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원하청 공동투쟁 ‘적신호’, “민주노조 근간 흔들려”

비정규직지회·노동사회단체, “연대 훼손 말길” 호소

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가 불법파견 특별교섭 중단을 선언하면서, 현대자동차 원하청 공동투쟁에 적신호가 켜졌다.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 역시 비정규직 3지회에 “교섭권과 체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요구하며 연내 합의 도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를 비롯한 노동사회단체는, 정규직노조와 금속노조가 비정규직 주체를 배제한 채 잠정합의를 강행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 아산, 울산, 전주 비정규직3지회는 27일, 긴급 성명서를 통해 “불법파견의 피해 당사자인 비정규직 주체가 동의하지 않는 합의는 있을 수 없다”며 “교섭의 직접적 이해당사자 의견을 무시하고 다수결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며 다수에 의한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노동, 사회단체들 역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현대차 정규직노조의 일방적인 잠정합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비없세)를 비롯한 노동사회단체는 28일 오전, 대한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에서조차 명백히 불법이라고 판결한 사내하청을 용인하고, 일부만 정규직화하는 것은 계급적 연대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지환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사측과 노동조합의 일부 동지들은 사내하청지회의 6대 요구안이 비현실적이라고 이야기한다”며 “하지만 회사가 대법원의 불법파견 인정에 입각해,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명백한 요구가 정말 비현실적인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3지회의 동의 없는 장점합의 중단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망을 위해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 쟁취를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십 수 년간 투쟁으로 희생된 노동자의 핏값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대법원 판결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싸움”이라며 “불법파견이 명백한 이 싸움에서 진다면, 민주노조 운동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서 “금속노조와 정규직노조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함부로 비난이나 불평을 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원하청 연대 없이 이 싸움을 이길 수 없는 만큼, 정규직지부 동지들이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만 바라봐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이 소장은 “정규직지부와 비정규직지회의 간극과 갈등이 커지는 것이 우려스럽지만, 이들의 마음만 다시 모인다면 이기는 투쟁을 할 수 있다”며 “정규직지부가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이 안타깝지만 이번만큼은 비타협적으로 뚫고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혜진 비없세 활동가 역시 “설령 사내하청노동자들이 싸우다 지쳐 이제 그만 하자고 하더라고, 함께 살아야 한다고 설득하고 일으켜 세워야 할 금속노조가 이제 투쟁을 그만하자고 말해서야 되겠나”며 “어렵지만 흔들리지 말고, 어떤 비난에도 두려워하지 말고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투쟁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을 외면하고 배신하느냐, 연대하고 함께하느냐에 따라 이 싸움의 결과는 달라지게 된다”며 “대법원에서조차 명백히 불법이라고 판결한 사내하청을 용인하고, 일부만 정규직화하는 것은 계급적 연대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정규직노조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와 합의 없이 사측과 잠정합의 하는 일은 없어야 하며 지금 해야 할 일은 비정규직노조와 함께 정규직 노동자들을 설득해 연대파업을 조직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