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 금리 조작...“뱅스터들의 국제 금융 사기극”

40여개 초대형은행 조사...무너지는 금융자본주의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의 리보, 유리보 금리 조작사태 후 뉴욕 연방준비은행 방치 의혹과 함께 피해자들의 고소가 제기되는 등 국제 금리 조작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를 두고 현지 외신들은 국제 강도은행단(뱅스터)들의 거대한 사기극이자 금융자본주의의 핵심적인 모순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런던의 한 바클레이즈은행 앞에서 시위자들이 시위하고 있다. [출처: http://monetarilyspeaking.com]

<로이터> 10일자에 따르면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뉴욕연준)이 2007년 8월초 리보금리 산정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이를 방치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로이터는 뉴욕연준이 성명을 통해 “2007년 말 금융위기 발발 이후 시장 모니터링 중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몇 개월간 수 천 건의 전화와 이메일이 도착했으며 여기에는 때때로 바클레이즈의 리보 금리 산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미확인 통지도 있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뉴욕연준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무너진 2008년 봄 무렵, (바클레이즈에 대한) 첫번째 언론 보도 직전 바클레이스에 리보 금리가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대해 추가적인 조회를 요구한 적이 있다”며 “분석 결과와 제도 개선안을 영국 관계당국과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리보 금리조작 방치한 영미 당국.. 일부 개인이 아닌 구조적 문제

그러나 로이터는 뉴욕연준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지 아니면 경제위기 하에 우선 은행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이 문제를 방치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았다. 뉴욕연준은 리보금리 조작 당시 이를 인지했고 대응책을 추진했다고 밝혔지만 리보금리 조작은 멈추지 않고 계속돼 이같은 논란을 낳고 있다.

이 같은 뉴욕연준의 사실상의 묵인은 리보금리 조작 문제를 최근 사퇴한 바클레이즈의 일부 책임자들의 문제가 아닌 영국당국 뿐만 아니라 미국 금융당국까지 연계된 국제금융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로 확대시킨다. 이미 영국의 영란은행과 재무성은 바클레이즈 리보금리 조작 직후 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리보금리 조작에 따른 피해자들의 고소도 벌어지기 시작해 금리 조작에 따른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가 대세다. 미국에서는 피해 투자자들이 “금융자산이 손실되었다”는 이유로 리보금리조작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은행들을 고소하고 나섰다. 독일에서도 채권투자사인 메츨러가 리보금리 조작과 관련해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도이치방크 등 모두 15개 금융기관들을 같은 이유로 8일 고소했다.

영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바클레이즈는 리보와 유리보(유럽 은행 간 금리) 금리를 실제보다 높거나 낮게 보고했으며, 이로 인하여 2005년부터 리보 및 유리보 금리 관련 파생상품 거래로 이익을 올렸고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리보 금리를 실제 보다 낮게 보고하며 위험을 축소해 문제를 낳았다.

또한 리보금리는 18개 은행의 이자율 거래내용에 의해 산출되기 때문에 은행들의 공조 없이는 조작이 어려워 타 은행들도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 조사관청은 40여 개의 투자은행을 대상으로 조사 중이다. 여기에는 미국 시티은행과 JP모건 체이스, Credit Suisse, UBS, 도이치방크와 아시아계 은행도 포함됐다. UBS는 이미 내부 고발 절차를 가동했다. 리보 금리 조작 사실이 밝혀지자 일본 당국도 일본의 티보(도쿄 은행간 금리) 금리 조작에 대해 조사 중이다.

550조 달러 금융상품의 기초인 리보금리 조작, 그러나 대책은 미흡

리보금리는 영국 은행들간의 자금 대출에 대한 기준 이자율이며 국제금융 대출의 20%, 외환거래의 30%가 리보금리에 기초해 거래되고 550조 달러에 이르는 대부, 증권과 파생상품 시장에 사용된다.

리보금리가 조작이 되면 주택담보대출, 학자금 대출 금리, 각종 채권 금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피해는 매우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파장력을 가질 수 있는 리보조작 사건은 현 금융자본주의 바로미터를 흔들어 놓았지만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은 미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애초 영국정부는 사법적 조사가 아닌 단지 의회 조사만을 채택했으며 뒤늦게 지난 6일 리보조작사건에 대해 형법을 적용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실제로 고발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9일 유럽연합도 대응 계획을 밝혔지만 사건의 심각성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미셸 바루니에 유럽연합 집행위원은 9일 <파이낸셜 타임즈>에 리보와 유리보 등 지표금리 조작은 전 시스템에 대해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유럽정부들과 유럽의회에서 논의돼야 하며 적어도 1년이 필요하다.

영국 언론인인 마크 스틸(Mark Steel)은 이미 3일 <인디펜던트>에 “문제는 은행가들이 탐욕에 젖어있는 것뿐만 아니라 은행시스템 자체가 탐욕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전면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독일 좌파언론 <융예벨트>는 7일 영국정부는 리보금리 조작사건으로 이익을 취했고 위기에도 불구하고 영국은행과 경제가 안정적으로 보이게 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사건의 책임자들을 “뱅스터(뱅커와 갱스터의 합성어)”라고 부르고 이번 사건은 단지 표면에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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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운동

    한두번도 아니고 수년동안 자행되었다는 점에 놀랍습니다. 런던 20여개의 은행들의 은행간 차입금리에서 상위, 하위 4개씩 제외하고 나머지 평균들을 가지고 계산하기에 리보금리가 조작되었다는 건 다른 모든 은행들이 관여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바클레이즈만의 문제가 아닌거죠. 독일, 일본, 스위스로 조사범위가 확대된다건 이들 내부동요가 매우 크다는 걸 방증합니다. '뱅스터'라는 신조어가 딱 어울리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