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막을 수 있었다” 한미 대북 외교 실종이 낳은 비극

[긴급토론회] 평화=비핵화에 기초한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후 격랑 속으로 빠져든 한반도의 현재에 대해 시민사회와 학계가 모여 핵실험의 배경과 해결책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평화적 노력이 유일한 해법이라며 한미 정부에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14일 “북한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긴급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서재정 존스홉킨스대학 교수는 “지금 상황은 아주 긴요한, 한반도 평화안정의 분기점”이라고 전제하고 “지난 1년간 실종된 외교가 북의 핵실험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며 한반도 평화=비핵화에 기초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유일한 대안으로 제안했다.


서재정 교수는 무엇보다 오바마, 이명박 한미 정부가 공조했던 “전략적 인내” 조치와 대북 외교 정책이 북의 3차 핵실험으로 이어졌다고 지목하고 이들 정책의 실패를 제기했다. “전략적 인내”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북의 대량살상무기 제한이었지만 북은 지난 4년간 미사일과 핵무기 기술을 증대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대북 외교는 북의 핵무장을 제한할 유일한 수단이었지만 한미 정부는 이 또한 방기하며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했다고 서 교수는 지적했다.

한미 “전략적 인내” 조치와 대북 외교 정책의 실패

서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애초 지난 해 2월 29일 북미합의에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 실험, 우라늄 농축활동을 포함한 영변 핵 활동에 대한 유예에 합의했다. 또 영변 우라늄 농축활동 유예를 검증하고 모니터하며, 5메가와트 원자로와 관련시설 불능조치를 확인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팀 복귀에도 합의했다.

그러나 한미 정부는 북에 대한 외교적인 노력을 지체했고 이는 외교적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북의 광명성 발사 후 미국은 이를 미사일 발사로 규정하고 유엔 제재 대상을 확대하는 의장성명 채택을 주도하며 북미 관계는 경색된다. 그러나 이후 유화조짐 속에서 8월 북한은 미국에 “핵문제 해결의 기본 장애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고 평화 관계 건설을 위한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이 또한 한미 양국이 10월 7일 북 전역을 사정권에 넣도록 ‘미사일 지침’을 개정하며 급변한다.

급기야 한미 양국은 10월 24일 북의 모든 위협에 대한 전방위 대응 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하는 등 오히려 대북 군사적 조치를 강화했고 12월 12일 북의 은하3호 발사에 대해서도 북에 대한 제재 대상을 확대하며 대북 관계는 더욱 경색된다.

결국 이후 북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할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에서도 한미 양국은 북이 마지막으로 열어 놓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할 외교적 노력을 방기하고 “오히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하며 마지막 대화의 문마저 차단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서 교수는 지적했다.

서재정 교수는 근본적으로 핵실험의 1차 책임은 북에 있지만 북은 미국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길을 찾는다는 점에서 북이 수차례 내놓은 외교적 해결의 길을 찾지 못한 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평화=비핵화에 기초한 남북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서 교수는 그러나 현재 국면이 “유일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고 이 기회의 창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며 “평화=비핵화라는 사고는 이상주의가 아니라 유일한 현실적인 제안”이라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은 북의 핵실험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나타내는 한편 남한 내 핵문제 또한 간과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 국장은 “한국 정부는 지난 1월부터 계속 재처리 실험시설을 5월부터 가동하겠다, 고속로를 올해 2월부터 본격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남한에 훨씬 많은 핵발전소가 있고 핵기술을 더욱 개발하려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를 주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한국부터 비핵화를 실천하며 북에 요구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북이 핵실험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개연성이 다분하다”며 “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시급하게 대북 특사 파견 등 대화와 협상으로 향할 수 있는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북의 벼량끝 전술은 2009년 이후 변화되고 있다며 “분쟁지역화라는 대남전술, 미국에 대해서는 벼랑끝 전술, 북을 선택하도록 하는 중국에 대한 결박론”으로 대응해왔고 현재는 북중 동맹을 요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교수는, 중국은 북에 대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할 것으로 보는 한편 이러한 중국에 대해 한국이 북에 대한 압박을 요구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와 같은 식물 외교로 이어질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그는 또한 “북한의 분쟁지역화에 대해 무시하거나 불임외교로 방치하거나 북의 핵능력을 경시하면서 소규모 분쟁을 고조시킨다면 과연 이것이 누구에게 좋은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동북아 비핵화 운동 필요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한국사회의 핵 감수성이 적다”며 한국사회의 핵에 대한 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화두를 던졌다. 그는 “이제는 동북아 비핵화를 위한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핵 없는 세계’에 대해 얘기했는데 이를 위해 나설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다”라고 말했다.

서재정 교수는 이 점에서 “3차 핵실험이 일본 7월 참의원 선거후 평화헌법 개정 가능성과 일본의 재무장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주목하고 한반도의 핵 문제만이 아니라 동북아비핵화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긴급토론회는 참여연대, 시민평화포럼, 환경운동연합, 국회생활정치실천의원모임이 공동 주최했으며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20여 명의 참여 속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