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조남호 청문회, 여야 ‘국정감사’ 요구 높아

해고자 가족들, ‘대국민 호소’부터 ‘청문회’까지 실망, 또 실망

지난 18일, 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청문회의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다. 고개 숙인 조 회장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의 연발은 사태의 의구심을 더욱 악화시켰으며, ‘정리해고 철회 없다’는 확고함은 여론을 실망감으로 몰아넣었다.

때문에 청문회가 끝난 뒤, 여야당은 일제히 이번 청문회를 ‘실망스러웠다’고 평했다. 청문회만으로는 한진중공업 사태를 일단락 지을 수 없다는 판단에 국정감사를 개최하겠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해고자 가족들, ‘대국민 호소’부터 ‘청문회’까지 실망, 또 실망

누구보다 이번 청문회를 주의 깊게 지켜본 이들은 다름 아닌 해고자들과 가족들이다. 이들은 납득이 가지 않았던 사측의 정리해고 사태가, 이번 공청회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긴 시간 공청회를 방청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공청회 결과는 ‘실망스러움’ 뿐이었다. 생후 14개월 된 아이를 업고 해고자 가족 20명과 부산에서부터 공청회장을 찾은 도경정 한진중공업 해고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 역시 실망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도경정 대표는 “참 어렵게 만난 조남호 회장님이었지만, 아무런 입장 변화도 없고, 똑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하며 청문회 하루만 넘겨보려는 성의 없는 태도를 보여 굉장히 실망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누구보다 고통을 겪고 있는 해고자와 가족들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었던 것 또한 원망스러웠다. 도경정 대표는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회의원님들한테, 국민여러분들한테는 죄송하다며 여러 번 고개를 숙였지만, 해고 당사자나 저희 가족들에 대한 언급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아 굉장히 섭섭했다”고 밝혔다.

현재 회사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도경정 대표는 사측으로부터 7월 31일까지 퇴거를 요청하는 2차 퇴거 통보를 받은 상태다. 남편의 해고 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그는 사원 복지아파트에서 쫓겨나면 달리 갈 곳이 없다. 이는 다른 해고자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조 회장은 청문회에서 정리해고 철회는 불가하다며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다만 대국민 호소문에서 밝힌 ‘3년 이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뤄 해고자를 다시 고용하겠다’는 제안을, ‘복직 일정을 단축해 보겠다’는 말로 대체했다. 하지만 해고자와 가족들은 그 제안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경정 대표는 “2007년에 정리해고는 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했음에도 현재 정리해고를 하고 있다”며 “사인을 합 합의서도 약속을 어기는데 그냥 구두로 3년 내에 복직을 시키겠다는 말을 믿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여야당, “청문회는 부족해...국정감사 진행해야”

어려움 끝에 개최된 공청회에서 조남호 회장이 여전히 정리해고 불가만을 강변하자, 여야당은 한 목소리로 ‘실패한 청문회’라며 이후 국정감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은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청문위원들은 사측이 이 사태에 조금 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94명의 복직과 관련한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주길 바랬지만 결국 그 대답을 얻는데 실패했다”고 평했다.

또한 장 의원은 “계속적으로 조남호 회장에게 경영상태가 대량해고를 할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 노사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통 큰 모습을 보여달라는 호소까지 드렸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때문에 한진중공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국정감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 의원은 “국회에서는 8월 말까지 노사가 합리적으로 평화적 해결이 안 된다면,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 때 한진중공업 사태를 가장 중심에 두고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감사하겠다고 밝힌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국정감사 실시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 위원은 BBS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어제 국정조사로 가야하는 몇 가지 문제와 이유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역외탈세 의혹에 대해 회사가 전혀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고, 한진중공업 지분은 조남호 회장이 0.2%였는데 3%, 13%, 36%로 늘리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무리한 일들이 있었다”며 “또한 자신의 처남 회사인 선한 로지스틱스에 여러 가지 물류, 운송을 몰아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정 위원은 “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강제성이 부족한 청문회보다는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한 국정조사를 위해 국세청, 금감원,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 관련 부서에 대한 자료 검증과 함께 한진에 대한 탈세의혹, 비리, 범법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이달 말까지 부당한 정리해고 94명에 대한 철회가 일어나기 않을 경우 여야가 합심해서 국정조사 발동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

청문회 , 한진중공업 , 정리해고 , 조남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