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TPP 협상문 공개...美, 저작권 120년 주장

한미FTA 보다 더 높은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TPP 참가 논란 예상

정부와 기업의 비밀 문서를 폭로하는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지적재산권 협상 초안을 공개한 가운데 한미FTA 보다 높은 수준의 내용이 확인돼 국내에도 논란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13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지난 8월 30일 TPP 12개 협상국 대표단에 배포된 지적재산권 분야 초안은 TPP 협상국 간 지적재산권 분야 다국적 법률 및 집행 체계를 수정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제안을 담고 있다. 이 초안에는 특허권, 저작권, 상표권과 산업 디자인에 대한 규정이 포함돼 있다. 이 내용은 개인의 권리와 시민 자유, 인터넷 서비스 공급과 인터넷 프라이버시 등에 대한 새로운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출처: http://www.theguardian.com/ 화면 캡처]

미국, 한미FTA 보다 높은 수준 주장...저작권 120년간 유지

남희섭 ‘정보공유연대IPLeft’ 전 대표(변리사)는 “미국과 유럽의 요구를 그대로 채용한 한미FTA 수위 자체가 높은 수준이지만 미국은 일부 조항에 있어 보다 강력한 조치를 주장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저작권 보호에 대해 한미FTA는 저작자 사후 또는 저작물 발행 이후 70년으로 규정돼 있지만 미국은 TPP에서 120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의약품 판매 허가를 위해 필요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임상실험 자료는 ‘공개된 경우에도’ 신약을 출현한 제약사가 독점하도록 했다. 한미FTA에서도 ‘자료독점권’을 통해 똑같은 성분의 약을 생산해도 신약사가 아니면 새로운 임상실험 자료를 제출하도록 해 신약사를 독점적으로 보호했지만, TPP에서는 이미 공개된 자료에 대해서까지 이 규정을 확대하고 있다.

의약품의 개선 효과만을 두고 특허권을 거절할 수 없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는 인도에서 유사한 이유로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시판한 노바티스 사가 패소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또, 특허 침해의 경우에 대해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규정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손해 이상의 배상에 대해서는 부당 이득이라는 이유로 제한하지만 미국 법원은 이를 채용해 왔다.

뿐만 아니라 위키리크스는 “제안된 특정 조치는 주권 국가의 법원이 따라야 하는 초국적 소송법을 제안하지만 인권에 대한 보호 조치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힌 한편, “이 챕터는 감시 및 집행 규정의 많은 부분을 ‘온라인 저작권 침해금지 법(SOPA)’과 ‘위조품 거래방지협정(ACTA)’으로부터 채택됐다”고 전했다.

남희섭 변리사는 협상문 초안은 전반적으로 “저작물과 발명의 사회적 이용을 장려하며 공공의 이해와 권리자에 대한 보호의 균형을 맞추는 데에 저작권이나 특허권의 의미가 있는데, 이에 대해 뉴질랜드나 캐나다, 칠레에서 주장하지만 미국은 모두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도 이에 대해 “12개 국가들이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TPP는 개인 자유와 표현의 자유와 함께 지적이며 창의적인 공공재를 짓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문 초안 유출은 TPP 협상에 큰 파문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TPP는 미국 주도 아래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렌드, 일본, 멕시코, 말레이시아, 칠레, 싱가포르, 베트남, 페루와 부르나이 등 12개국이 추진하고 있지만 비밀 협상 방침 아래 수행되고 있다. 미국 의회조차도 지정된 분야에 한에서만 열람이 허용됐다.

그러나 재계는 TPP에 긴밀하게 간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13일 미국 독립언론 <퍼퓰러레지스턴스>에 따르면, 미국 600개 기업 자문가들은 TPP 협상문 구성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할리우드와 제약사 위한 TPP...부시 보다 더한 오바마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비밀 협정에 대한 비판이 확산돼 왔다.

13D일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미래를위한투쟁(Fight for the Future)이라는 시민단체는 이미 TPP 내 포함된 ‘3진 아웃제’ 등 인터넷 검열 계획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운동을 통해 10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미래를위한투쟁의 캠페인 조직가 에반 그리어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이 자료는 미국 정부가 왜 그토록 어렵게 TPP를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밝힌다”며 “오바마 행정부는 열린 인터넷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 권리를 희생시키는 대신 할리우드와 제약사를 위한 SOPA와 같은 극단적인 저작권 강화를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희섭 변리사는 “미국 시민사회단체에서 TPP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가 FTA는 부시 전 대통령 등 공화당이 만들어낸 것이고, 제약회사나 문화자본의 로비라고 비판했는데, TPP는 오바마 대통령이 하니까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라며 그러나 “부시 보다 더 한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