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이어 영광도 원전사고...이번에도 쉬쉬

현장에 군수까지 있었지만 사고 발표 안해

지난 달 고리 원전 1호기의 블랙아웃 사태에 이어 영광 원전 2호기의 비상전력장치에서도 고장이 발생했으나 한국 수력 원자력(한수원)과 지자체가 이를 감춰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 달 고리 원전 1호기의 블랙아웃 사태에 전국 모든 원전에 대해 지난달 21일부터 29일까지 특별 안전점검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28일에 영광 2호 원전에서 비상전력장치가 고장을 일으켜 5시간 가량 전력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영광 2호기 비상전력공급장치를 시험하기 위해 수동 작동 시키자 엔진냉각수의 저압력 경보가 작동되면서 전원 공급이 중단됐다. 그러나 지자체와 한수원은 이를 16일 동안이나 발표하지 않은 채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발생 당시 영광 2호기에는 영광군수도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영광신문’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얻은 제보에 의해 밝혀졌다. 이는 한 시의원이 우연히 들은 제보에 의해 밝혀졌던 고리 1호기 사태와 비슷한 경로다. 정부의 공식적 발표 없이 민간이 스스로 문제를 밝혀낸 과정은 정부의 은폐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다.

영광군과 한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비상전력장치가 정지되고 72시간 안에 재가동 되면 괜찮다는 매뉴얼의 범위 안에 드는 사고였기 때문에 발표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영광 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김용국 집행위원장은 “한수원이 안전신화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김용국 집행위원장은 16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수원이 안전신화에 매몰돼 사회적 검증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보를 공개하고 사회적 검증을 통하는 길이 안전을 담보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고장뿐 아니라 다른 원전들에서도 잦은 고장이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공개적인 검증과정을 통해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87년부터 가동된 영광 2호기의 비상전력공급장치는 25년 동안 1천회 이상의 안전점검을 했다. 구조적 문제라면 그동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리 없다”며 또 다른 은폐의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로 원전의 비상전력장치는 월 1회의 점검을 가져야 한다. 영광 2호기와 고리 3,4,5호기가 같은 기종의 전력장치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이 장치는 가동 이후 1천회 이상의 점검을 받은 셈이 된다.

그는 이어 “한수원과 영광군은 사고는 매뉴얼 규정 내의 사고였기 때문에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 원전 주변에 사는 영광주민들의 불안함이 증대되고 있어 반드시 신뢰를 쌓는 소통과정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소 원전은 자체 생산 전력으로 가동되지만 외부전기가 차단되면 비상전력장치를 통해 전력을 공급한다. 후쿠시마 사태의 경우 외부전기가 차단 된 채 이 비상전력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비상전력장치가 고장나 작동하지 않으면 달궈진 원자로를 식혀주는 냉각장치를 가동시키지 못해 고열로 인한 원전의 노심용해가 일어날 수 있다.


태그

영광원전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성지훈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