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실명제 위헌, 문제는 선거 실명제

인터넷 실명제 위헌과 과제 토론회 열려...“익명성은 인간의 기본속성”

지난 23일 헌법재판소가 정보통신법상의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오랫동안 논란이 돼왔던 온라인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물꼬가 터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판결에도 온라인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된 것은 아니다. 청소년 보호법이 규제하는 온라인 게임 실명제와 핸드폰 실명제, 공인증제도 같은 제도들에서 여전히 본인확인과 인터넷 실명제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공직선거법 상의 실명제는 이번 위헌 판결을 무위로 돌릴 수 있는 제도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최재천 의원실과 언론개혁시민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인터넷 실명제 위헌 판결을 맞이해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의 의미와 향후 과제 긴급 토론회’를 열고 이번 위헌 판결의 의미를 톺아보고 향후 과제를 점검하는 의견을 교환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는 “선관위와 국회는 선거법상 실명제를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느 글이 선거에 관한 글이 될지 포털이 미리 예측 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게시자들에 대해서 본인확인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선거법 하나 만을 위해서 인터넷의 익명성을 없애버린다는 것은 어느 법원의 형량을 통해서도 합헌결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선거법상의 실명제가 폐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영주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도 선거실명제 폐지의 중요성을 주창했다. 그는 특히 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의 당사자인 인터넷 언론사들이 직접 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유영주 위원장은 “선거실명제의 폐지는 인터넷 언론의 사회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유 위원장은 “국가의 감시통제와 상관없이 인터넷언론의 제도화 흐름은 인터넷 상 대의제의 가능성과 현실성을 위축시키는 효과와 맞물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 실명제 법안들이 입법되거나 개정된 시점은 2004년 이후 약 3~4년, 시기적으로 FTA 추진 등 국가전략 추진과 시장주의의 확산에 맞물린 시기”라며 인터넷상의 감시통제와 각각의 법안이 연관없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2004년 인터넷 실명제가 법제화된 이후 <참세상> 등 인터넷 언론들이 꾸준히 실명제 폐지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활동해온 내역들을 나열하며 이번 헌재 판결에 <참세상>을 비롯한 인터넷 언론의 역할이 존재했음을 언급하면서 향후에도 “인터넷 언론이 국가와 제도의 감시통제를 거부하는 시민사회 여론의 활성화를 이끌어내는 한편 공공영역에서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수 선관위 법제과장도 토론회에서 “선거법상 실명제가 폐지되는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선관위는 23일 정보통신망법 상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 판결을 받자 그 이튿날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 실명제도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박영수 과장은 “헌법재판소는 2010년에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가 사전검열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헌재의 판단이 당시와 달라져서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 실명제에도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쉽게 결정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헌재의 판단과는 관계없이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의 인터넷 실명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으며, 같은 맥락에서 이번 헌재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헌재의 판결로 일각에서는 악플 등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상에서 발생할 일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장여경 활동가는 “헌재의 판결문이 제시했듯이 익명성을 보장한 채 IP추적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해외의 인터넷 수사 수준으로 충분히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경신 교수는 “사람은 모두 익명으로 태어나며, 그 익명성은 타인에게 위협이 되는 행동과 결부되지 않는 한 철회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익명성이 인터넷 상에서 얻게된 무기가 아니라 본래 갖고 있는 ‘디폴트세팅(초기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는 “익명성의 ‘폐혜’를 강조하며 디폴트 세팅을 바꾸고 싶다면 바꾸는 쪽에서 입증책임을 져야한다”며 익명성이 인간에게 주어진 기본 속성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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