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범을 안고 삼성의 심장부로...보고 있니?”

전태일, 이해남, 이현중, 삼성전자 최종범 열사 만나다

삼성전자서비스 앞에서 노동계 열사의 이름이 하나하나 불렸다. 충남지역 노동계는 13일 저녁 6시30분 삼성전자서비스 천안 두정센터(천안센터)에 모여 전태일 열사와 세원테크 이해남․이현중 열사, 그리고 ‘전태일일 순 없지만 전태일처럼’ 살고자 했던 삼성전자서비스 기사 최종범 열사를 추모하는 자리를 가졌다. 노동자들은 추모제의 마지막 순서로 ‘노동해방’ 글자에 촛불을 붙이며 어깨를 걸고,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올해 11월13일은 평화시장 봉제노동자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한 지 43주기다. 같은 날 오전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린 전태일 열사 43주기 추모식에서 유족과 노동계, 사회인사 등은 2013년 전태일 정신을 되새기는 자리를 가졌다.

또한 13일은 삼성전자서비스 기사 최종범 열사가 “배고파서 못 살겠다”며 자결한 지 14일째 되는 날이다. 열사의 시신은 아직 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되어 있고, 장례식장 밖에는 ‘삼성전자의 타살’을 주장하는 현수막이 수두룩하다. 그는 지난 달 31일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충남지역 노동자들에게 11월은 세원테크 이해남 이현중 열사를 기리는 애틋한 달이기도 하다. 2013년 11월은 이해남 이현중 열사가 세상을 떠난 지 10주기다. 이현중 열사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세원테크지회 2002년 154일 파업 당시 공장진입 투쟁 과정에서 구사대의 폭력에 두개골이 함몰되는 중상을 입고 투병하다 2003년 8월26일 서른 한 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해남 열사는 세원테크지회장으로 이현중 열사가 운명하고 장례투쟁을 벌이던 중, 회사가 이현중 열사의 죽음을 외면하고 노조탄압을 멈추지 않자 2003년 10월23일 본사인 대구 세원정공에서 노조탄압 중단과 민주노조 사수를 외치며 분신해 2003년 11월17일 사망했다.

정원영 금속노조 충남지부장은 “이해남 이현중 열사는 우리가 어렵고 힘들 때마다 자신을 채찍질하게 했다”며 “아직도 키가 크고 책임감이 강했던 이해남 열사의 모습과 10년 전 충남지역 총파업이 생생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10년간의 열사 투쟁을 뒤로 하고 앞으로의 10년은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노동자 박정식 열사와 삼성전자 최종범 열사를 새기고 제대로 투쟁하자”고 밝혔다.

최종범 열사의 동료 삼성전자서비스 기사 정우형 씨는 손수 적어온 글을 낭독하며 동료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정 씨는 “최선봉에 서자며 활짝 웃던 너, 금속노조가를 외치며 무척이나 열심이었던 너, 그런 너를 안고 삼성의 심장부에 섰다”며 “너의 실천에 감사하며 살아가겠다 다짐해본다. 최종범, 사랑한다. 고맙다”고 말했다.



최만정 민주노총 충남본부장은 “어떤 난관이 있어도 삼성에 맞선 최종범 열사의 투쟁을 승리로 가져가자. 어려울 때마다 열사를 생각하며 힘을 모으자”며 “투쟁 머리띠를 다시 동여매고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세상을 향해 달려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열사 추모제는 열사를 기억하는 많은 문화인․문화단체가 연대해 자리를 빛냈다. 노동가수 박준, 연영석, 이혜규, 지민주 씨와 충남지역노래패 억새풀, 천안시립예술단지회의 노래공연, 신바람과 김가영 씨의 진혼무와 춤 공연 등이 이어졌다.




최종범 열사의 동료 정우형 씨의 편지

지금 시간이 새벽을 넘어 흘러 흘러가고 있는데
단 한 자도 써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백지에 펜을 대며 고민 또 고민 중이다.
내가 뭐라 쓴들 너의 뜻이 오롯이 전해질 수 있을까.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종범아,
너희 희생하는 삶, 실천하는 삶.
최선봉에 서자며 활짝 웃는 너
활짝 웃으며 가슴이 떨린다 말하던 너
금속노조가를 외우며 무척이나 열심히던 너
그런 너를 안고 삼성의 심장부에 섰다.
보고 있니? 웃고 있니?
조금은 모자랄지라도 믿고 활짝 웃어주렴.
종범아, 마음이 무겁다.
일을 하며, 밥을 먹으며, 잠을 청하며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다.

너를 저 하늘 가장 높은 곳, 가장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일을 했으면. 밥을 먹었으면.
잠을 청할 수 있으면 감사하겠다.

종범에게 감사하며, 아니 너의 실천에
감사하며 살아가겠다, 다짐해본다.
최종범, 사랑한다. 고맙다.

덧붙이는 말

정재은 기자는 미디어충청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충청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대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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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삼성전자서비스 , 최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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