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파티’비용? 정부가 퍼주고 누군가가 ‘꿀꺽’ 했다

금융자본에 퍼주는 이자비용, 공기업 노동자 전원 해고해도 못 갚아

지난달 14일,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정부가 공공기관을 향해 매서운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표적은 당연히 공공부문 노동자들이다.

현오석 부총리는 당시 “일부 기관의 경우 기업이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임직원은 안정된 신분과 높은 보수, 복리후생을 누리고 있다”며 “민간기업이라면 감원의 칼바람이 몇 차례 불고, 사업구조조정이 수차례 있었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공공기관의 과다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력 감축과 과잉 복지 축소 등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공공기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지속돼 온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예산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일각에서는 공공기관에 과다한 부채 발생의 핵심 원인이 금융시장에 쏟아 붓는 막대한 ‘이자’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기관이 채권시장으로부터 돈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자를 떠안게 돼 부채가 불어나고, 이자를 갚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채권시장에 퍼주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부채의 핵심은 금융시장에 퍼주는 어마어마한 ‘이자비용’

3일 오후, 공공운수노조 5층 회의실에서 열린 사회공공연구소 포럼에서 송명관 참세상 기획위원(부채전쟁 저자)은 “공공부채의 핵심은 이자비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명관 기획위원은 “기획재정부가 작년 12월에 발표한 일반정부 부채는 총 468조 6천 억 원인데, 이 중 순채무는 175조 3천억 원으로 5년 전에 비해 100조 6천 억 원이 늘었다”며 “그런데 국가 채무에 지급하는 이자는 5년간 누적 금액이 98조 3천억 원이나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순채무 증가분의 대부분이 이자 지급에 소모됐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자비용이 막대하게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송 위원은 공공부채에서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시점을 1998년 IMF 경제위기로 잡았다. IMF시기 이전에는 중앙은행으로부터 자본을 조달해 왔지만, 경제위기 이후 IMF의 요구에 의해 채권시장으로부터 자본을 조달하기 시작했고, 중앙은행의 개입이 금기시됐기 때문이다.

송 기획위원은 “국가부채는 민간부채와 달리 봐야 하며, 국가부채는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며 “하지만 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공공부채가 발생했다면 이자를 물 필요가 없지만, 현재는 채권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이자를 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10조 8천 억 가량의 부채를 쌓아두고 있는 철도공사는 금융시장으로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금융시장에 쏟아 붓는 이자비용은 연간 약 4천 억 원에 달한다. 철도공사는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철도이용료와 수익사업 비용으로 이 어마어마한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철도공사의 부채규모는 2008년 6조 7963억 원에서, 4년만인 2012년에 14조 3209억으로 2배 이상이 껑충 뛰었다.

철도시설공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부채 규모가 약 15조 7천 억 원인 철도시설공단은 금융시장에 연간 7천 억 원의 이자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철도시설공단은 철도공사와는 달리 별다른 수익 사업이 없으며, 철도공사로부터 지급받는 연간 6천 억 원의 선로이용료가 수익의 거의 전부다.

송명관 기획위원은 “철도시설공단의 이자를 갚기 위해 철도공사가 이용료를 올리는 것은 철도공사의 부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며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 이상 어떤 구조조정을 한다 해도 정상화는 불가능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의 이자비용은 연간 1조 1천 억 원에 달하며, 결국 철도이용료 등 국민들의 돈을 끌어다가 이를 채권시장에 넘기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가장 큰 이익을 가지게 되는 것은 금융자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력감축으로 부채 줄인다고?
12개 공기업 노동자 전원 해고해도 ‘이자비용’도 못 갚아


정부는 공공기관의 과다부채를 줄이겠다며 인력감축과 복지축소 등의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나섰지만, 이런 방식 부채를 축소하는 것은 ‘언감생심’에 불과하다. 현재 공기업 직원을 모두 해고한다 해도, 금융기관에 지급하는 이자비용조차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명관 기획위원은 “부채가 많은 12개 주요 공기업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이자는 200억이며, 한 달에 6천 억 원”이라며 “이는 12만 명의 받는 월급 500만원을 모두 합친 액수지만, 현재 12개 주요 공기업 종사자는 9만 명에 불과하다. 결국 9만 명 모두를 구조조정한다 해도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연맹]

신용평가사의 결정을 통해 금리가 결정되고 있는 것도 정부 재정의 구조적 모순을 심화시키고 있다. 현재 신용평가사들은 시장개방도, 외환보유고, 경상수지 등의 평가 항목을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등급을 매겨 금리를 결정한다.

송 위원은 “사기업인 신용평가사가 평가 항목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는 평가 항목에 목을 매고, 신용평가사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며 “선출된 권력이 사기업을 상대로 이자를 적게 내기 위해 아등바등 하는 순간, 통화재정주권을 상실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신용평가사의 평가 요구에 따라, 혹은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힘입어 공기업 민영화가 추진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송 위원은 “현재 상태는 돈은 없는데 상품이 많아 돈의 가치가 올라간 디플레이션 상태인데, 여기에 민영화를 진행해 공공부문 영역이 상품화 된다면 디플레이션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미 케인즈 경제학자들의 인플레이션으로 경제부양을 시키는 방식이 한계에 왔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오히려 역발상으로 돈이 줄어드는 만큼 상품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체계적 디플레이션 방법을 생각해 볼만하다”며 “이는 국가가 개입해 공공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제는 좌파들이 전면적인 기간산업 사회화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세적 대응 뛰어넘어 전면적인 기간산업 사회화 요구해야”

송명관 기획위원은 공기업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앙은행을 통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공기업을 재 국유화 시키고 이자비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럴 경우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으로 통화량이 늘어나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잘못된 오해이자, 보수 언론의 호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송 위원은 “만약 그 돈이 모든 사람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며 “하지만 단순히 통화량이 늘어난다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 돈이 특정 통장에만 들어가 있으면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현재 공기업이 떠안고 있는 부채의 성질을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위원은 “4대강에 돈을 쏟아 부었지만, 이것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국민의 후생을 위해 쓰이고 있지 않다”며 “공공자산의 형태나 기능, 효능에 대해 같이 질문을 던지며 정당한 부채인지, 쓸데없는 평가인지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현재 진보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공공부채와 관련해 노동조건 후퇴 방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며 수세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며 “특히 국가를 억압적인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는데, 국가는 엄연히 화폐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국가에 이런 재량을 부여한 만큼, 국가 부채에 대해 강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대위는 정부의 공공기관 구조조정 방안 발표를 앞두고 총력투쟁을 선언했다.

공대위는 4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의 부채는 정부가 주장하는 ‘방만경영’이 아닌 공공기관에 강제로 떠넘긴 4대강사업을 비롯한 해외자원개발, 보금자리 주택과 같은 정권차원에서 저질러 놓은 정책실패와 가스, 전기, 철도, 수도, 통행료 등 공공요금의 비정상적 통제, 불가피한 공공서비스 확충, 정부를 대신한 학자금 지원사업 등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정부가 당연히 책임져야 할 부채를 이유로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거센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정부에서 조만간 발표한다는 공공기관과 종사자 죽이기 방안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양대노총 전 공공노동자는 단결하여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며, 시민사회와 연대해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에 임할 것을 정부에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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