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신 교육감 필요...“진보진영이 정면돌파 해야 할 때”

[인터뷰] 이수호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18대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선거인 탓에 서울 교육감 선거에 쏟아지는 관심이 비상하다. 진보진영과 보수진영 모두 ‘단일화’를 통해 기필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승리하겠단 다짐을 밝히고 있다. 보수진영은 일찌감치 문용린 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일후보로 결정했다.

진보진영도 12~13일 양일간 시민선거인단의 투표를 거쳐 단일후보를 선출한다. 5명의 예비후보들이 출마한 진보교육감 단일후보 경선은 크게 현장교사와 교수후보의 대결로 요약된다. 김상곤, 곽노현 등 교수출신 교육감의 업적을 이어가겠다는 후보들과 초중등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지내온 현장교사가 서울시 교육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의 격돌이다. 더구나 대선정국과 맞물린 이번 선거에는 민주통합당의 선거개입 의혹과 ‘전교조 불가론’의 대두 등 그간의 어떤 단일화 경선보다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출처: 김용욱 기자]

이수호 서울시 교육감 예비후보는 민주진보 교육감 추대위를 통해 ‘진보 교육감 단일후보’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그는 평생을 현장교사로 살면서 누구보다 아이들과 현장을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수호 후보에 대한 진보진영 내부의 평가는 가지각색이다.

이수호 후보는 울진 제동중학교 국어교사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전교조 결성운동을 주도하며 89년 해직될 때까지 신일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해직 10년만인 98년에 선린인터넷고등학교 국어교사로 교직생활에 복귀한 후 2008년 퇴직할 때까지 33년간 ‘국어선생님’으로 살아왔다. 전교조 9대 위원장과 민주노총 4기 위원장을 지냈고 언제나 교육운동과 노동운동 현장의 중심에 섰다. 퇴직 이후에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진보운동과 노동정치 현장에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진보진영에는 이수호 후보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존재한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내던 시절 이른바 ‘사회적 합의’와 ‘노사정위원회’ 복귀논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사무총국 간부들의 집단사직서 제출과 선별수리 등 민주노총 위원장 이수호의 활동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진보교육감 단일후보 결정을 앞둔 주말인 10일 아침, 엇갈린 평가가 상존하는 이수호 후보를 <참세상>이 만났다. 이수호 후보는 교육정책에 대한 자신의 비전부터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에 대한 평가와 민주통합당의 개입의혹에 대한 입장, ‘전교조 불가론’으로 대표되는 진보진영 전반의 위축에 대한 견해까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이수호 후보의 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그동안 교육 어렵게 만든건 현장 모르는 교육관료 탓”

참세상
- 교육감 선거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이수호

- 지금 교육 현장은 너무 힘들고 거의 붕괴된 상황이다. 그런 교육현장을 교사, 교육노동자로서 좌시할 수 없었던 안타까움이 가장 컸다. 그동안 교육을 어렵게 만든 것은 교육 관료들이다. 대학에서, 외국에서 교육이론을 공부한 이들이 책상 앞에서 만든 정책이 현장으로 그대로 내리물림된 것이다. 그런 정책들이 현장과는 잘 맞지 않았다. 정책들이 너무 자주 바뀌고, 현장은 혼란스러워졌다. 그렇게 교육현장이 붕괴됐다.

이제는 현장을 잘 아는, 현장 출신 교사가 직접 맡아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마침 곽노현 전 교육감이 어려움을 당하고 교육감직 궐위 상태가 됐다. 진보 교육감 자리를 보수 진영에 내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누구일지 여러 사람들과 같이 고민했다. 그러던 중 직접 교육감 선거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참세상
-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는?

이수호

- 민선교육감의 교육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전국 6개 시, 도에서 진보교육감이 탄생했다. 그 중에서도 서울시의 교육감이 진보교육의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품성과 열정 등 여러 면에서 훌륭한 자질을 갖추신 분이다.

무상급식 정책과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운동 등은 매우 훌륭한 정책이고 성과였다. 이 정책들은 새로운 교육을 혁신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로 매우 중요하다. 이것들이 결코 중단돼서는 안 된다. 다음 교육감이 이를 이어받아 계승시켜야 한다.

