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진보정의당, 사민주의 이념으로”

“진보라는 말, 시효 끝나... 사민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 만나야 집권 가능”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가 진보정의당이 이제는 진보라는 개념을 버리고 이념적으로 사회민주주의를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상훈 대표는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진보정의당 부설 진보정의연구소주최 ‘18대 대선, 박근혜 정부 5년, 그리고 진보정당’ 집담회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집담회 발제를 맡은 박상훈 대표는 “진보정의당이 공유하는 이념과 가치가 무엇인지 모호하다”며 “이제 진보라는 개념으로 그 내포와 외연을 명확히 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훈 대표는 “조봉암 선생이 진보당을 만들었을 때 진보의 의미는 자유민주주의였다”며 “진보는 민중운동이 커지면서 사회주의나 좌파라는 말을 쓰지 못할 때 비슷한 언저리로 표현한 열정의 덩어리 같은 표현으로 이제 그 시효는 끝났다”고 못 박았다. 이념적 언어가 자유롭지 못한 조건에서 어쩔 수 없이 채택된 면이 크다는 것이다.

박상훈 대표는 “영어로 진보를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라 설명하면 그 말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며 “대개는 발전주의 내지 성장주의적 가치를 표현하는 용어일 때가 많아 부르주아 정당이나 보수적인 정당을 의미이며, 이는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에도 진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훈 대표는 현실적으로 진보라는 말을 써야한다 해도 이념적으로는 사회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훈 대표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다 서양에서 했던 제도를 수입한 것으로 앞선 나라의 좋은 경험을 떼 놓을 수가 없다”며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 고대 아테네와 로마의 민주정과 공화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후에 인간이 만든 위대한 작품은 사회민주주의”라고 운을 뗐다.

이어 “왜 한국의 진보세력들은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소극적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보편적 사상과 이론으로 이미 갖춰져 있고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확고한 성공 사례로 자리 잡고 있는데도, 다른 무슨 이념성을 갖고자 사민주의를 피해가려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1차 대전 후에 민주주의의 모델 국가였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미국의 민주주의를 유럽의 민주주의가 앞설 수 있던 것은 사민주의 때문이었다”며 “누구에게나 복지혜택을 주고, 경제라는 것도 그 사회 전체를 관리하는 민주주의나 정치에 의해서 조절될 수 있다는 생각은 장난이 아니었다”고 사민주의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 (사민주의가) 위기라고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성과가 있는 사민주의를 왜 우리나라 진보는 우습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민주주의를 하는 한 우리가 실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은 사민주의”라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주의를 하면서 그 사회적 내용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가 우리 사회 진보의 보이지 않는 함의인데도 왜 사민주의만 쓰면 다 작아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사민주의보다 더 진보적인 무언가를 찾는 것 같으면서도 민주통합당과는 버젓이 잘하는 건 또 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상훈 대표는 “정당이 넓게 연대하려면 굳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사람들 사이에 의미를 공유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며 “그 이념의 무기를 갖지 못한 속에서 진보가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디 사민주의에 대해 철저하게 살펴보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상훈 대표는 “진보가 집권하려면 진보만으로는 안 된다. 자유주의세력 안에서도 개혁적인 사람들과 연대해야 하는데 진보적 자유주의와 사민주의가 가깝다”며 “진보정의당이라는 이름을 쓰더라도 그 내용에는 보편성을 담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운이 좋아 유럽보다 더 나은 사민주의를 한다면 그 기초 위에서 상상하면 되는데 왜 좋은 무기를 활용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날 집담회는 조현연 진보정의연구소 소장이 사회를 맡고,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가 발제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보정의당 천호선 최고위원과 김제남 의원,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 정상호 서원대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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