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그리고 건강할 권리

[기획연재] 사회적 차별과 낙인, 그리고 배제로 인한 에이즈 환자의 불건강

[편집자주] 동인련 HIIV/AIDS인권팀에서는 3회에 걸쳐 HIV/AIDS를 둘러싼 국내 이슈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1) 에이즈와 동성애혐오 (호림)
2) 에이즈와 건강권 (혜민)
3) 에이즈와 커뮤니티 (학인)


대부분의 질병은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을 함께 가지고 있다. 에이즈 역시 그러하다. 에이즈의 생물학적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연구는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1996년부터는 여러 가지 종류의 항바이러스제를 함께 투약하는 칵테일 요법을 도입하여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HIV)의 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되었고, 에이즈는 만성질환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새로운 치료법이 발견되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어 에이즈 완치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에이즈는 여전히 사회적인 질병으로 남아있다. 아직도 에이즈에 대한 무지, 사회적 낙인과 편견은 동성애 혐오와 맞물려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덧씌운다. 또한 HIV 감염 사실이 알려지면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거나 주변인들로부터 멀어지고, 직장을 잃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이 질병당사자들을 더욱 아프게 한다. 이들에게는 치료제, 정기적인 검진 등과 같은 의료적 조치 이외에도 사회적 지지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지역사회/커뮤니티의 노력과 노동권 보장 등을 위한 법⋅제도적 수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출처: 뉴스셀]

2013년 8월, 국내 유일한 중증⋅정신질환 에이즈 환자 장기요양사업을 수행 중이던 수동연세요양병원/ 한국호스피스선교회에서는 이들의 부적절한 조치로 한 명의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이전부터 에이즈 환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던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이후 이에 대한 대응으로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간병인들의 증언대회와 정부기관과의 면담이 이뤄지고 기자회견이 꾸준히 진행되었다. 그 결과 수동연세요양병원은 사업수행 부적합 기관으로 평가되어 정부로부터의 예산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환자들의 간병비 지원도 중단되어 그 부담이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되었고, 에이즈 환자 및 보호자들이 오갈 곳 없이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중증⋅정신질환 에이즈 환자들이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새로운 요양병원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은 없다.

오늘날 HIV감염인과 에이즈환자는 HIV 감염 사실을 확인한 이후에도 정기적인 면역검사와 진찰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장기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에이즈 관련 의약품이 발달하면서 한국의 질병당사자들이 고령화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수명이 연장되었다는 표면적 사실만으로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는 해석은 옳지 않다. 한국에 거주하는 질병당사자의 경우 특히 가족과 단절되어 혼자 살아가는 환자들이 많고, 이들 중 상당 수가 기초생활 수급권자로 생활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상황의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만성질환 환자들의 경우 대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에이즈 환자의 경우에는 법⋅제도적 제한과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이용할 수 있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찾기 어렵다. 에이즈환자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보는 병원이 아닌, 에이즈환자를 존중하는 새로운 요양병원의 마련이 시급하다.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이 곧 인권이다. 에이즈환자에게 건강할 권리란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받는 것 이외에도 에이즈라는 질병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차별과 배제 당하지 않을 권리, 더 나아가 질병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권리를 포함한다. 에이즈 환자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의료에만 한정하지 않고, 그들을 둘러싼 사회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필수적이다.

[수동연세요양병원 관련 반론보도]

본지는 지난 7월 3일 “에이즈, 그리고 건강할 권리”제하의 보도에서 국내 유일의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을 수행 중이던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병원의 부적절한 조치로 2013년에 한 명의 환자가 사망했고, 그 결과 사업수행 부적합 기관으로 평가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수동연세요양병원은 당시 사망한 환자는 사망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전원되어 왔으며, 보도에서 언급된 사건과 장기요양사업 중단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