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5대 고용, 노동 전략과제’ 발표했지만...

민주노총, “노동3권, 노동감수성 배제...더 이상 CEO대통령 원치 않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1일, ‘5대 고용, 노동 전략과제’를 발표했다. 복지와 일자리, 성장이 선순환하는 사회통합적 일자리 경제를 구축하고, 비정규직의 차별과 남용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겠다는 목표다.

그간 안 후보가 노동현안에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만큼, 노동계의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안 후보의 공약이 박근혜 후보의 ‘일자리 공약’과 비교해 ‘현실에 대한 비판적 통찰에 기초한 전향적인 정책 공약’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정책에 노동3권과 노동감수성 등이 제외됐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했다.

[출처: 안철수 후보 공식 사이트]

안철수 후보, ‘5대 고용, 노동 전략과제’ 발표

안철수 후보는 21일, ‘5대 고용, 노동 전략과제’로 △일자리, 복지, 혁신경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 체계의 구축 △사회통합적 일자리 창출 정책 추진 △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일자리를 안정된 일자리로 혁신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한 경제 주체들의 사회적 책임 강화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 구현 등을 제시했다.

우선 ‘일자리, 복지, 혁신경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 체계 구축’을 위한 ‘국민합의기구’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제 주체 대표와 정파를 초월한 대표로 구성해, 대통령 주재 하에 국정 주요 현안에 대한 합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 통합적 일자리 창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노동시장 정책과 사회보장 제도의 연계 강화 △취약 근로자 등에 대한 직업훈련 확대 △정년 60세 연장 법제화와 점진적 연령제한 폐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안 후보는 영세사업장과 비정규직 일자리를 안정된 일자리로 혁신해, 사회 양극화 해소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보장과 비정규직 차별과 남용 방지,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까지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고용차별에 대해 징벌적 배상을 부과하는 ‘고용평등기본법’을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청년일자리 정책의 경우, 노사정의 사회적 책무에 기반한 ‘청년고용특별조치’를 시행해, 향후 5년간 대기업과 공기업이 일정비율로 청년을 신규채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현’을 위해 전국단위, 지역단위, 사업장단위 노사협의회 등 다양한 대화채널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안 후보는 “대기업도, 4대강도 일자리를 늘리지는 못했다”며 “그렇게 지난 5년간 허송세월 했고, 일자리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한 난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시장에 맡겨놓기만 해서는 도저히 해결될 수 없다”며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일자리를 혁신하는 ‘사회통합적 일자리 경제’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더 이상 CEO대통령 원치않아”

이에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안철수 후보의 ‘노동 복지 정책 공약’, 네 가지가 없어 아쉽다”고 밝혔다. 노동3권과 노동감수성이 제외돼 있다는 평가다.

민주노총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에 의해 유린돼 왔음에도, 안 후보는 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단결권은 공무원, 교사의 단결권, 정치기본권의 제약과 사실상의 노조설립 허가주의로 가로막혔고, 단체교섭권은 ‘교섭창구단일화’라는 희대의 악법으로 제약됐으며 단체행동권은 모든 쟁의를 불온시하는 정부정책으로 철저히 파괴됐다”며 “노동기본권에 대한 확고한 인식전환 없이는 그저 ‘착한 이명박’ 이상의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히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해 ‘사회통합적 노사 관계로 회사와 노동자가 함께 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단 한 줄로 언급한 것은 노동정책이 아예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안 후보가, 노동자를 사회역사발전의 능동적 주체로서 인식하기보다는, 여전히 수혜의 대상이고 일자리를 나눠줘야 할 수동적인 ‘근로자’로만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정책에 대한 출발과 기준은 노동3권에 대한 확고부동한 인식과 노동에 대한 능동적인 자세, 즉 노동감수성”이라며 “안 후보의 오늘 발표에서는 이 네 가지가 보이지 않아 맥이 빠진다”고 밝혔다. 이어서 “우리는 더 이상 착하든 나쁘든 ‘CEO대통령’은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