곽 전 교육감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현장을 잘 몰랐기 때문에 오는 오류들이다. 현장과의 소통이 부족했다. 좋은 정책들도 이를 시행하고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문제점들 있었다. 곽 전 교육감이 2011년 9월 수감되기 전엔 현장을 많이 가보지 않았다. 관료들이 짜주는 스케줄에 움직이며 행사들만 찾아다니는 수준의 활동이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곽노현 교육감이 자신들을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다고 하소연 했다. 그러다가 곽 전 교육감이 감옥을 갔다 와서 업무에 복귀한 이후에는 “이제 초중등교육의 맥을 알겠다”고 했었다. 실제로 학교 현장을 두루 살피고 현직 교사와 학생들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며 현장교육의 맥을 잡아가고 있었다. 이제 더욱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어려운 일을 당하게 된 것이 안타깝다.

참세상
- 얼마 전엔 곽 전 교육감이 현장과의 소통이 부재했다고 평가하면서 “‘학생체벌 금지’가 대표적으로 소통이 부재한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이수호

- 체벌을 허용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결코 체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체벌금지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체벌금지를 일방적으로 딱 잘라 바로 시행하게 하면서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형태의 내리 먹임 시행이 문제라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일수록 교육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들이 충분히 소통하고 대화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정책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진행됐다면 혼란이 덜했을 텐데 그런 과정 없이 곧장 시행됐기 때문에 혼란이 발생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좋은 정책인데 왜 학교에서 주저하느냐”는 태도로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참세상
- ‘현장’을 강조하는데, 33년이나 교육 현장의 교사로 재직하시긴 했지만 해직기간도 짧지 않았고 전교조,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학교 바깥의 활동을 많이 해오면서 이른바 현장의 ‘감’이 떨어지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이수호

- 현장교사이던 시절과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학생들이다. 학교의 문화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민주화선언을 시작하던 86년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 그때의 요구사항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학생들의 자살, 과도한 보충/자율학습 같은 현상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여전히 학생들은 입시 경쟁 속에서 죽어가고 있고, 그 때문에 사교육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팽창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사교육 때문에 가정 경제가 어려워진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아이들의 상태나 태도가 변하긴했지만 본질적 문제는 변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 교육이 김영삼 정부 시절에 새로운 교육체제, 소위 신자유주의 교육체제를 도입하면서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 밖으로 나와서 전교조 일을 하건, 또 민주노총 일을 하건, 진보정치를 하건 교사라는 입장과 관심을 버려본 적이 없다. 전 항상 ‘난 교사로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여겨왔다. ‘이 시대가 교사인 나에게 이런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한다’는 생각이었다. 언제나 교육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매체에 글을 쓰거나 저술 활동을 하는 것도 언제나 교육에 관심을 두고 하는 일이었다.

작년 5월 이후, 진보진영의 확대를 위해서 민주노동당을 탈당하고 나서는 더욱 집중적으로 교육에 관심을 두었다. 현장교사와 대화하고 그에 대한 글을 썼다. 물론 부족한 부분이 있다. 객관적, 물리적으로 현장에서 멀어진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현장의 감이 떨어져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들을 더 보충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활동들은 모두 교사로서의 나의 삶이었다.

[출처: 김용욱 기자]
참세상
- 현장을 잘 아는 교육감 후보로서 현재 한국사회 교육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수호

-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 체제가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교육에서도 효율과 경쟁밖에 없다. 사회가 책임져야 할 공교육을 전부 개인, 혹은 자본가들에게 맡기고 있다.

교육투자도 너무 미흡하다. 공교육이 그나마 탄탄한 국가들은 GDP대비 6~7%를 교육재정으로 확보한다. 우리나라는 대선 때마다 그 정도 수준의 교육재정을 약속하지만 정작 4%대에 머물고 있다. 그 나머지는 오직 개인과 경쟁구조에 맡겨놓는다. 당연히 사교육 시장이 엄청나게 팽창 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사교육과 경쟁교육, 입시경쟁을 낳게 되고 그대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된다. 이 스트레스가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로 연결되는 구조가 우리 사회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지금의 교육정책은 보수진영의 경쟁논리, 그런 논리를 가진 관료들과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시행되고 있다. 때문에 현장은 엉망이 돼가고 있다. 사실 가장 큰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할 때다. 정책이 현장과 유리돼 현장을 외면한 채 만들어졌고 현장에 접근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시행착오만 거듭됐다. 입시정책은 거의 매년 바뀌었다. 교육을 백년대계라 부르는 것은 꾸준히 현장에 정책이 잘 구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참세상
- 교육감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핵심적으로 펼칠 계획인가?

