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문’ 종영...영화는 끝났지만 용산은 끝나지 않았다

김일란 감독, 아직 다 못한 이야기 남아... ‘두 개의 문 2’ 구상 중

1월 19일, 영화 ‘두 개의 문’이 종영했다. 누적관객 7만 3천 명. 2012년에 개봉한 독립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두 개의 문’의 흥행으로 대중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가던 용산참사의 기억이 환기됐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졌다. 관객들은 2년 만에 다시 남일당을 찾아 자발적으로 추모집회를 준비했고, 공터가 된 남일당에 헌화했다. 지난 19일에 열린 용산참사 4주기 추모대회에는 2천 명이 넘는 시민이 참석했다.

‘두 개의 문’이 남긴 것 - “용산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같은 정치인들은 물론, 많은 영화인들도 두 개의 문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어느 배우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인터뷰에서 추천하고 싶은 영화로 ‘두 개의 문’을 꼽기도 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도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당시 ‘두 개의 문’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비록 영화를 보지 못한 채 쫓겨났지만.


‘두 개의 문’을 연출한 김일란 감독은 “한 해 동안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독립영화, 그것도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한계에도 7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일은 그야말로 이례적인 일이다. 김 감독은 “용산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가족들의 명예회복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그대로 관객동원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용산을 잊지 않은 관객들의 힘”이라는 것.

김일란 감독의 말처럼 ‘두 개의 문’은 관객들의 바람으로 이뤄졌다. 관객들은 배급과 극장상영을 위해 ‘두 개의 문 배급위원회’에 십시일반 후원금을 보냈고 그렇게 모아진 힘으로 두 개의 문은 상영될 수 있었다. SNS와 입소문을 통한 홍보도 관객들의 몫이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누군가를 다시 영화관으로 이끌었다. 누군가에게 이끌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시 또 다른 누군가를. 7만 3천 명이라는 관객동원은 그렇게 쌓여진 숫자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추모집회를 기획했고, 유가족들이 용산참사 현장을 떠난 지 2년 만에 다시 남일당에서 촛불을 밝혔다. 영화를 본 761명의 시민들은 용산참사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고발장을 냈고, 총선에 출마한 당시 경찰 책임자의 낙선운동을 전개했다. 오직 영화의 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 이후, 사람들은 “용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이원호 사무국장은 “영화가 전국적으로 개봉하면서 용산참사가 다시 전국적 규모의 이슈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이원호 사무국장은 “지난 10월 진행된 ‘생명평화대행진’에서 ‘두 개의 문’을 봤다며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시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용산참사 4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한 시민들

김일란 감독도 “많은 시민들이 용산참사를 이미 예전에 끝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지만 영화 개봉 이후에는 용산참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현실이라고 다시 인식했을 뿐 아니라 재개발 제도의 문제를 바라보는 보다 단단한 시각을 갖게 된 이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관객뿐 아니라 당사자인 유가족들과 활동가들에게도 힘이 됐다. 유가족들은 많은 이들이 용산참사를 다시금 떠올려주는 모습에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4주기 당일이었던 지난 20일, 희생자들이 안치된 마석 모란공원 열사묘역에서 유가족 김영덕 씨는 “함께 해주는 여러분을 믿어 희망을 잃지 않고 4년을 버틸 수 있었다”며 “용산참사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일란 감독은 “많은 이들이 잊지 않고 함께 한다는 의미가 ‘두 개의 문’이 유가족들에게 준 힘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개의 문’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화가 많은 성과와 의미를 남겼지만 김일란 감독은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다. 김일란 감독은 “영화가 잘 되서 오히려 아쉬운 점이겠지만 배급위원회 활동을 더욱 활발히 하고 더욱 많은 성과를 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자를 구속하고 처벌받게 하거나 구속자를 당장 사면하게 하는 정도는 어려웠겠지만, 여론이 더욱 활발해졌으면 청문회 정도는 이끌어 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다.

김일란 감독은 “영화 한 편으로는 용산참사의 진실을 다 담아낼 수 없었다”고 말한다. 영화를 만들면서 어쩔 수 없이 빼야했던 장면들과 이야기들도 숱하다. “영화가 요구하는 용산의 진실이라는 것이 다소 추상적이기도 했고, 미처 하지 못한 말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김 감독은 “두 개의 문의 ‘극장상영’은 끝났지만 (공동체 상영은 계속 이어진다) 용산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지유, 김일란 감독 (왼쪽부터)

‘두 개의 문 2’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김일란 감독은 “아직 구체적으로 기획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용산참사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눠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개봉기간에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할 때마다 관객들에게 용산참사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고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아직 관객들과 해야할 말들이 남아있다는 약속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 개의 문 2를 만들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관객들에게 남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 아닌가하는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김일란 감독은 “두 개의 문 2가 만들어진다면 국가폭력이 이뤄지는 지점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짚어내고 싶다”고 밝혔다. “다소 추상적”이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진상규명을 위해서 무얼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층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목이 ‘두 개의 문 2’일지는 모르지만 “관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고 용산참사의 진실 역시 계속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김일란 감독의 다음 영화도 용산참사를 소재로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오래 찍고, 오래 편집하는 다큐영화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아마 차기작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개의 문 2’를 볼 수 없게 되더라도 용산참사가 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두 개의 문’을 본 모든 관객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2012년 7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추모집회

덧붙임

1.
두 개의 문을 제작한 ‘연분홍치마’는 현재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현실을 살피는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 연출은 한영희 감독.

2.
P2P 사이트에는 ‘두 개의 문’이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다. 김일란 감독은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고 용산참사의 진실에 관심을 갖는 일은 반갑지만, 독립영화 배급의 구조를 생각한다면 불법 다운로드보다는 제대로 된 경로로 영화를 관람해 주면 더욱 좋겠다”고 말했다.

‘두 개의 문’의 극장상영은 끝났지만 공동체 상영은 계속된다. 문의는 ‘연분홍치마’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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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연분홍치마 , 용산참사 , 두 개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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