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 대해 과신하는 그의 모습이 위험해 보였다

[식물성 투쟁의지](38)

20대의 젊은 친구들 중에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자기운동의 전망으로 갖는 이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말끝마다 직업적 혁명가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40대 후반의 사내와 뜨겁게 논쟁했다
혁명에 대한 그의 진지한 열정을 의심해서가 아니다
난 자신에게 조금은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 사이에 놀이와 춤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규율이 확고하기 때문에 성폭력 사건이 일어날 수 없고
만약 일어난다면 확고한 규율을 통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난 저 신념이 아무 것도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본 경험이 없다는 걸 안다
있을 수 없는 문제들은
너무 자주 … 아주 친숙한 … 모든 곳에서 발생한다
권력은 종종 무지를 신념으로 대체 해 안전하게 살아남는다
군사작전에나 어울릴법한 저 신념은
개량주의자들과 기회주의자들을 폭로하고
적들을 상대할 때는 편리한 도구였을지 몰라도
놀이와 춤이 수평적 협력이라는 걸 어색해했다
난 희망에 대해 과신하는 그의 모습이 위험해 보였다

사람도 운동도 낡는다
낡아가는 것들이 유독 서러운 것만은 아니다
자신을 권력으로 밖에 달리 표현할 수단이 없을 때
낡은 것들은 돌이킬 수 없이 낡은 것들이 된다

난 무엇보다도 저 사내의 진지함에 유머를 달아주고 싶었다
한 번만이라도 밝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나의 바람이
그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그의 혁명 보다 그의 웃음이 더 혁명적인 날들을 위해
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에 조용히 손을 얹어 주고 싶었다 (2009년4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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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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