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단식 마친 후 본격적인 분당 절차 돌입할 듯

통진당 혁신재창당 합의 도출 실패...이정희 기자회견 도화선

통합진보당은 3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오는 6일로 예정된 중앙위원회 혁신재창당 안건 도출을 시도했지만, 구당권파와 신당권파의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강기갑 대표는 혁신재창당 안건 상정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중앙위원회 개최를 거부했다.

통진당은 지난 1일에도 최고위원회를 앞두고 계파별 대표들이 참여해 비상연석회의를 개최하고 강기갑 대표가 제안한 혁신재창당 전제조건에 대한 합의를 시도했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이날 회의가 끝나고 신당권파 쪽은 “구당권파 쪽이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의 사퇴를 두고서는 아예 선을 그었으며 다른 대안의 제시도 없었다”며 “최고위원회에서 합의점을 찾아내어 중앙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평가한 바 있다.

강기갑 대표는 최고위에서 혁신재창당 안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물과 소금까지 끊는 단식에 돌입했다. 당내에선 강기갑 대표의 단식돌입은 분당을 위한 수순 밟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강기갑 대표는 “책임을 통감하면서 국민들과 당원들께 석고대죄하고 백배사죄하는 마음으로, 단식을 시작하고자 한다”며 “이 단식은 협상을 위한 것도, 그 누구를 압박하기 위한 것도 아닌 당이 이렇게까지 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책임지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신·구당권파의 합의가 결렬됨에 따라 강기갑 대표의 단식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본격적인 조직적 분당 절차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분당 수순 불 지른 이정희 전 대표 기자회견

이 같은 분당 수순 밟기는 3일 오전 이정희 전 대표의 5.12 중앙위 폭력 사태 사과 기자회견 당시 나온 대선 출마 고심 발언이 불을 질렀다. 신당권파들은 이날 기자회견이 사실상 사과로 위장한 구당권파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이었다고 받아들였다.

이정희 전 대표를 비롯한 구당권파가 강기갑 대표가 제시한 세 가지 전제 조건을 모두 거부한데다 이 전 대표의 대선 출마 시사 기자회견까지 겹치면서 분당 움직임을 더는 멈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고위원회 합의 도출 실패 이후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에 반대하고 구당권파의 손을 들어줬던 김제남 의원이 신당권파 쪽과 함께 하겠다는 기자회견은 분당 수순에 기름을 부었다.

김제남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의 길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연다”며 “7.26 (제명) 의총 이후 46일 동안 신.구 당권파 모두를 만나면서 이석기 의원의 사퇴 용단과 구당권파의 백의종군을 통한 재창당을 거듭 호소했지만 오늘 절망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더 이상 혁신과 화합이 어려워진 통진당에서 벗어나 눈높이와 상식에 맞는 새로운 흐름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끊임없이 혁신을 고민한 강기갑 대표와 적극적인 의견교환을 통해 중단 없는 혁신과 대중정당의 지평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권파의 분당 흐름에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박원석 의원의 이정희 전 대표 기자회견에 대한 논평은 이미 분당을 같은 당원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맹비난으로 가득 찼다.

박원석 의원은 논평을 통해 “가식적 대국민 사과를 반성하고 패권적 대권야욕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박원석 의원은 “폭력사태 발생 4개월이 흐르고 당이 만신창이가 된 이후에 나타나 한다는 기자회견이 분당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형식적이고도 가식적인 사과에 더불어 정권교체를 위해 정치활동을 본격화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또한 “(이정희 대표가) 대선 출마 의도를 흘리는 것은 혁신재창당을 바라며 강기갑 대표의 3대 선결과제를 지지하는 많은 당원과 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이별을 통보한 것과 다름 아니다”며 “이정희 대표의 대선 출마는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연대와 단결을 해치고 대선승리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정희 전 대표가 끝까지 국민과 당원을 외면하고 정파의 이익과 명예를 지키겠다고 한다면 정치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며 “이정희 전 대표가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그나마 이 사회에 해로움을 덜 끼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비례 의원들도 무소속 제명 절차 준비 중

진보정치혁신모임도 성명을 내고 “대선 출마를 위해 껄끄러운 폭력문제를 털어버리려 하는 이정희 전 대표의 사과에 농락당할 당원과 국민은 아무도 없다”며 “이정희 전 대표는 당을 살리자고 오늘 오전 최고위원회까지 대결단을 요구했던 강기갑 대표에게 실질적 책임은 외면하고 기만적인 사과로 답하였다. 오늘로써 강기갑 대표의 당 혁신을 위한 세 가지 전제조건은 완전히 묵살되었다”고 규정했다.

진보정치혁신모임이 3일 이정희 전 대표의 기자회견을 두고 혁신의 전제조건이 모두 묵살 됐다고 규정한 것은 더는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같은 당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통진당 탈당 절차는 강기갑 대표의 단식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대규모 집단 탈당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역구별로 조용히 탈당이 진행되고 있고, 집단 탈당을 위한 탈당계 취합도 진행되고 있다”며 “물과 소금마저 끊은 강기갑 대표의 단식은 이번 주 안에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그때가 본격적인 분당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원석 의원은 분당 가능성을 두고 4일 원음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석기.김재연 두 의원의 결단과 구당권파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백의종군이 없다면 이미 한 2만여 명 정도가 탈당이나 당비 납부 거부를 한 상황이며 이에 버금가는 대규모 탈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당원들의 선택에 의해서 당이 무너지고 있어 핵심 그룹의 지도부들은 그런 당원의 선택을 존중하고, 당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탈당을 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 통진당 소속 광역, 기초, 국회의원 비례대표들도 이미 당 제명절차를 통한 조직적인 탈당을 준비하고 있다. 당에서 제명이 되면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당권파가 신당을 창당하면 국회의원 숫자에 따라 원내 3당이 되느냐 4당이 되느냐의 기로에서, 김제남 의원이 신당권파와 함께 하겠다고 밝혀 비례 국회의원들의 의총 제명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