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자료, “장관 면허로 민영화 제한, 한미FTA 분쟁 소지”

경제적 수요에 따른 면허?...“‘법률’이든 ‘면허’든 국제법상 차이 없어”

정부에서도 주무관청 면허권에 의한 민영화 방지는 한미FTA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FTA에 따라, 철도운송서비스 관련 외국자본의 시장접근과 내국민대우에 대한 제한이 없어 철도운송서비스에 대한 국내외 민간자본의 참여는 사실상 열린 상황이다. 다만, “경제적 수요심사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법인만이 2005년 7월 1일 이후에 건설된 철도노선의 철도운송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면허권을 통해 한미FTA를 저촉하지 않으면서도 민영화를 주무관청 장관이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발행된 FTA 관련 정부 자료에 따르면, ‘경제적 수요심사’와 ‘면허권’으로는 민영화로부터 철도산업을 지킬 수 없는 알맹이 없는 빈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출처: 법무부 GATS 해설서]


경제적 수요심사, “기준도 모호하고 분쟁 소지 많아”

2001년 법무부는 “GATS(WTO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해설서”를 발행해, 경제적 수요심사를 포함한 여섯 가지 시장접근 조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GATS는 모든 FTA에서 서비스 무역 기준이 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고 한미FTA도 이에 근거해 체결되었다. 법무부는 이 자료에서 경제적 수요 심사가 애매모호한 내용이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경제적 수요 심사에 대해 “예컨대, 주유소 설치의 거리제한(매 2km 당 1개), 인구 5천 명당 약국 1개소 등과 같은 경우”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수요심사’가 규정돼 있으나 이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확립된 정의가 없다”고 제기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 수요 심사를 포함한 시장접근에 대해 “어떠한 규제가 상기 여섯 가지 유형에 해당하느냐 여부를 둘러싸고 앞으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고 지적한다.

또한, 경제적 수요심사란 공급되는 서비스의 질이나 공급자의 자격과는 관계없이 공급업체 수, 서비스의 양, 거래 가액 등에 대한 것으로 민영화 자체를 결정하는 것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법무부는 같은 자료에서 “경제적 수요심사의 기준이 이처럼 계량적이고 객관적인 기준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며 “예컨대, ‘시장질서 또는 수급상황을 고려하여 주무장관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서와 같이 당국의 모호한 재량적 기준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정부 정책브리핑]

장관 면허권, 철도 민영화 못 막아...FTA위반 논란 휩싸일수도

한편, 경제적 수요심사 외에 장관의 면허권도 민영화를 막는데 아무런 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도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지침으로 활용되는 <서비스산업개방과 WTO>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분야별 개별법에 보면 서비스 공급업체의 설립요건으로서 자본금, 시설, 기술인력 보유기준 외에 애매모호한 기준이 들어 있다”며, “‘시장질서 또는 수급상황을 고려하여 주무장관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라는 당국의 재량적 기준이 그것이다”라고 짚는다. 나아가 이 글은 “이것이 과연 ENT(경제적 수요심사)에 해당하느냐 여부는 동기준의 실제 운영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제기한다.

이에 따르면, 첫째, 당국의 자유재량에 따라 사례별로 면허를 내주기도 하고 안내주기도 하면 이는 ENT라 할 수 없으며, 그와 같은 경우에는 자국 양허표에 시장접근 약속을 할 수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 이야기는 당국의 주무장관의 재량도 일정한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것임을 말하며, 국내외 민간투자자의 투자 또는 민간기업에 의한 운영 자체는 주무장관의 재량에 속박되지 않는다는 점을 가리킨다. 즉, 장관이 면허권을 이용해 사업자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희망사항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둘째, 재량적 기준이 실제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즉, “자금, 시설, 기술인력 등 객관적인 기준에만 맞으면 자동적으로 사업면허가 나가는 경우에는 상업적 주재형태의 서비스공급에 있어서 시장접근에 대한 제한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외 민간자본이 객관적인 기준에 부합할 경우 이들에 대해 면허권을 보류할 명분은 크게 제약될 수 있다.

“‘법률’이든 ‘면허’든 국제법상으로는 아무 차이 없어”

이에 대해 송기호 민변 외교통상위원장(변호사)은 “법률로 막느냐 면허로 막느냐는 것은 국제법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며 “경제적 수요 심사라는 것은 주유소 거리, 약국 거리 제한처럼 수요 공급 상황을 봐가면서 서비스공급자의 수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지 민영화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면허를 통해서 개방을 막겠다는 것은 개방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는 철도산업을 개방하겠다는 정부의 전제와도 맞지 않는 모순”이라고 덧붙였다.

송 변호사는 또한 “26일 국토교통부의 해명자료에서 정부는 ‘FTA상 ‘05.6월 이전 코레일이 운영하던 노선을 제외한 노선은 개방돼 있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정부가 철도개방에 대해 처음으로 밝힌 사항”이라며 “철도 부문에서 한미FTA의 의미가 철도민영화에 있다면, 그런 내용을 지금까지 설명한 사실이 없다는 점에서 한미FTA가 얼마나 졸속으로 밀실행정에 의해 처리됐는지 알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궁극적으로 “한미FTA 기간 전인 2004년 철도사업법과 철도산업기본법 개정 취지에 맞춰 국가가 건설하는 철도는 국가가 운영하도록 하고, 민간이 세운 철도는 민간이 운영하도록 하는 식의 법개정을 통해 민영화 논란과 한미FTA 저촉 논란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입법적인 노력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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