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말살, 헌정질서를 유린한 세력들

창조컨설팅 심종두, “노조는 적이다”...패턴화 된 노조말살 프로그램

24일 열린 국회 환노위 청문회는 ‘용역폭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용역폭력이라는 단면을 넘어 ‘노조파괴’를 비지니스로 삼고 있는 노무법인과 이를 이용하는 사측, 그리고 이에 동조한 정부기관들의 연계였다.

청문회 내내 의원들에게 가장 많이 거론된 ‘창조 컨설팅’은 노사관계에 대한 컨설팅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다. 그러나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창조의 실제 사업내용은 노사분규가 일어난 사업장에서 노조를 파괴하는 공작이었다.

창조의 부당거래

창조컨설팅은 SJM과 노무 컨설팅 계약을 맺을 때 ‘창조’란 이름 대신에 ‘비전 컨설팅’이란 이름으로 2억짜리 노무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SJM측이 제출한 세금계산서에도 비전 컨설팅이란 이름이 명시돼 있다. SJM의 김휘중 경영지원본부장은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비전 컨설팅과 계약을 맺었지만 실체는 창조컨설팅‘이라고 확인했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세금계산서를 토대로 ‘비전 컨설팅’의 사무실을 방문해 찍어온 사진을 제출했다. 세금계산서에 명시된 비전 컨설팅의 사무실은 여의도에 소재한 메트로 비지니스 센터로, 정식 사무실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공간을 대여해서 사용하는 호텔방과 같은 곳이다. 이종훈 의원은 “정확히 유령회사”라고 지적했다.

이종훈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창조컨설팅은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를 차려놓고 불법적 노무관리 프로그램을 사측에 제공하는 업무를 수행하며 법의 추적을 피해간 것이다. 이종훈 의원은 “창조가 SJM 외에도 얼마나 많은 회사와 이런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는지 모를 일”이라고 밝혔다.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거래는 세금탈루 등의 범법의 의혹뿐 아니라 노사관계에 제3자가 ‘흔적없이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SJM과 창조의 부당거래의 근원은 더욱 깊은 곳에 있다.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의 말에 따르면, 96년 이후 한 번의 파업도 없이 높은 성장을 기록하던 SJM은 김영호 회장의 아들인 김휘중 SJM 경영지원본부장 겸 SJM 홀딩스 사장에게 변칙적인 회사승계를 시작하면서 승계비용을 충당코자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무리하기 시작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홍영표 의원은 “SJM이 부당한 권력승계를 하는데 노조가 걸림돌이 되다보니 노조를 파괴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재산의 부당승계를 위해 노무법인과 사측이 짜고 노조를 파괴, 부당이득을 획득하려고 한 것이다. 홍영표 의원은 “SJM은 노사가 함께 기업 성장의 과실을 택하지 않고 부당 변칙승계를 시도한 악질기업”이라고 성토했다.

부당 변칙승계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김휘중 경영전략본부장은 “부당한 승계는 없었고 내야 할 상속세를 모두 내고 정당하게 승계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휘중 본부장은 1500억 원 대의 회사를 30억 원 어치, 4%의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획득하고 있다.

패턴화 된 노조파괴 프로그램

창조컨설팅이 노무관리를 맡은 사업장 중 14곳에서 노조가 붕괴했다. 창조컨설팅은 창조컨설팅을 소개하는 자료에서 스스로 업무 성과로 만도와 대림 등의 사업장에서 노조 조직변경을 이끌고 조합원 수를 급감시키거나 아예 노조자체를 와해시켰다는 점을 들고 있다.

창조가 이들 사업장에서 노조를 파괴한 방식은 대부분 일치한다. 고의로 협상 결렬을 유도하고 이에 따라 쟁의행위를 유발한 다음, 경비용역 업체를 통해 폭력을 행사하고 기업 노조를 세워 노노갈등을 유발, 기업노조를 지원해 제1노조로 만드는 것이다. 자연스레 기존노조의 조합원들은 이탈하거나 기업노조로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게 하는 것이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창조 컨설팅이 참여한 유성기업의 경영정상화 전략회의 대외비 자료를 공개하며 사측이 개입해 기업노조를 만들고 그 활동방향을 지시한 정황을 밝혔다. 이 자료에는 “기업노조가 기존조합원들에게 심리적 박탈감을 증폭시킬 것”을 지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심지어 창조컨설팅은 기업노조에 플랜카드 내용이나 선언문 내용을 예시해주기도 했다. 창조가 제공한 예시문은 기존의 유성기업 지회가 정치투쟁을 일삼고 외부세력을 통해 회사를 힘들게 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사측과 창조가 공조한 고의적인 노노갈등 유발이다.

손 놓은 노동부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창조컨설팅의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들에 대해 “증거가 없어서 단속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장관은 “법 위반에 대해서는 관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믿어달라”고 말하면서도 “증거가 있어야 단속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염두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은수미 의원과 심상정 의원은 “일개 의원실이 조금만 움직여도 이렇게 자료가 쏟아지는데, 장관이라는 이가 14개의 노조가 파괴될 동안 증거 하나 잡지 못해 속수무책이라면 장관 직을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은수미 의원은 창조컨설팅과 노동부의 연루설도 제시했다. 은 의원이 제출한 유성기업의 대외비 자료엔 창조컨설팅 직원이 비선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내부 사정을 전달해 줬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창조에는 고용노동부 출신 관료들을 비롯해,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근무하던 노무사들이 포진해 노동부와 노동위의 유리한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창조컨설팅에는 중노위와 지노위에서 오래동안 근무한 김 모 전무가 재직중이다. 이 김 전무가 창조컨설팅에 들어 온 이후 창조 컨설팅이 맡은 중노위 사건은 모두 16건. 이 가운데 대부분은 지노위의 부당노동행이 판결을 뒤집고 사측이 승리했다.

창조컨설팅의 심종두 사장은 오래 활동해온 노무사다. 그러나 심상정 의원은 “그가 이화의료원 중간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노조는 적이다’라는 등 문제적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은수미 의원이 말한대로 “노사 교섭이 결렬되면 용역이 투입되고 직장 폐쇄가 이뤄진 후 제2노조를 만드는 노조 말살 패턴” 역시 심 대표를 비롯한 노무법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 재산권 보호를 이유로 노동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것도 놀랍지만 이것이 비즈니스로 존재하는 것에 더 경악했다”고 말했다. 창조컨설팅과 심종두 대표가 하는 일은 노조를 파괴하고 대가를 받는 비지니스다. 심종두 대표와 창조는 오래 쌓아온 전문지식과 인력을 총 동원해 ‘노조파괴’를 진행한다. 여기에는 전 현직 공무원들은 물론 정체를 알 수 없는 ‘비선’을 통해 고용노동부와 국정원까지 개입된다.

노동조합과 노동3권은 헌법적 권리이다. 헌법 33조 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말살하고자 획책한 이들이야말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문란케 한 세력이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구호가 이제는 낯설거나 호들갑스럽지 않다. 말 그대로 해고와 불안정 고용에 죽어간 이들이 숱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고가 살인이라면 해고를 전문적으로 기획해주는 회사는 어쩌면 ‘살인청부업체’와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노조의 주장에 귀가 기울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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