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앞둔 칠레, 무상교육 학생운동의 승리

2011년 학생운동 이끈 청년공산주의자 카밀라 바예호 등 4명 의원으로 당선

무상교육을 위해 싸운 칠레 학생운동이 ‘신자유주의 실험실’ 칠레 보수 정치에 파고를 새겨 넣었다. 17일 칠레 대선에서는 무상교육을 약속한 중도좌파 ‘새로운 다수’ 연합의 미첼 바첼레트 후보가 47%를 획득, 사실상의 승리를 앞두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17일 칠레 대선 1차 투표에서 ‘누에바 마요리아(Nueva Mayoria, 새로운 다수)’ 연합의 미첼 바첼레트 후보는 92% 집계 결과, 46.7%를 얻어 내달 15일, 25%를 얻은 보수연합 에벨린 마테이 후보와 결선에 맞붙게 됐다. 바첼레트 후보는 애초 1차 투표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50%를 소폭 미달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우파 후보에 대한 지지율 총합을 크게 앞질러 사실상의 승리를 거두게 됐다. 바첼레트 후보는 이로써 2006년부터 4년 간 대통령직에 이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출처: http://www.aljazeera.com/ 화면 캡처]

‘누에바 마요리아’는 바첼레트의 첫 번째 집권 당시 지지층인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이 확대된 중도좌파연합으로 칠레 기독민주당, 민주당, 시민좌파당, 사회당, 공산당 등 8개 정당이 참여하고 있다.

‘누에바 마요리아’는 이번 대선에서 기업세 인상, 기업 과세이연 폐지 등 조세개혁을 통해 무상교육, 민간 연금 제도 개혁, 건강서비스 지원 등 소득격차 해소와 복지정책 강화를 약속했다. 이외에도 피노체트 독재 시절 제정된 다수당에 유리한 ‘이항식’ 선거 제도 개혁도 예정돼 있다.

1차 투표에서는 바첼레트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60%를 밑도는 낮은 투표율을 보이며 공약 이행에는 어려운 과정을 앞두고 있다. 이날 칠레에서는 하원 120명, 상원 20명과 지역 의회 의원을 선출했다. 총선 결과는 바첼레트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건이 될 전망이지만 낮은 투표율 때문에 우려를 낳고 있다.

피노체트의 유산에 따라, 칠레에서는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57%의 의회 동의가 필요하며, 선거제도 개혁에는 60%,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67%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18일 <가디언>에 따르면, ‘누에바 마요리아’는 상원에서 51%, 하원에서 48%에 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선 결과에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한 칠레 학생운동의 구호가 깊이 새겨져 있다.

모두 9명의 후보자 가운데, 피녜라 현 대통령의 보수연합 에벨린 마테이 후보는 25.2%에 그친 반면, 칠레 진보당, 자유당과 아옌데사회주의자들이 연합한 중도좌파 ‘칠레의 변화’ 연합(10.8%), 좌파 인문당(2.8%), 녹색생태당(2.3%), 평등당(1.24%) 등이 후보를 내고 다양한 좌파적 비전을 제시했다.

이들은 2009년 대선과 비교하면, 당시 1차 투표율 총합 55.9%에서 이번 1차 투표율 총합63.8%로 약 10% 가까이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2009년 1차 투표에서는 피녜라의 중도우파(44.1%), 사민주의 중도좌파(29.6%), 사회주의 중도좌파(20.1%), 좌파연합(6.2%)이 출마, 2차 결선 투표에서 피녜라 51.6%를 얻어 사민주의 중도좌파 후보(48.4%)를 따돌리고 승리한 바 있다.

당시 콘세르타시온이 피녜라 측에 참패한 이유는 피노체트 독재와 신자유주의 유산을 개혁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평가받는다. 18일 <융에벨트>에 따르면, 칠레 언론인 세르기오 파스는 칠레 언론 <헤네라시온(Generaccion)에서 “바첼레트는 임기 중 ‘부정의’라는 긴급한 문제를 변화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2011년 학생운동 이끈 청년공산주의자, 카밀라 바예호 등 4명 의원으로 당선

  카밀라 바예호 [출처: http://elmercuriomx.wordpress.com/ 화면캡처]

바첼레트 후보를 지지한 칠레 공산당 당대표 기예르모 테이예르는 이번 선거에서는 무엇보다 우익을 물리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를 위해 바첼레트 전 대통령이 최선의 카드였다고 본다. 현재까지 공산당은 향후 내각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열어두고 있다.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높은 GDP를 보이는 국가다. 하지만 1,700만 인구의 절반은 1달에 500 달러(약 53만원) 이하로 살며 세계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15개국 중에 속한다. 등록금은 세계 1위로 2위인 한국 보다 비싸다.

이 때문에 칠레 초등학생, 중고교생과 대학생 모두는 2011년 이래로 ‘모두에게 질 좋은 무상교육’을 요구하며 가두 시위, 학교/대학 점거 등 대대적인 학생운동을 벌여 왔다. 학생운동은 대학개혁 뿐 아니라 미디어재벌 피녜라 대통령에 맞서 조세제도 개혁, 구리광산 등 전략산업 국유화 등 전면적인 국가 정책 개혁을 요구, 무상교육운동을 전사회적인 운동으로 발전시키며 칠레 내에서 큰 반향을 얻었다.

18일 <로이터>에 따르면, 당시 학생운동을 이끌던 공산당 청년조직 소속 카밀라 바예호 등 5명이 이번 총선에 출마, 바예호를 포함해 4명이 당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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