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연정, 정치 야합이 낳은 베를루스코니의 승리

이탈리아 대연정 구성, 중도좌파와 보수의 불안한 동거 시작

지난 겨울 이탈리아 총선이 정치 야합 속에서 결국 베를루스코니의 승으로 귀결됐다.

민주당 엔리코 레타 총리는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과 몬티의 중도연합과의 대연정 내각을 발표하고 29일 국회에 신임을 물었다. 새 내각은 민주당 9명, 자유국민당 5명, 중도연합 3명과 함께 무소속 4명 등 모두 21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2월 24, 25일 총선 후 어떤 당도 뚜렷한 우세를 점하지 못하며 2개월 간의 난항 끝에 새 정부가 구성됐지만 결국 정치 야합에 따른 자유, 보수 세력의 불안한 동거로 귀결됐다는 평가다. 국가 부채 위기를 야기한 베를루스코니, 긴축을 강행했으면서도 부채를 덜어내지 못한 몬티 모두 새 정부에 참여했다. 특히 연정은 제2당으로 부상한 베를루스코니 입맛에 좌우될 수밖에 없어 결국 지난 총선이 베를루스코니의 승리로 끝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출처: http://www.huffingtonpost.it/ 화면 캡처]

베를루스코니는 이번 새 내각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정부 요직에 측근을 앉혔다. 엔리코 레타 총리부터 베를루스코니의 오른팔인 기안니 레타의 조카다. 자유국민당 사무총장 안젤리노 알파노는 부총리와 내무부 장관으로 지명됐고 내각에 5명을 꽂았다. 베를루스코니는 또 주택세 폐지 등을 요구하는 한편 사안에 따른 협력을 예고해 정국 불안정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선출된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연정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무산된 4번의 선거에 이어 5번째 선거에서 선출된 그는 이번에 대연정을 구성한 3당 연합의 결과이기도 하다. 연임 직후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새로운 총선 대신 “무조건” 연정을 구성하라고 정당들에 촉구했으며 새 정부를 “유일하게 가능한 해법”이라고 불렀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2011년 베를루스코니의 사퇴 후 좌파가 요구한 즉각적인 총선을 거부하고 브뤼셀이 선호하는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위원 마리오 몬티를 총리로 내세운 바 있다.

긴축에 대한 정치적 평가로 주목됐던 이탈리아 총선 결과가 결국 정치 야합으로 끝나며 긴축과 정치적 부패를 제기했던 목소리들은 숨이 막히게 됐다.

“오성운동당”의 베페 그릴로는 대통령 선출 과정에 대해 “쿠데타”라고 비난한 한편 레타 정부를 “도둑과 깡패들의 정부”라고 불렀다.

이탈리아 기업들은 환호하고 나섰다. 이탈리아 산업연맹 “코인핀두스트리아”는 레타 총리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새 내각을 “양질의 정부”라고 불렀다.

레타 총리는 현재까지의 긴축 정책에 거리를 두고 경제를 활성화하며 실업률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업률은 증가하고 사업체 도산은 계속되고 있어 그가 어떤 방식으로 경제 활성화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2012년 매일 평균 1,000개의 사업장이 도산했고, 도산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바보같은 세르사니

    이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코메디? ㅡ.ㅡ 우유부단한 민주당 개혁세력들은 도대체 무엇을 개혁하려고 했나?... 아마도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은 쪼개지고 오성운동에게 모든 걸 헌납해야 할 듯하다.

  • 보스코프스키

    같은 참세상 기사에 보니 서반아/스페인에서 이미 정권퇴진 무기 시위 발생 소식이 있던데 이태리도 역시 이에서 예외일 수 없을 만큼 조만간 상륙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지적대로 민주당 류들이 어디서나 몇 예외 빼곤 어리석은 것은 사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