이수호

- 12월에 선출이 되면, 잔여 임기가 1년 반이다. 그 기간에 해낼 수 있는 일은 제약이 있다. 그래서 잔여 기간에는 무리하게 새로운 일을 벌이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보다는 곽 전 교육감이 추진했던 정책 중에 좋은 것들과 필요한 일들을 완성시키는 닐에 집중할 계획이다. 곽 전 교육감이 구속되고 이대영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서면서 중단시키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그 정책들을 이어나가는 게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주체들의 어려움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 사회의 공교육 현실에서 그들은 상처받고 힘들어하고 있다. 그들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일이 급박하다. 무엇보다 현장과 자주 접촉하면서 그들을 만나는 일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일 것이다.


“이번 선거에 내 삶 모두 던져 평가받는 것, 자신 있다”

이수호 후보의 교육 정책을 핵심적으로 요약하자면 ‘현장중심’과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다 전교조 위원장을 지낸 현장교사 출신이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진단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수호 후보의 ‘전력’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보수진영의 ‘전교조 색깔론’이 아니다. 이수호 후보는 ‘민주진보 세력’에서 보수진영의 논리에 젖어든 이들이 오히려 ‘전교조 불가론’을 내세우며 진보 교육감 경선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세상
- 일각에선 ‘전교조 불가론’을 내세우고 있다. 추대위에서 함께 경선을 진행 중인 후보도 민주통합당의 지원을 받거나 ‘전교조 불가론’을 내세우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수호

- ‘전교조 불가론’은 안타까운 얘기다. 오래된 보수 진영의 논리이고, 조중동이 퍼뜨린 이념공세다. 사실 지금 진보교육감들이 공교육의 대안으로 주창하는 혁신학교 운동은 비단 진보교육감 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의 교육감들도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다. 이 혁신학교 운동은 전교조에서 꾸준히 주장하던 작은학교 운동, 학교자치 운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전교조가 꾸준히 해오던 활동들이 정책으로 구체화 된 것이다.

전교조가 교육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역할을 탄압 속에서도 해왔고 현장에서 가장 성실하게 자기헌신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분들이 전교조 선생님들이다.

‘전교조 불가론’을 말하는 민주통합당 일각의 논리는 보수진영의 논리에 자기들도 모르게 젖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민주통합당을 배경에 두고 무엇을 해보려는 후보나 세력들이 민주통합당에 진입하면서 자기들이 적합하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해 다른 후보들을 비판하려는 상대적 논리로 과도하게 유포하고 있는 논리일 것이다.

민주당은 뿌리가 복잡하지만 젊은 일부그룹들은 전교조 운동과 궤를 같이하며 진보를 위해 노력해온 인사들이다. 민주통합당 전부가 그런 것(전교조 불가론을 내세우는)은 아니고 일부가 그런 논리로 자신들이 옹호하는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논리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제가 만난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그런(전교조 불가론)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들의 진심이야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이제는 전교조가 구체적이고 책임 있게 해볼 때가 됐다고 얘기하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참세상
- 얼마 전에 낸 저서, ‘다시 학교를 생각한다’에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강한 비판, 용산참사 진상규명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또 용산참사 당시의 수감생활, 민주노총 위원장 활동, 전교조 위원장 활동들이 보수진영의 공격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이수호

- 용산참사에 대한 이야기들, 수감생활, 모두 보수진영의 엄청난 비판거리가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 모두 감수하고 싸울 것이다. 전교조에 대한 색깔론 공세, 노동 문제 모두 정면으로 돌파할 것이다. 진보진영은 ‘과격하지 않냐’는 비판에 옷만 예쁘게 입고 다가가서 과격하지 않은 척 연기만 하는 일은 이제 할 일이 아니다. 이제는 대중들, 민중들을 믿고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 저의 삶 전체를 던지는 것이다. 그동안 해왔던 교육운동, 노동운동, 진보정치운동의 모든 것을 다 걸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활동과 역할을 국민들에게 평가받고자 하는 것이다.

