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69년, “피폭자, 집단적 자위권 용인 철회 요구”

히로시마 시장은 “평화헌법 아래 전쟁 없었다” 발언

히로시마 원자탄 피폭 69주년을 맞은 6일 원폭 희생자들이 아베 신조 총리와의 면담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강행한 각의 결정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7일 <아카하타>에 따르면, 6일 오전 히로시마 시내의 호텔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면담한 한 피해자는 “69년 동안 단 1명의 외국인도 죽이지 않고 단 1명의 전사자도 내지 않았는데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죽이고 죽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라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각의 결정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삶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억제력’에 의해 일본이 전쟁에 휘말릴 우려는 더욱 없다”고 강변해 히로시마에서는 총리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 확대됐다고 <아카하타>는 보도했다.

<아카하타>는 또, “전후 일본 정부는 궁극의 ‘억제력’인 미국의 ‘핵우산=핵 억제력’에 의존해 유엔의 핵병기 폐절 결의안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거듭해서 취해 왔다”며 “일본 정부가 ‘억제력’을 고집하며 원폭 피격지의 소원을 정면으로 어기고 있다는 점을 총리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원자탄 피폭 69주년을 맞은 히로시마 기념 행사장에서는 히로시마 시장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강행한 아베 정권을 겨냥해 현재야 말로 평화헌법의 의미가 더욱 귀중하다고 강조했다.

마쓰이 가즈미 히로시마 시장은 이날 연설에서 “유일한 핵폭격 피해국인 일본 정부는 우리 나라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심화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일본 헌법의 숭고한 평화주의 아래 지난 69년간 전쟁을 하지 않은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엔, NGO(비정부 조직) 등과 함께 2020년까지 핵병기를 폐절하자는 핵무기 금지 조약 협상 개시를 위한 국제 여론을 확대하자”고 표명했다.

평화 기념식에는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피해자와 유족, 시민, 68개국 정부 대표 등 약 4만5천명이 참례했다. 원폭이 투하된 오전 8시 15분에는 ‘평화의 종’이 울리는 가운데 묵념 행사도 이어졌다.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원폭이 투하된 1년 간 5507명을 포함해 모두 29만2325명을 기록하고 있다.

기념 행사에 참석한 80세의 한 피해자 여성은 “원폭으로 잃은 부모님과 동생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며 눈물짓고 “핵무기 없는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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