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신자유주의 피해자인 50대에 희망 못 줬다”

우클릭 쇄신 바람 민주당에 쓴 소리...“국민 눈물 닦아줄 의제 설정 실패”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18대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을 신자유주의 폐해 극복을 위한 제대로 된 의제 설정에 실패한데서 찾았다. 대선 패배 이후 중도 우클릭 쇄신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한 민주당에 정동영 상임고문의 쓴 소리는 광폭의 좌클릭 주문을 담고 있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1일 2013년 새해를 맞아 신년사를 대신해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번 대선은 의제 없는 선거가 패인”이라며 열렬한 민주화 운동 세대였던 50대의 이반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의제 설정 실패의 단초를 찾았다.

50대는 87년 6월 항쟁 땐 25-35세의 넥타이 부대로 민주화운동의 주축세력이었으며,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에게 지지를 보냈던 40대였다는 것이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이들의 변화를 민주당 정부 10년의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찾았다.

정동영 고문은 “50대는 97년 IMF 위기가 닥쳤을 때 35-45세로 구조조정과 경제위기의 피해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겪었던 세대”라며 “이들은 IMF 5년 뒤인 2002년 대선에서 40대로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걸었지만 이 시기 비정규직은 급증했고 먹고살기는 더 힘들어졌으며 양극화는 더 깊어졌으므로 50대에게 민주정부 10년은 경제적으로 어두운 시절이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동영 고문은 “50대는 그들이 만든 자유주의 정부 아래서 경제적 자유주의(신자유주의)의 대표적 피해자가 된 셈”이라며 “민주당은 신자유주의의 피해자들인 50대에게 대선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데 실패했으며, 상대방(박근혜)은 야당 후보를 참여정부의 틀 안에 가두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일정부분 성공했다”고 진단했다.

정동영 고문은 “오늘의 50대는 자식 등록금 걱정, 취직 결혼 걱정, 본인의 노후 걱정, 건강 걱정, 집값 걱정 등 양 어깨가 걱정 보따리로 무너져 내릴 지경에 있는 세대라는 지점이 전략적 승부처였다”며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부터 방향을 전환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삶을 보호하게 하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노선이 50대를 비롯한 99%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품어 안을 수 있는 대안노선이었다”고 성찰했다.

노동3권 보장과 증세 의제화 강조

이런 진단 아래 정동영 상임고문은 경제민주화의 핵심적인 의제로 노동 3권과 복지국가를 위한 증세 의제화를 강조했다.

정동영 고문은 “현대조선소의 2만 5천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노동조합원은 100명밖에 안 된다. 노조에 들어가면 짤리거나 엄청난 핍박을 받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현대조선소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대선 후 목숨을 던진 배경이며, 노동3권 보장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정 고문은 또 “복지국가로 가려면 당연히 조세와 재정에 관한 논쟁이 여야간 복지국가론의 차별점을 이뤄야 했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수년간 복지국가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증세 없는 재정마련이라는 족쇄를 스스로에게 채우고 증세론을 금기시했다. 이것이 당의 한계였다”고 평가했다.

또한 “2011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진숙 씨를 향해 달려간 희망버스는 한국사회에서 최초로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 노동자 투쟁과 연대한 상징적 사건이었다”며 “제1야당인 민주당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을 말하려면 희망버스에 전면적으로 결합할 것을 주장했지만, 이 주장은 당 차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았고 이것이 민주당의 한계였다”고 설명했다.

정동영 고문은 이런 배경을 통해 “2010년 지방선거 때는 도시락 무상급식이라는 의제로 승리했고, 2012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는 야당이 복지국가로의 시대전환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소화하지 못함으로써 제대로 된 의제를 창출하지 못하고 패배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정 고문은 “정치민주화를 넘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향한 꿈은 이미 국민 공통의 꿈이 되어 있다”며 “멘붕(멘탈붕괴)이 끝난 자리에 희망이 온다”고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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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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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69

    자칭 진보라는 평론가들이나 가면쓴 문재인보다 솔직하고 정확하다

  • 33

    솔직은 한데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허깨비를 아직 붙들고 있는게 정동영과 민주당 좌파의 한계이기도 하다. 먼길 돌아왔지만 여전히 갈 길은 먼셈.

  • 12

    연기자가 극중에 캐릭터를 연기하다가, 그 캐릭터가 자신이 돼버린 케이스. 그래도 정동영 이런 모습이 나쁘지 않고, 솔직함이 베어있다고 본다.

  • 15

    정동영 만한 인물 민주당에서 찾기 어렵다. 민주당이 진작에, 집권했을 때...
    저 정도의 생각만 가졌어도 그들은 이번 선거예서
    지진 않았을 게다. 보수정당의 한계이지만...

  • 가짜진보무조건투쟁대상

    그런줄 알면 사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