[출처: 김용욱 기자]


“사회적 대화 필요해...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책임있지만 오해는 말아줬으면”

이수호 후보는 보수진영의 공격에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대중, 민중을 믿고 진보진영이 그동안 해왔던 활동들을 솔직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수호 후보는 ‘자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쩌면 지금 이수호 후보가 부딪힌 가장 큰 문제는 보수진영이 아니라 진보진영일 수 있다.

민주노총 전 위원장 이수호에게 불신을 표하는 목소리가 진보진영 내에는 적지 않다. 이른바 ‘사회적 합의’논란은 제대로 수습되지 않았다. 당시 수석 부위원장은 비리에 연루돼 검찰조사를 받았고, 지도부는 총사퇴했다. 총사퇴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던 중 사무총국 간부들은 집단으로 사직서를 냈고 지도부는 이를 선별해서 수리했다. ‘정치적인 이유의 해고’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수진영의 공격에 정면돌파를 선언했던 이수호 후보는 이 문제도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을까.


참세상
-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추진했던 이른바 ‘사회적 합의’에 대한 비판여론이 진보진영 내부엔 아직 많다. 그에 대한 현재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수호

- 사회적 대화를 주장하면서 그걸 공략으로 (민주노총)위원장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사정위에 복귀하지는 않았다. 다만, 사회적 대화를 새롭게 하기 위해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합의해서 만들었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정의 대화의 틀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논의하려 했다. 물론 그것도 잘 되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대화를 위해서 상당히 애를 썼다.

참세상
- 사회적 합의 시스템에 대한이야기는 지금도 논란이다. 안철수 대선후보도 노사정위 복귀를 이야기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지속적으로 노사민정 대타협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에 대해 시간이 지났지만 정확한 평가는 필요해 보인다.

이수호

- 그 당시 있었던 현재 노사정 위원회는 잘못된 틀에서 출발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새로운 대화는 필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대타협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타협’이라는 결과를 전제해서는 안된다. 충분한 소통과 함께하려는 노력을 같이 하는 대화가 필요하다. 그 과정 이후 아름다운 결과로 타협이 될 수도, 또 다른 방향이 도출될 수도 있다. 지금 정부나 재계는 시한을 정해놓고 그 일정에 맞춰가자는 주장이다.

네덜란드나 아일랜드의 모델은 계속 대화를 하는 것이다. 같은 의제로 수십 년이나 대화를 계속한다.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 모두 다 안타까운 일이다. 당사자들이 모두 모여서 충분히 얘기하는 틀이 없다. 그러다보니 해결의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모든 주체들이 대화를 상시적으로 해야 한다. 학교비정규직의 문제도 그런 방식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한다.

참세상
- 민주노총 위원장 당시, 대의원대회 폭력사태와 집행부 비리사태에 대한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현재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수호

- 대의원대회 폭력사태는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민주노총이 정한 규정과 우리의 운동문화 속에서 어떻게 하면 절차적 민주주의를 잘 지켜 나갈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서 문제 해결 방안이 잘 토론되기를 바라면서 대의원대회를 소집했다. 대의원 대회에서 가능한 모든 가능성들을 열어놓고 절차에 따라서 진행 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모든 수단을 통해서 저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절차를 밟다가도 항의나 지연, 집단퇴장 등의 방법들이 모두 동원됐다. 그런 것들도 웬만한 것들은 다 수용했다. 그런 것들도 민주주의의 범위에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나중에는 폭력이 동원됐다.

