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 교황 방문 전 세월호 특별법 제정 요구해야”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교황방문, 박근혜 정부에 정당성 부여 우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이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이 자칫 박근혜 정부에 정당성을 부여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아울러 이들은 교황 방한 이전에 정부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오광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는 6일 저녁, CBS라디오 [정관용의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첫 번째 일정인 청와대 방문을 시작해 두 번째로 꽃동네 방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이 국정원 대선개입 때문에 전국적으로 시국미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많은 평신도들도 함께 했던 과정이 올해 상반기 이어져왔다”며 “교황님이 오시자마자 처음으로 청와대를 방문하는 모습들이 오히려 현 정부에 정당성을 부여해, 사제단과 평신도들의 입장이 많이 반감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의구현전국연합은 한국 천주교회가 정부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해, 교황 방문 전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광 대표는 “유족들은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랬을 때 부딪칠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교황님이 오시기 전에 난처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다른 타 국민과 타 종교에 좋은 모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대전 월드컵경기장 축일미사가 끝난 후) 옷 갈아입는 제의실에서 (교황과 세월호 유족을) 잠깐 만나게 하겠다는데, 위로는 되겠지만 유족들이 쉽게 광화문 농성장 문제를 끝낼 것 같지 않다”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교황 방한 이전에 주교단이나 방한위원회가 정부에 요구해 특별법이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저희의 강력한 요구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의 꽃동네 방문 일정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황의 꽃동네 방문 일정 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꽃동네와 같은 사유화된 대규모 수용시설이 장애인들의 자기선택권과 자립생활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오광 대표 역시 “꽃동네가 워낙 규모가 크다보니, 운영상 많은 부정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었고 민형사상 고발도 있었다”며 “사회복지적 측면에서 본다면 이제 장애인 문제는 대형 복지시설보다 재가복지 차원의 탈시설화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교황님이 대형시설을 방문해 꽃동네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우려에 대해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에서 많이 제기하고 있다”며 “저희는 (교황님이) 소외되고 더 많은 장애인들의 문제를 안고 있는 현안에 대해 같이 방문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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