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에서 노동과 노후소득보장은 어떻게?

고용률 증가 없는 ‘정년연장’은 불가능

‘완전고용’에 가까워야 정년연장 가능 ... 기업문화도 개선

철밥통인 50대 정규직들이 청년 고용을 갉아먹고 있다는 세간의 주장은 OECD 국가 전체의 통계치로는 엉터리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9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근로와 노후소득보장제도 간 연계에 대한 국제회의’를 열었다. 이 국제회의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동과 노후의 소득보장 체계의 연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회의는 유럽의 고용과 연금체계, 대만의 인구 변화와 연금개혁, 한국의 국민연금과 노동시장 등 3개 세션으로 나눠 하루 종일 열렸다.

2008년 금융위기는 영미식 모델의 한계와 극복과제 제시

첫 번째 세션에서 발표를 맡은 앙리 스테다니크 프랑스경제현황연구소 세계화국장은 “정년을 늘리기 위해선 완전고용률에 가까운 고용과 노년층을 고용하려는 기업의 채용기조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앙리 국장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전후해 영미식 성장모델의 위험성을 전세계가 광범위하게 인식하게 됐고 위기의 고용구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나라인 스웨덴, 덴마크, 영국은 55~643세 인구의 고용률이 높고, 핀란드, 네덜란드, 독일 등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국가의 성공요인은 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강한 고용수요에 있고, 이는 높은 교육수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스웨덴은 이미 2004년 NDC 연금개혁으로 연금수령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바꾸었고 자동조절정책을 채택해 위기시대에 잘 대처했다. 덴마크는 은퇴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였다. 핀란드는 노년층의 노동시장 유인책과 함께 지난해 저소득층을 위한 ‘최소연금제’를 도입해 이중의 연금구조를 만들었다.

청년-고령자 일자리경쟁 근거 없고 오히려 고용율 정비례

이탈리아 연금제도 개혁 과정을 설명한 카를로 메짜페로 볼로냐대학 교수는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와 청년층의 경제활동이 양립하기 위해선 고융률이 상승돼야 하고, 고용율이 떨어지면 정년연장도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역시 올해부터 NDC* 방식의 급여계산법을 적용한다. 지난해 이탈리아 연금개혁의 특징은 이와 함께 조기퇴직제를 사실상 폐지해 62세 이전에 퇴직하면 오히려 불이익을 준다. 이탈리아는 연금개혁 이후 평균퇴직 연령이 3세 정도 높아졌다. 고령층의 노동시장 이탈을 다소 억제했다.

앤드류 레이리 OECD 사회정책부 연금국장은 “청년과 고령층 사이의 일자리 경쟁은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고령 노동자의 고용이 젊은 세대의 고용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앤드류 국장은 유럽에선 1970, 80년대에 조기 은퇴 붐이 일었으나, 2000년대 들어선 중고령층 노동자의 노동참여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연금제도, 광범위한 저소득 사각지대 해소가 급선무

세 번째 세션에선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 국민연금과 노동시장’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방 연구위원은 한국의 노동시장의 특징을 매우 낮은 고용율과 높은 자영업자 비율(경제활동인구의 32%), 이중적 노동시장과 광범위한 취약노동자, 매우 이른 법적퇴직 연령,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예상 등을 들었다.

방 위원은 한국의 연금개혁 방안으로 ‘점진적 개혁’을 들었다. 방 위원은 연금개혁보다는 오히려 저출산 등 노동시장 인구 변화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 위원은 “노동시장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전일제 가사노동자와 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노동자 집단에 주목해 사각지대 해소가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국민연금법을 개정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특히 2007년 개정으로 60%였던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까지 낮췄고 연금을 받는 연령도 기존 60살에서 내년부터 5년마다 1살씩 늦춰져 65세까지 올라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은 “자의든 타의든 한국은 조기퇴직이 보편화돼 있어 앞으로 높아질 연금수급연령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하는데 이는 곧 노후소득 불안정을 낳아 사회문제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조조정 등으로 조기 퇴직하는 우리 노동시장 관행을 고치라는 주문이다.

윤 위원은 한국의 정책방향으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시점을 가능한 한 늦추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된 일자리에 근무하는 동안에 새 일자리에 적응할 재교육을 의무화하는 것도 한 방안으로 들었다. (기사제휴=울산저널)

* NDC(National Defined Contribution) : 명목확정기여식 소득비례연금. 매달 내는 국민연금 액수는 확정돼 있지만 실제 보험료는 적립되지 않고 명목상으로만 기록되는 방식. 스웨덴의 경우 납부한 보험료와 퇴직시점의 인구전망, 경제성장률 등으로 노후의 연금액을 결정한다. 스웨덴 연금생활자들이 받는 매달 연금액은 ‘NDC + 소득비례연금(PPR)’이다.
** 소득대체율 : 매달 연금을 40년 동안 넣었을 때, 자신의 전 생애 평균임금과 비교해 노후에 매달 받을 연금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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