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김순자 대선출마선언 절차 논란

사회당계 주도 의구심..“김순자 지부장에 죄송한 꼴만 됐다”

지난 4.11 총선에서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했던 청소노동자 김순자 울산과학대 지부장의 23일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 취소로 진보신당 내부가 들썩이고 있다.

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김순자 지부장 출마 선언이 당 대표단이나 울산시당 차원에서도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김순자 지부장 기자회견은 당 대표단의 간곡한 설득으로 일단 취소됐지만 많은 여진을 남겼다.

특히 기자회견 예고 해프닝 뒤엔 진보신당과 통합한 사회당 계열 인사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이후 진보신당의 대선 대응 관련 논의가 주목된다. 당의 주요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이번 김순자 지부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 공지는 진보신당 게시판에 손모·김모 2명의 평당원이 냈지만, 사회당계 인사가 주도한 정황이 있다.

손모·김모 당원은 22일 밤 11시 30분께 당 게시판을 통해 “23일 낮 12시, 대한문 앞에서 김순자 지부장님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이 있다”며 “뜻을 함께하는 진보신당의 평당원들이 마음을 모아 준비했다”고 밝혔다.

당 게시판을 통해 김 지부장의 출마 소식을 접한 진보신당 대표단과 주요 당직자들은 발칵 뒤집혔다.

  지난 7월 19일 진보신당 새당사 개소식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박은지 대변인은 다음날 아침 게시판 답글을 통해 “당의 대외 언론창구를 책임지고 있는 대변인인 제가 모르는 당 대선후보 기자회견이라니 좀 얼떨떨하다”며 “김순자 지부장님은 진보신당에서 거의 유일하게 얘기되어 오던 대선후보인데다 좌파 선거 공동대응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시점에서 기자회견은 시간, 장소 선정, 메시지 조정, 기자 조직화 등을 위해 당내 절차를 거쳐 제대로 준비해서 진행되어야 맞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몇몇 당 대표단들은 기자회견이 예고된 장소에 나가 기자회견을 예고한 당원들에게 회견 취소를 설득했고, 일부 대표단을 곳곳에 전화를 돌려 설득작업을 했다.

변혁모임의 대선공동대응기구 논의 최종 시한이 23일 오후인 상황에서 김순자 지부장의 출마선언은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자회견을 공지한 두 당원이 오전 11시 17분께 기자회견 취소 공지를 내고, 사회당계인 금민 대선 공동대응 특위 위원장이 이용길 당 사무총장에게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했음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 주면서 해프닝은 일단락됐다.

기자회견 취소 공지를 한 두 당원은 “현재 김순자 지부장님께서는 본인 스스로 이번 대선에 노동자 후보로 출마할 의지를 여전히 갖고 계신다”며 “저희는 어떤 세력이 시켜서 김순자 지부장님을 찾아간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걸음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저는 울산에 방문해 지부장님과 함께 청소도 하고 잠도 함께 자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지부장님께서 출마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되셨다”며 “이에 너무나 기쁜 나머지 평당원의 지지와 이에 화답하여 지부장님이 출마 선언을 하는 기자회견을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24일 오후 7시 서대문 부근 레드북스에서 김순자 지부장과 당원 공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순자 지부장, 대표단의 합의추대로 알고 있었다”

기자회견을 공지한 두 당원은 어떤 개입도 없다고 밝혔지만 진보신당의 여러 관계자들은 대부분 이번 해프닝에 사회당계가 개입했다고 봤다.

22일 김순자 지부장이 서울로 올라오는데 사회당 계열인 이선주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이 수행을 했기 때문이다. 이선주 위원장은 자신의 수행 이유에 관해 기자회견 공지를 낸 당원의 요청으로 다녀왔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 주요 관계자들은 서울시당 위원장이 울산까지 직접 수행을 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간다는 반응이다. 특히 김순자 지부장이 자신의 출마 기자회견이 당 대표단의 합의추대 과정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것도 논란이 예상된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여러 경로로 알아 봤더니 김순자 지부장은 당대표단이 합의 추대하는 것으로 알고 서울에 올라오고 있었고, 관련 시당인 울산시당도 나중에 전해 듣고 대표단에 항의 전화까지 했다”고 전했다.

금민 위원장이 최종 취소 과정을 확인해 준 것으로 알려진 것도 사회당계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확대시켰다. 반면 이용길 사무총장은 “금민 위원장 연락이 온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것은 과도하다. 대선 공동대응 특위 위원장으로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서 관심을 갖고 확인했을 뿐”이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김순자 지부장에게 죄송한 꼴만 됐다”

당내에선 이번 해프닝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은주 전 부대표는 당 게시판을 통해 “평당원 모임으로 하는 기자회견이지만 그 뒤에 누가 있는지, 어떠한 상황이 있는지 모르지 않는다”며 “모든 것은 당헌당규에 의해 적법하게 추진되고 결정되어야 하며, 김순자 동지 개인을 위해서라도 이러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은 변혁모임에게 진보신당 독자로 대선을 치룰 수 있다는 것을 가시화시키는 신호는 보낼 수 있지만 협상력을 높이는 데는 큰 효과가 없어 보인다”며 “전국위가 곧 열리는데다 방식도 불공정해 김순자 지부장에게만 죄송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자넷이라는 한 당원은 당 게시판에 “김순자 당원이 제대로 된 진보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를 뺏고, 이렇게 소비되는 상황이 너무 속상하다”며 “당장은 대선후보라는 화려한 자리에 오른 것 같지만, 이후에는 존재감 없는 정당의 후보로 지역에서도 대중들과 일하기 힘들고, 어디 행사장 연단에 올라 목례나 하고 오는 정치인이 되고 말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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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ㅋ

    또라이들 ㅋㅋㅋ 꼴깞 떤다 정말 ㅋㅋ 진보신당 아직 대선방침이 정해지지도 않았다며? 근데 무슨 후보 출마? ㅋㅋㅋㅋ

  • 익명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