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옥죄기에 막가는 고용노동부

[낮은목소리](9) 노예노동 본질 드러내고 있는 고용허가제

오는 8월 17일이면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8년이 된다.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 송출비용을 줄였고, 노동자로서 인정하여 노동기본권도 보장하는 좋은 제도라고 국제적으로 선전에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작년에는 UN에서 ‘공공행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고용허가제가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아 왔다. 단기적으로 이주노동자를 노예처럼 부리다 내치는 착취체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심지어 정부는 최근 이주노동자들을 더욱 옭죄는 조치들을 발표했다.

사업장을 옮기지 마라

고용허가제법에는 이주노동자가 예외적인 경우에 사업장을 옮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휴업, 폐업이나 임금체불, 폭행, 성희롱, 최저임금위반 등 노동관계법 위반 시 옮길 수 있다. 사업주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기간이 끝나도 옮길 수 있다. 4년 10개월 동안 총 5회를 이동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휴폐업이나 계약해지 계약종료 이외에 사업장 내의 법위반이나 부당한 대우로 이주노동자가 업체를 옮기려면 극히 어렵다. 사업주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법위반 사실을 노동자가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혼자 증명하기도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린다. 고용센터에 찾아가면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린다. 고용센터 직원들은 대개 사업주에 전화해서 확인하고는 이주노동자를 사업장으로 돌려보낸다.

  7월 15일 이주노조에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이주노동자 권리 교육을 하고 있다.

단체나 노조 활동가가 찾아가서 항의하고 따져야 겨우 조사하는 시늉을 할 뿐이다. 심지어 뭔가 부당한 것을 문제제기하면 회사에서 이주노동자를 쫓아내버리는데, 이주노동자가 고용센터에 가면 다시 회사로 돌려보내고 회사는 다시 내쫓고 하는 것을 반복하다가 이주노동자가 단체나 노조로 상담을 오기도 한다. 그런 경우에 상황을 확인해보면 회사에서 보통 ‘사업장 무단이탈’ 신고를 해서 미등록 체류자로 만들어버린 경우도 다반사이다.

결국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을 되도록 하지 말라는 제도다. 여기에서 강제노동이 발생한다. 더욱이 2009년까지는 1년 단위 계약이어서 1년 끝나면 그나마 옮길 수 있었는데 지금은 3년까지 계약을 할 수 있어서 대부분의 사업주들이 3년 계약을 해서 이주노동자에게 족쇄를 채운다. 이 역시 사업주들의 요구가 반영된 조치였다.

한편, 고용허가제 기간이 끝나는 노동자들이 2010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해서 2011년에 3만 여명 이상, 2012년에 6만 여명 이상이 체류기간이 끝나게 되었다. 그 가운데 약 30% 정도는 출국하지 않고 남았다. 그러니 미등록 체류자 숫자가 대폭 늘어났다. 이는 고용허가제 시작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단속으로 쫓아낼 수 없으니, 정부는 고용허가제 만료자들이 ‘사업장 변경을 하지 않았을 경우’ 3개월 출국했다가 다시 예전 사업장으로 돌아와서 일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해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것 역시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을 변경하지 마라는 강력한 신호다. 사업장을 바꾸지 않으면 최장 9년 8개월을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장 선택권도 박탈한다

지금까지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옮기게 되었을 때, 고용센터에서는 구인업체 명단을 이주노동자에게 준다. 3일 기한이며, 일하고자 하는 지역의 구인업체 명단이 몇 개 나와 있는 출력물이다. 이 명단을 보고 이주노동자는 3일 이내에 전화를 하거나 찾아가서 근로조건을 협의하고 업체와 이주노동자가 동의하면 계약을 체결하고 고용센터에 근로개시를 신고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이 명단이 브로커들에게 들어가서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을 부추긴다는 말도 안되는 희한한 논리를 대며 명단 제공을 8월 1일부터 중단하겠다고 한다. 이주노동자는 이제 앉아서 회사의 전화만 기다리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전화가 만약 오지 않으면? 3개월 지나면 미등록 체류자가 되거나 출국해야 한다. 전화가 왔고 면접을 했는데 회사가 맘에 들지 않아서 채용을 거부하면? 알선이 2주간 중단된다. 6번 거부하면 3개월이 다 지나간다. 그러니 이주노동자들과 전국의 이주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중소자본가들에 대한 선물

결국 이러한 흐름은 이주노동자를 사업주에게 더욱 더 종속시키는 방향이다. 사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자본가들은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항상 이주노동자를 더 싼값에 더 편하게 착취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장을 지속해 왔다. 몇 년 전에는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이 너무 높다며 내국인과 차별적인 최저임금을 적용하거나, 최저임금에 식대, 기숙사비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는 일부 반영되어 현재 식대나 기숙사비를 이주노동자들이 내는 업체도 많아졌다.

또한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들이 업체를 변경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왔다.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노동강도가 강하고 기숙사가 부실하고 관리자가 욕설과 인격무시를 상습적으로 하면 이주노동자는 당연히 더 나은 곳으로 옮기고 싶어 한다.

그런데 사업주들은 나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는커녕 책임을 이주노동자에게 돌리면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옮기려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식으로 몰아간다. “친구때매 바람이 들어서 옮기려고만 한다”는 둥, “회사 옮기려고 일부러 일을 잘 안하고 꾀만 부린다”는 둥, “외국인등록증 받더니 그때부터 태도가 싹 달라졌다”는 둥 하면서, 회사는 문제가 없는데 이주노동자가 문제라는 비난만 일삼는다.

그러나 열에 아홉은 사업주나 업체에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잔업수당 계산이 잘못된 것을 따졌다는 이유로 뺨맞고 쫓겨난 이주노동자, 기숙사에 물 안나온다고 문제제기 했다가 욕만 얻어먹고 쫓겨난 이주노동자, 작업장이 냄새나고 일이 너무 힘들어 아파서 병원에 다니려 하자 사업주가 꾀병이라고 강제로 일을 시킨 이주노동자 등 상식적으로 이해 안되는 일이 너무 많다. 정부와 중소자본가들은 이주노동자를 머슴이나 노예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노동력이 가장 왕성한 20세~39세 사이의 노동자를 4년 10개월(혹은 9년 8개월)간 단물 쪽쪽 빨아먹듯이 착취하고 내다버리고 새 노동력을 들이는 방식의 단기순환 노동착취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이번 방침은 중소자본, 그리고 이들 위에서 작동하는 한국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선물에 다름 아니다.

고용허가제를 철폐하는 계기로


이런 고용노동부는 필요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주노동자 노예노동 강요하는 외국인력정책과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크다. 막가는 고용노동부를 규탄하기 위해 7월 18일 전국에서 이주관련 단체들, 이주노동자들이 과천고용노동부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분노는 너무나 높았다. 이주 단체들이 전국적으로 이렇게 결집한 적도 드물다. 이 투쟁의 흐름을 더욱 크게 만들어야 한다. 차제에 고용허가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 개선의 흐름을 만드는 것까지 나아가야 한다.

7월 23일부터 고용노동부 앞 농성, 7월 25일 이주노동자 당사자 기자회견, 각 지역 노동청 앞 항의 행동, 고용허가제 8년에 즈음한 8월 19일 집회 등 여러 가지 투쟁계획을 결의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주운동 진영 뿐 아니라 노동운동 진영에서 더 폭넓게 참여하여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을 쟁취하는 운동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이 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