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깔맞춤과 인맥의 정치공학

[취재후기] 사진으로 보는 개나리-진달래 야권연대의 한 단면

‘통일의 꽃’ 임수경이 환하게 웃었다.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방북해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한 그녀는 이제 민주통합당 비례 21번 임수경 후보다.

  지난 3월 29일 민주-통합진보당 합동유세. 유세가 끝나고 임수경(오른쪽) 민주당 비례 21번 후보가 웃으면서 유세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그녀는 노란색 유세복을 입고 민주-통합진보당 합동 유세차량 아래서 보라색 유세복을 입은 통합진보당의 학교 선후배들과 반가운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지난 3월 29일 4.11총선 선거운동이 시작하던 첫날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개나리-진달래 야권연대 합동 유세장의 한 풍경이다.

임 후보가 반갑게 악수를 나눈 보라색 유세복의 후보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3번 김재연 후보였다. 임수경 후보는 한국외국어대학교(외대) 86학번이고, 김재연 후보는 외대 99학번이다. 임수경 후보는 김재연 후보에게 “학교(외대)에서 강의를 맡았을 때 김재연 후보가 총학생회장이었다. 그때 본 적이 있다”는 반가움이 담긴 인사말을 던졌다. 김재연 후보는 2002년에 외대 총학생회장이었다.


이어 임수경 후보가 만난 사람은 외대 두 학번 선배인 통합진보당 우위영 대변인이었다. 우위영 대변인도 보라색 유세복을 입고 있었다. 우 대변인과 악수를 나누는 임수경 후보의 얼굴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보다 더 반가움이 묻어나왔다. 둘은 학교 다닐 때 함께 학생운동을 했다.

이날 합동 유세장에 나오진 않았지만 통합진보당 비례 일반명부 투표에서 압도적 1위로 비례 2번이 된 이석기 후보도 외대 82학번이었다. 임수경 후보는 “석기 형은 82학번 한참 선배라 만난 지가 오래됐다”고 말했다.


“과거 학생운동 동지들을 서로 다른 당에 속해 야권연대 현장에서 만나게 되니 감흥이 남다를 것 같다”는 질문에 임수경 후보는 “그냥 그렇게 만나서 재밌었다. 야권연대에 대한 특별한 감흥은 없다. 우리는 늘 다르지 않았다”며 “우위영 선배는 민노당 시절부터 12년째 같은 길을 가고 있다. 10년 이상 버텨온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그 과정을 잘 알고 굉장히 지지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6.15선언과 10.4 선언 차원에서 통일문제를 주도적이며, 실질적으로 하기위해 민주당으로 갔지만 통합진보당과 제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전엔 운동을 했지만 이젠 정책으로 가야 하니 (방법론적으로) 각각의 길이 다른 거겠죠”라고 덧붙였다.

임수경 후보는 성남중원에서 후보직을 사퇴한 윤원석 후보가 외대 총학생회장이던 89년도에 북한을 방문했다. 윤 전 후보도 외대 86학번으로 임수경 후보와는 동기였다. 통일의 꽃 임수경을 전대협에 추천한 사람이 총학생회장이던 윤원석 전 후보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전대협 의장은 민주당 사무총장을 맡았다가 보좌관의 저축은행비리 연루 문제로 책임지고 후보직을 사퇴한 임종석 전 의원이다. 임수경 후보의 비례 후보 추천은 임종석 전 의원이 강하게 밀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임수경 후보는 관악을에 출마한 이상규 후보와도 반가운 악수를 나눴다. 임수경 후보와 이상규 후보는 한명숙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 했을 때 처음 봤다고 한다. 임 후보는 “한번 천호선 선배나 이상규 선배가 출마한 지역에 찾아가 응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수경 후보와 외대 학생운동의 인연이 만나는 야권연대 합동유세장 다른 한편의 풍경엔 민주노총의 두 전 위원장의 만남도 있었다.

민주-통합진보당 지도부와 함께 유세차량 단상에 오른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얼굴에 웃음기가 없었다. 이석행 전 위원장도 노란색 유세복을 입고 있었다. 이석행 전 위원장 오른쪽 바로 옆엔 보라색 유세복을 입은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인 조준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섰다. 조준호 위원장은 얼굴에 가득한 웃음으로 시종일관 박수를 쳤다.

두 사람은 모두 민주노총 내 정파 중 하나인 전국회의가 배출한 위원장이었다. 전국회의는 구 민주노동당의 계파들인 경기동부연합, 울산연합, 광주전남연합 성향의 노동자들이 연합해 정파를 구성하고 있으며 사실상 수년 째 민주노총 지도부를 구성하는 정파라고 볼 수 있다.


이날 이석행 위원장은 합동유세 중반에 유세 차량 단상에서 내려갔다. 이석행 전 위원장은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구 민주노동당에 대한 열렬한 신봉자로 100만 민중경선 등을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1,000명의 조합원과 함께 민주당에 화려하게 입당했다. 이석행 전 위원장은 민주당 비례 상위 순번에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비례 공천을 받지 못했다. 비례후보에서 탈락한 이 전 위원장은 민주당 노동부분 특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조준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 임기가 끝나고, 2008년 화성에서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의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경험이 있다. 조준호 대표는 이번 4.11 선거에 피선거권이 없어 비례대표나 지역구 후보에 출마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수 차례 파업을 주도 했다는 이유로 2008년 출마이후 받은 재판에서 유죄를 받았기 때문이다. 조준호 전 위원장은 통합진보당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이다. 이날 이남순 전 한국노총 위원장은 유세차량 맨 왼쪽에 섰다.

합동유세 차량 단상아래에선 노란색의 남인순(남윤인순) 민주당 비례 9번 후보와 보라색의 김제남 통합진보당 비례 5번 후보도 역시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남인순 후보는 오랫동안 여성운동을 하고, 김제남 후보는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하며 시민운동을 이끌어왔다. 한 사람은 여성단체 연합의 상임대표로, 한 사람은 녹색연합의 사무처장으로 이명박 정권 내내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등에서 항상 얼굴마담을 해왔다.

이날 합동유세장에서 뜨겁게 만난 노란색 개나리와 보라색 진달래의 깔맞춤(색깔맞춤) 야권연대는 80년대부터 이어온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운동이 함께 투쟁하다 생긴 인연이 서로 다른 색의 반MB 연합군으로 만난 셈이다. 노랑과 보라의 작은 인맥들이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어떤 흐름으로 나올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야권연대 합동유세장은 아니지만 깔맞춤 야권연대는 국회 기자회견장에서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랫동안 진보의 슈퍼스타였던 노회찬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각각 노원구와 경기도 고양시 야권연대의 힘을 표로 잇기 위해 손을 맞잡고 섰다.


깔맞춤 야권연대는 특별한 인연이나 슈퍼스타급이 아닌 의정부을에 출마한 홍희덕 의원에게선 절실함으로 묻어나기도 했다. 홍희덕 의원의 유세복은 진달래색이 아니라 개나리색에 가깝다. 대한민국 청소노동자 출신 국회의원 1호. 그의 첫 지역구 당선을 많은 노동자들이 바라지만 그가 입은 유세복은 당선돼야 잊혀 지지 않는 진보정치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한 가지 더. 성희롱 발언의 대명사가 된 무소속 강용석 후보의 유세복 색깔은 최근 그의 행보 처럼 확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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