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 미국의 속셈은?

미국 우려, “핵무기 아닌 중동 및 중앙아시아 역내 패권 유지”

미국과 유엔 5대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이 이란과 체결한 핵협상을 두고 역사적인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협상 배경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사회주의자웹사이트(WSWS)>는 25일 이번 협상에 대해 “미국의 주요 관심사는 이란 핵무기가 아닌 이란이 보유한 석유와 가스에 있으며,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지배적인 역할에 이란이 협조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적극적으로 협상을 추진한 이유를 설명했다.

[출처: http://www.aljazeera.com/ 화면 캡처]

미국 등 P5+1과 이란이 24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협상 내용에 따르면, 이란은 △5%를 넘는 우라늄 농축 활동 정지, △중부 아라크 중수로 시설 건설 동결, △20% 농축 우라늄 희석 과정 시행, △저농축 우라늄 재고 증식 중단, △우라늄 농축 역량 동결 및 추가 설치 금지, △기존 원심분리기 16,000개 중 절반 이상 가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 방문과 사찰 수용 등에 합의했다.

이란은 대신, △향후 6개월 동안 핵 관련 신규 제재 중단, △동결된 국외 35억 달러 자산의 단계적 복귀, △석유화학, 금과 금속, 항공기 부품 교역 제재 해제, △식료품과 중요 의약품에 대한 인도적 교역에 대한 제재 해제 방침을 약속 받았다.

미국과 서방은 앞으로 6개월 간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는 유지하면서, 이란의 합의 내용 진척 상황에 따라 최종적인 ‘포괄적 합의’를 위한 협상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WSWS는 이에 대해 “미국은 이란이 별로 얻은 것이 없다고 강조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며 “24일 성명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가혹한 제재를 계속 가해 이란이 대단치 않은 양보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서방이 양보한 총액은 70억 달러(약 7조4305억원)로 2013년 이란 GDP의 7%에 해당하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미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우방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의회의 반대까지 무시하며 적극적으로 나서 협상을 타결시켰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4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를 가지도록 하는 치명적 단계를 밟았다”며 협상이 ‘역사적인 합의’가 아닌 ‘역사적인 실수’라고 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지만 22일, 영국 대사는 “우리는 나라와 지역을 어떻게 방어할지 앉아서 고민하고 있지만은 않다”며 이번 협상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불쾌감을 전했다.

미국 의회도 이란 정부와의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공화당의 전면적인 반대 외에도, 민주당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24일 “이란이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동료 의원과 함께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선언, 협상안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의원도 이날 이번 협상이 불공평하다고 제기했다.

그러나 WSWS는 “오바마 행정부는 특히 로하니 대통령 집권 후 지난 6개월 간 이란과의 화해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며 “그는 미국과의 긴장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소수 계급의 이해에 부합 해 (...) 향후 6개월 동안 미국과 유럽 동맹은 분명, 이란에 대해 핵프로그램 뿐 아니라 시리아 내전을 포함해 지역 경제와 전략 의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WS는 또, 이스라엘이 강력하게 비판하는 이유도 미국과 이란 사이의 이해로 중동 지역에서의 전략적 관계가 수정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이란, 정식 협상 전 최소 3차례 비밀회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번 협상에 대해 “새 시대를 열었다”며 지난 대선을 염두에 두고 “협상은 이란 국민이 온화한 노선을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란 중산층을 대변하는 로하니 대통령은 취임 후 1979년 이란 혁명 이래로 깊어졌던 미국과의 대립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

로하니 대통령은 실제로 지난 6월 선거 이후로 서구와의 거리를 좁혀 왔다. 9월에는 미국 대통령과 1979년 이란 혁명 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협상에 참여한 무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2003년 미국 정부와의 ‘그랜드 바겐(대협상)’ 초안 작업에 긴밀하게 참여한 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특히 미국과 이란과의 사전 비밀회의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밀회의는 중동 지역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고 알려졌다.

AP에 따르면, 지난 3월 협상 초반, 최소 3번의 비밀 회의가 이란 핵프로그램이 아닌 시리아 내전을 포함해 지역 문제로 중단됐다. 이 회의는 지난 9월 유엔 총회까지 서방과 이스라엘에도 비밀로 부쳐진 바 있다.

협상 내용이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양측은 이미 협상 내용에 대한 이견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협상이 처음으로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를 인정했다고 주장하지만 존 케리 미국무장관은 이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

오바마는 24일, “이란이 협상 내용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는 제재 조치 완화를 중단하고 다시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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