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영부인 사업’으로 불리면서 지난 정부에서 적극 추진한 ‘한식 세계화 사업’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게 됐다. 한식세계화 사업은 2009년 5월에 민관합동의 한식세계화추진단이 출범하고 당시 영부인인 김윤옥 씨가 명예회장을 맡으면서 지난 4년 동안 총 769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그러나 당초 “한식을 2017년까지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와는 달리 성과도 없이 세금만 낭비했다는 빈축을 사면서 4대강 사업과 함께 피감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는 이명박 전 대통령 퇴임 다음날인 26일 본회의에서 ‘한식세계화 사업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가결했다.
한식세계화 사업 감사를 요구한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27일 “범정부 차원에서 2009년 시작된 한식세계화사업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성과도 없이 지금까지 총 769억 원의 막대한 예산만 소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식세계화 사업을 추진하던 측에선 “정치적 논란에 휘말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식재단 초대회장을 지낸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명박 전 대통령 퇴임 직후에 정치적 이슈로 부각된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한식세계화 사업은 안정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대통령이나 영부인 이름이 나오면서 정치적 논란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식을 세계화하는 것은 어떤 것보다도 우리 국민들의 90% 이상이 찬성하고 있고 외국교포들도 환영하고 있는 일”이라며 “이 좋은 사업들이 본말이 전도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이번 감사에서 핵심적인 문제로 지목되는 ‘뉴욕 맨하탄 플래그쉽 한식당 개설사업’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는 부족함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초기단계이고 특히 플래그쉽 식당만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욕 맨하탄 플래그쉽 한식당은 한식세계화추진단에서 세계 주요 도시마다 국가브랜드 제고를 위해 개설한 식당이다. 그러나 2011년 예산부족을 이유로 사업이 중단되면서 남은 예산 50억이 졸속으로 전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한식재단은 예산사용 기간 종료 이틀 전인 2011년 12월 29일에 연구용역 28건, 40억의 예산을 사용했다. 또한 연 2억 정도가 소모되던 홈페이지 운영비를 2011년에는 11억 4천만 원으로 책정해 사용했다.
청와대 2부속실에서 만든 한식재단 명예회장인 김윤옥 씨의 저서 ‘김윤옥의 한식이야기’에 5억의 외주용역비가 투여되거나 유럽의 한식당 가이드북을 제작하는데 11억의 비용이 들었다는 사실도 한식재단의 방만운영의 사례로 지적된다. 당시 11억의 예산을 들인 가이드북 20만 권은 관광안내소 대신 한식당 창고에 쌓여있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연구용역 사업이 한식세계화 기초 작업에 필요한 용역이라도 연말에 갑자기 하는 것은 여러 가지 논란이 될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방만한 운영에 대한 의혹들은 부풀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영록 민주통합당 의원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계획 자체가 뜬구름 잡는 식으로 추진돼 1000억 원에 가까운 예산만 투입됐다”며 한식 세계화 사업이 예산만 낭비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뉴욕 맨하탄 플래그쉽 한식당 예산의 전용에 대해서도 “불용처리돼야 하는 예산이 천일염의 생리활성규명, 청국장 스포츠기능성 연구 등 한식세계화와는 상관없는 연구용역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한식재단에 대해서도 “연 100억 정도의 예산을 지원 받아 운영됐는데, 이사들도 자주 교체되고 직원도 평균 6개월 만에 교체되는 등 방만하게 운영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