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재판소, 인터넷 실명제 만장일치 ‘위헌판결’

“인터넷 실명제에 공익성 없다”...인터넷 선거실명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 온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될 운명을 맞았다. 더불어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확인제도도 불가피하게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 등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지난 2010년 공동으로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3일 오후,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표현의 자유를 사전제한하려면 공익의 효과가 명확해야 한다”고 밝히며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있게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용자들이 해외사이트로 도피했다는 점,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만큼 공익적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축시키고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인터넷 게시판 이용을 어렵게 한다는 점, 게시판 정보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이익이 공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이번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5는 “하루 평균 이용자수가 10만 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반드시 실명 인증을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포털과 언론사 사이트 등 140여 개가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등 정부가 직접 나서 온라인 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은 그동안 끊임없이 있었다. 최근에도 ‘2MB18nomA’라는 트위터 계정이 삭제됐다. 서기호 통합진보당 의원은 판사시절 ‘가카새끼 짬뽕’이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임용에서 탈락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또한, 옥션, SK커뮤니케이션즈, KT 등에서 수천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들이 유출되는 대규모 해킹 사건이 빈발하면서 인터넷 실명제가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미디어오늘>의 이완기 편집국장은 이번 헌재의 판결에 대해 “시대에 뒤처진 낡은 제도에 위헌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인터넷 실명제 뿐 아니라 주민등록제도 등 낡은 제도들에도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도 논평을 내 헌재의 위헌판결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과도한 욕심이 결국 오늘의 이와 같은 위헌 결정에 이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게임 실명제 등 정보통신망법 외 다른 법률에 산재해 있는 인터넷 실명제 또한 오늘의 위헌 취지를 존중하여 폐지하는 법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에 따라, 선거 때마다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선거실명제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010년 2월, 헌재는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5대3으로 합헌결정을 내놨다. 그러나 선거관리 주체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인터넷 선거실명제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고, 언론사들에서도 실명제 반발이 확산됨에 따라 정치권 내에서도 선거실명제 폐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2010년 5월 방한한 ‘프랭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은 인터넷 실명제가 사전 검열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특히 공직선거법에 의해 선거운동기간 중 실시되는 인터넷 언론사의 실명제가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헌재의 이번 위헌결정으로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인터넷 실명제 자체가 폐기되면서 선거시기 실명제를 유지 할 법리적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터넷 선거 실명제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을 비롯한 선거시기마다 언론사 인터넷 페이지에 실명제를 요구해왔고 실명제를 시행하지 않은 언론사는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참세상>도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실명제 실시를 거부해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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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인수

    인터넷상의 모든 로그인(회원가입)을 폐지해라.

  • 곽인수

    선거시 인터넷 실명확인재도도 당연 폐지해라.

  • 박은지

    단점을 보완하려는 것은 마음에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