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혈전 MBC...최승호 PD이어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방문진 이사장 문방위 출석도 안 해...“방문진 이사진 연임 장담”

MBC의 보복성 인사 논란이 잦아들 줄 모른다. MBC는 지난 25일, 자사의 대표적인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의 작가 전원을 해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사자는 몰라도 외부에서는 아는 ‘부당해고’

‘PD수첩’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배연규 팀장은 “‘PD수첩’ 작가들의 아이템 선별능력과 소구력에 문제가 있다”면서 ‘PD수첩’작가들의 해고 사유를 밝혔다.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은 작가들의 해고사유로 “분위기 쇄신”을 언급했다.

그러나 노조와 ‘PD수첩’제작 현장의 일선 PD들은 배 팀장의 이 같은 발언이 “‘PD수첩’을 한 번도 제작해 본 적이 없는 자가 ‘PD수첩’의 팀장을 맡은 데서 오는 부작용”이라며 배 팀장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실제로 ‘PD수첩’의 아이템 선정의 최종책임은 담당 PD들과 팀장의 몫이며 작가들은 아이템 선정과정을 주도하지 않는다. 김 국장의 발언 역시 “일선 기자와 PD가 현장에서 행하는 취재제작 행위와 그에 따른 판단은 존중하겠다”는 김 국장의 약속을 언급하며 “궤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PD수첩’작가들과 ‘MBC 구성작가 협의회’는 26일 오전, 여의도에 위치한 방송작가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는 PD수첩 작가에 대한 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는 비판적 아이템 통제, 피디 대량 징계에 이은 ‘PD수첩 무력화’의 결정판”이라고 MBC의 이번 해고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작가들은 “프리랜서 신분의 작가들은 팀 개편에 따른 이동이나 작가 교체에 대해 불가피한 일로 감수해왔다. 그럴 경우에도 팀장이나 담당 피디가 제작 파트너이자 동료에 대한 예의로 해당 작가에게 최소한 한두 달 전에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 작가 교체는 당사자들이 전혀 모르는 사이에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번 해고 소식은 파업기간 중 채용된 ‘시용PD’가 외부에서 작가를 찾고있다는 소식이 타 사의 자가를 통해 전해지면서 불거졌다. 그 전까지는 ‘PD수첩’의 일선 제작 PD들은 물론, 당사자인 작가들조차 해고에 대해 전해 듣지 못했다.

“김재철 입맛에 맞는 글만 쓰라는 것인가”

PD 수첩의 작가들은 짧게는 4년, 길게는 12년간 ‘PD수첩’제작에 참여해왔다. 이들은 그동안 ‘검사와 스폰서’, ‘김종익 민간인 사찰’,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등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꼭지의 제작에 참여했다.

‘PD수첩’작가들은 “4대강, 한미 FTA, 한진중공업 문제 등의 아이템들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피디와 작가에 대해 국장과 팀장은 ‘시기적으로 예민하다’, ‘시청률이 안 나온다’, ‘재미가 없다’ 등의 >구차한 변명과 핑계를 대며 번번이 가로막았다. ‘우리시대의 정직한 목격자’의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피디 및 작가들과>어떻게든 정권 비판적인 아이템들을 통제하려는 데스크의 충돌과 갈등은 PD수첩의 일상적인 풍경”이라고 떠올렸다.

이들은 “PD수첩 작가에게 요구되는 것은 성역을 인정하지 않는 철저한 비판정신과 어떤 탄압에도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양심과 용기였다”면서 “많은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조명을 받은 적도 없었지만, PD수첩 작가들은 그 동안 탐사보도 프로그램 작가 본연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왔다”면서 PD 수첩이 대표적인 시사고발 프로그램으로 성장하는데 작가들의 공로와 노력이 작용했음을 강조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이들은 이번 해고가 오랫동안 PD수첩을 진행했던 최승호 PD의 해고와 주요 PD들의 인사 발령 등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작가들은 이번 해고의 진짜 이유는 “(PD수첩)피디들에 대한 통제와 억압만으로는 부족해서 작가들의 비판정신까지 말살하려는 것”이며 “김재철 사장의 입맛에 맞게 구성하고 글을 쓰는 작가로 빈자리를 채우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MBC구성작가협의회 소속 회원 전원은 PD수첩 작가 전원의 복귀를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할 계획을 밝혔다. MBC구성작가협의회를 비롯한 방송 4사의 작가들은 이번 사건을 ‘PD수첩’으로 상징되는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말살하기 위한 행위로 규정하고 ‘PD수첩’ 작가 자리를 보이콧하는 것을 공식화 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복인사, 방문진이사 연임 신청, MBC 노조에 적신호?

이번 ‘PD수첩’작가진의 해고뿐 아니라 파업이 종료된 후의 MBC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업무 복귀 하루 전인 17일 밤에는 MBC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대규모 인사발령 안이 게시됐다.

이 인사발령안은 아나운서국의 아나운서들을 사회공헌실과 미래전략실, 경인지사 수원 총국과 인천 총국으로 발령 냈다. 뿐만 아니라 시사교양국의 PD들을 경인지사 제작사업부와 신사옥 건설국으로 발령 내는 등 파업전의 업무와는 무관한 곳으로 강제 전출했다. MBC 노조의 총파업 특보에 따르면 파업 이후 원직으로 복귀하지 못한 조합원은 54명에 이른다. 징계를 받은 98명을 합치면 150명에 이르는 조합원들이 파업 이후 본연의 업무에 복귀하지 못한 것이다.

[출처: MBC 노보 총파업 특보]

MBC 노조는 “김재철의 악랄한 보복인사는 조합원들의 업무 복귀 후 예상되는 ‘공정방송 쟁취 투쟁’을 말살하고 정권 편향적이고 사실 호도성 프로그램과 뉴스만 찍어내겠다는 의중을 만천하에 드러낸 폭거”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5일과 26일, 국회에서는 양일에 걸쳐 문방위 전체회의가 열린다. 이후 27일엔 문방위 소속 의원들은 런던 올림픽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해 런던으로 출국한다. 이들이 돌아오면 7월 임시국회의회기가 끝난다. 6개월간의 언론파업이 이틀간의 문방위 회의와 업무보고로 갈음되는 것이다. 그나마 방문진의 김재우 이사장은 25일 진행된 방통위 업무보고 자리에 출석도 하지 않았다. 26일로 예정된 업무보고에 다시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출석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25일 전체회의 자리에서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은 “김재우 이사장이 연임신청한 방문진 이사들의 연임이 확정적이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밝혔다.

현장에서의 투쟁으로 새로운 방문진 구성과 김재철 사장의 퇴진, 공정언론 쟁취를 모두 이뤄내겠다던 MBC 노조의 계획에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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