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살겠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고 이소선 어머니 추모의 밤 열려


지난 5일 고(故) 이소선 어머니의 발자취 따라 걷기 행사에 이어 6일 저녁 7시엔 ‘추모의 밤’행사가 열렸다. 이날 아침 어머니 영정은 ‘희망버스’와 함께 부산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으로 향했다. 전국 곳곳에서 ‘추모의 밤’이 열린 가운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도 3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떠나간 어머니를 추모했다.

  추모시 낭송중인 백무산 시인

배은심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는 “87년 아들을 망월동에 묻고 돌아섰을 때 어머니를 만나 생사고락을 함께 하며 독재 앞에서 싸웠다”고 어머니를 그리며 “어머니는 언제나 강했다. 우리 주저하지 말고 하면 된다. 두 손 불끈지고 싸우자”고 어머니의 뜻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전했다.

  제주강정마을에서 온 문정현 신부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올라온 문정현 신부는 “늘 어머니는 제게 큰 용기를 주셨다. 얼마전 용산참사가 일어났을때도 유족들을 위로하며 ‘이제 우리 함께하자’고 다독여주셨다. 고맙습니다”라며 짧은 애도의 뜻을 전하자, 참석자들은 강정마을에서 벌어지는 해군기지 건설반대 싸움승리의 바람을 전했다.

85크레인에서 농성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의 추도사도 이어졌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추도사를 통해 "노동자는 단결해야한다고 늘 강조하셨던 말씀은 어머니 삶에서 나오는 평생의 철학이었고 지혜였지만, 아직도 그 말씀대로 살지 못해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내려가서 뵙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고, 병원에 계실 때만이라도 찾아뵙고자 했던 다짐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기다리시게 한 시간들이 너무 길어, 왜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질 못하고 그렇게 가셨나 하는 원망도 할 수 없다"고 애통해 했다.


한편 7일 장례식은 오전 8시에 고(故) 이소선 어머니 발인제를 시작으로 오전 10시 대학로에서 영결식을 진행하고, 오후 2시 전태일다리에서 노제를 마친 후, 오후 5시 마석모란공원에서 하관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85호크레인에서 보내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추도사

결국 이렇게 오셨습니까. 희망버스 타고가서 해고된 한진노동자들 보고싶으시단 말씀이 결국 유언이 되고 말았습니까.

어머니, 쓰러지시기전 두 번이나 전화를 하셔서 오시겠다는 걸 곧 내려가서 뵙겠다고 못오시게 했던게 이렇게 후회가 될 줄 몰랐습니다. 억울한 노동자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시던 어머니. 마지막 가시는 길마저 싸우는 노동자들을 보시기 위해 이 먼곳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어머니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20세기말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숨져갔던 열사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여의도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하실 때, 그 추운 겨울 천막안에서 어머니, 아버지들이 라면을 끓이고 계시더군요. 라면보다 더 많은 약을 드시면서 매일 뜯겨나가는 천막을 붙잡고 422일을 싸우셔서 만들어낸 법안에 의해 제가 마침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을 받고 부당해고와 복직결정까지 갔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감사드린다는 제 인사에 어머니께서는 ‘니들이 꼭 열심히 싸우면 니들 후손들이 혜택을 보고 살겄지’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의 것은 다 내주고 이 땅 노동자들을 위해 평생을 사셨던 분, 어머니는 그런분이셨습니다. 노동자는 단결해야한다고 늘 강조하셨던 말씀은 어머니 삶에서 나오는 평생의 철학이었고 지혜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 말씀대로 살지 못해 죄송하고 송구스런 말씀뿐입니다. 내려가서 뵙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고, 병원에 계실 때만이라도 찾아뵙고자 했던 다짐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기다리시게 한 시간들이 너무 길어, 왜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질 못하고 그렇게 가셨나 하는 원망도 할 수 없습니다.

전국의 열사들 장례식을 도맡아 치렀던 박성호 동지도 어머니를 가시는 길 제 손으로 보내드리지 못하는 것을 너무 애통해 하고 있습니다. 박영재, 정홍영, 오늘로 단식23일째 신동순 동지, 그리고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의 뜻을 가슴에 품고사는 우리 조합원들 다 같은 마음입니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그리고 비록 다른 노동자들까지 모두 같은 자식으로 품고 사셨던 어머니, 이제는 하늘 나라에서마저 수많은 자식들을 품고 사실 어머니. 먼저 간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사신 어머니에게 살아있는 자식들이 얹혀 살았던 세월이 너무 길었습니다. 이제, 편안히 가세요. 배가고프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아드님 만나고서 이승의 고통이랑 다 내려 놓으시고 못다한 얘기, 못다나눈 정 맘껏 나누세요.

어머니로 인해 스스로 노동자임을 자각하고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지키지도 달라지지도 않는다는 걸 깨달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어머니를 기억할 것입니다. 어머니,생전에 그러셧듯 먼 길 마다않고 와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제대로 살 수 있도록 손도 못 잡아보고 승리의 소식도 전하지 못한채 이렇게 애통하게 어머니를 보내드리지만 정리해고 없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열심히 살겠습니다. 안녕히가세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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