. 그래서 조승수 대표가 한 번 더 대표자 회의를 하자고 했으나 민주노동당의 입장변화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27일 새벽 1시께부터는 상당히 구체적인 중재안들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 문제를 두고는 진보단체 쪽 한 인사가 ‘남한 자본주의와 북한 사회주의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정도의 문구로 제안해 합의에 이르기도 했지만 이정희 대표가 정회 후 속개된 회의에서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관련 쟁점도 선거연합 등의 문제를 놓고 독자적 완주를 원칙으로 하지만 ‘신자유주의 정책을 극복할 수 있는 주요 정책과제와 가치연대를 전제로 추진해야 한다’는 정도의 중재안이 나와 이정희 대표가 검토 할 수 있다는 의사를 비쳤으나 다시 번복해 뒤집혔다. 대선 관련 문구는 애초 진보신당이나 사회당의 입장과 내용은 같지만 문구화에 전향적인 어감을 담아 받아들인 것이지만 역시 민주노동당이 최종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3대 세습 문제도 ‘북한의 권력승계에 대한 비판적이 입장을 존중한다. 그러나 그것이 북한 주민이 결정할 문제임도 인정한다’는 식의 안이 나왔지만 역시 이정희 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민주노동당이 가장 쟁점이었던 ‘3대 세습’, ‘북한인권’, ‘패권주의’라는 단어 자체를 합의문에 언급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27일 새벽까지 이어진 협상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정희, “더 이상 논의는 의미가 없다”

이날 협상이 결렬될 위기에 빠지자 조승수 대표는 “5월 31일이라도 차기 회의 날짜를 잡는 것이 결과를 기대하는 많은 사람에 대한 도리"라며 최종합의를 위해 추가 일정을 제안했다. 반면 이정희 대표는 “더 이상 논의는 의미가 없다. 이는 연석회의 논의를 이어갈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당내논의가 필요하다. 더 이상은 내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노동계와 진보정당 안팎에 ‘민주노동당이 협살 결렬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자아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27일 오전에 “지금 당내에선 결렬 선언 기자회견까지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이후 협상일정이나 협상 과정이 국회의원들에게도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다. 협상 결렬 관련한 문제는 이정희 대표와 사무총장 등 극히 일부만 공유하고 있다”며 “결렬 수순 소식이 의원단에게 전해지면서 의원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우위영 대변인은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민주노동당은 협상을 26일까지만 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정희 대표의 발언은 당의 결정대로 적절한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일각에서 사실상 결렬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두고는 ‘마타도어’라며 “아직 당은 26일 이후에 어떻게 할지는 결정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우 대변인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최종합의문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통합과 연대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진정성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며 진보정치대통합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끝까지 경주해 나갈 것이다. 국민여러분께 희망을 안겨드릴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아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27일 오전 논평을 통해 “지금까지 대표자들 간의 논의의 진전은 상당한 성과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이후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며 “최종합의를 위한 추가 일정을 제안이 결정되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다시 대표자 회의 추진, 3당 방문 예정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공식적 입장과 달리 27일 오전 민주노동당 안팎이나 민주노총에선 결렬 수순을 감지한 통합파들의 발 빠른 움직임이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진보정치대통합추진위원장 강기갑 의원은 이날 오전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은 진보정치가 힘을 합해 대통합과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예정된 시간에 최종합의문이 나오진 않았지만 진보대통합을 향한 우리의 노력은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민주노총도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산별대표자 회의 결과를 알렸다. 민주노총은 “연석회의 대표자들이 장시간에 걸친 토론으로 상당부분 의견접근이 이루어졌으나 최종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에 강한 유감 표명 △5월말까지 노동자들의 열망에 부응하는 합의안을 도출 촉구 △민주노총 중앙 차원의 임원 및 산별대표자들 진보3당 방문 등의 다각도의 노력을 다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의 결렬 수순 의구심에 대한 강한 쐐기를 박는 결정을 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30일-31일에 연석회의 대표자회의 일정을 다시 잡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산별 대표자들의 분위기는 마지막까지 협상을 하자는 것”이라며 “원래 연석회의가 끝나고 특별한 입장을 낼 생각이 없었다가 보도자료에 ‘협상을 완전히 깨자는 것 아니냐?’는 강한 유감을 포함했다. 개인생각으로는 협상 여지는 계속 있다”고 밝혔다.

정용건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산별대표자 회의 이후 <참세상>과 통화에서 “산별대표자들은 협상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며 “협상과정에서 큰 쟁점이었던 ‘3대세습 반대’ 문구를 ‘권력세습 비판’ 정도로 진보신당이 양보했다. 민주노동당이 권력세습을 비판한다는 문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용건 위원장은 “이제 민주노동당의 결단만 남았다”며 “어젯밤(26일밤) 민주노동당 주류가 결렬 수순의 결단을 내린 것 같은데 이 상태서 결렬 선언을 하면 민주노동당이 유탄을 맞을 것이다. 권력세습 ‘반대’도 아니고 ‘비판’ 정도의 문구다. 이는 진보신당이 많이 양보한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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