그런 모습이 외부에 민주노총을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지게 했다. 그 뒤에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었다. 본인은 끝까지 폭력사태를 일으킨 이들에 대한 징계와 처벌을 반대했다. 그래서 아무도 징계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강승규 당시 수석부위원장에 대해서도 토론의 여지가 많다. 택시노조는 정부에서 나오는 유류보조금을 업주가 가로채지 못하게 하고 조합원들이 수령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가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다. 그걸 잘 내어주지 않는 사용자들을 압박하고 직접 받아다 조합원들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불미스러워 보이는 일도 발생한다. 이를 검찰에서는 비리, 불법이라고 부르며 갑작스러운 수사를 시작했다.

그에 대해 진위를 따지고 당사자의 입장을 듣고 결정하자고 산별위원장들이 결정했는데, 하루 이틀사이에 논의가 바뀌면서 총사퇴 압박이 들어왔다. 저는 당연히 측근과 관련된 시비기 때문에 책임을 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임을 지는 범위에 대해서는 제가 사퇴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총사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의견그룹들이 조직적으로 의사를 표현했고, 그 중에서도 당시 상근자 일부가 조직적으로 집단 사퇴했다.

당시에 ‘이건 좀 심하다’ 싶었다. 무엇이든 요구를 하고 대화를 해야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간곡하게 말리고 사직서 철회를 요구하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총사퇴를 하게 됐다. 다음 지도부가 사태를 해결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한 분들은 대체로 다 복귀 했는데 일부가 복귀를 안했는지, 못했는지 복귀를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들이 우리 집행부의 문제로 지적됐다.

물론 본인이 위원장으로 있을 때 발생한 일이니 만큼 전부 본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위원장은 무한책임을 져야한다. 다만 과정을 오해하고 자칫 제가 주도적으로 사직서를 선별적으로 수리했다거나 한 걸로 오해되는 일은 안타깝다.

[출처: 김용욱 기자]


“야권연대와 러닝메이트...빠진 진보영역 메울 것”

대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이니 만큼 대선후보와 교육감 후보는 ‘러닝메이트’로 비유되곤 한다. ‘진보’의 이름을 걸고 교육감 직에 도전하는 이수호 후보도 대선에서의 역할을 피력하고 있다. 대선정국에 비어있는 ‘진보’의 구멍을 교육감이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참세상
- 대선정국에 교육감 후보가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이수호

- 크게 두 가지다. 첫 째는 ‘교육 대통령’이 당선되게 하는 것이다. 같이 선거운동하면서 중요한 교육정책과 교육의제를 부각시켜 교육지표가 중요한 국정지표가 되게 하는 등 교육을 대선정국의 주요 관심사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문재인 후보든 안철수 후보든 소위 야권연대에 진보진영의 몫을 담당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의 안타까운 사태 때문에 진보진영은 대선 정치방침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보진영이 대선정국에서 사실상 소외된 형편이다.

반면 본인의 출마로 선거인단 모집에 민주노조진영도 열심히 노력해주고 있다. 전부 한번 나서보자는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대선구도에 빠진 진보진영의 몫을 제가 담당하는 구도로 가면 대선구도에 빠진 진보부분을 매울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전체 반 박근혜 전선을 크게 형성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세상
- ‘투쟁하는 노동자 대통령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다. 각 진보정당에서도 후보를 냈다. 교육감 선거의 파트너는 야권연대 후보인가 아니면 진보진영의 대선후보인가?

이수호

- 보수진영을 포함해서 생각할 수는 없지만, 교육은 사실 폭이 넓어야 한다.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서 민주당까지는 포괄 할 수 있어야 한다. 용어로 분류하면 야권연대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마음과 중심이 향하고 있는 곳은 있을 수 있지만 교육감 선거를 전술적으로 본다면 민주당까지 포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보수진영이 문용린 같은 장관출신 관료, 서울대 출신 엘리트를 내세운 것이 오히려 좋은 구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정말 실제로 현장을 함께 알 수 있는, 아이들 아픔을 이해하는 교육감을 대중들이 믿어 주리라 확신하기 때문에 힘차고 당당하게 가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이수호 후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현장’과 ‘정면돌파’였다. 그가 진보진영의 평가에도, 보수진영의 공격에도 당당히 정면돌파 하는 최초의 현장 출신 서울시 교육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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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 서울시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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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세상은 소위 진보교육감후보로 나온 5명 모두를 인터뷰하나요? 아님 이수호후보만? 강승규옹호론! 여전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