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공통 주제는 지난 1차 토론회에서 일부 언급됐던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 및 투쟁 방안을 비롯해 △정권 퇴진 투쟁을 선언한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방안 △정파운동과 노동운동의 전망 등 3가지로 선정됐다.
후보자간 상호 질의응답 순서에서는 총파업 및 투쟁의 시기를 둘러싸고 각 선본이 다소 이견을 보였고, 타 선본의 정책공약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언론사별 질의응답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와 진보대통합 및 노동자정치세력화, 노사정대화, 세월호 투쟁 등과 같은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23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반 가량 서울 합정동 국민카페에서 진행됐다. 토론자는 각 선본 위원장 후보와 수석부위원장 후보, 사무총장 후보 중 1인이 참석했다. 기호 1번에서는 정용건 위원장 후보-이재웅 사무총장 후보, 기호 2번에서는 한상균 위원장 후보-이영주 사무총장 후보, 기호 3번에서는 허영구 위원장 후보-신현창 사무총장 후보, 기호 4번에서는 전재환 위원장 후보-윤택근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각각 토론자로 참석했다.
‘박근혜 퇴진 투쟁’ 선언한 민주노총, 임기 3년 ‘대정부 투쟁’ 계획은?
지난해 철도파업 당시 경찰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침탈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민주노총은 ‘박근혜 퇴진 투쟁’을 선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남은 3년 임기 동안 어떤 전략 전술로 정권에 맞설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오갔다. 일부 선본은 내년부터 총파업을 포함한 정권과의 전면전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일부는 내년 준비기간을 거쳐 2016~2017년 총대선 시기에 준비된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기호 3번 허영구 위원장 후보는 임기 3년 동안 매년 대국회, 대정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중집을 투쟁본부로 전환하는 방식을 포함해 투쟁본부를 설치하겠다. 현재 외부 공투본으로 꾸려진 장기투쟁 사업장을 투쟁의 주체로 들어오게 하겠다”며 “상반기에는 통상임금, 최저임금, 단협해지 등 임단투 시기 집중 투쟁을 전개하고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 기획단을 설치한 뒤, 전국노동자대회 때 총파업 투쟁 선포식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정기국회가 끝날 때 까지 여의도를 점령하겠다. 임기 3년 동안 대국회, 대정치권 투쟁은 매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호 1번 정용건 위원장 후보는 사회연대전략을 토대로 2016년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민주노총의 최근 투쟁들이 고립 분산적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크게 모아내야 한다. 내년 상반기 임단투 요구조건 및 16개 산별연맹의 요구, 사회연대전략을 합쳐 시기집중 투쟁을 만들어가고, 2016년 전면적인 싸움을 시작하겠다”며 “2016년 노동기본권, 사회안전망 확보 등의 투쟁을 통해 2017년 상반기에는 싸움의 성과를 내고 노동자의 힘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호 2번 한상균 위원장 후보는 2015년을 전면적인 대정부투쟁 기간으로 상정하고, 내년에 박근혜 정부와 승부를 보겠다고 강조했다.
한상균 후보는 “승부는 2015년에 갈린다. 이때 승부를 보지 못하면 반격의 기회를 찾지 못할 것”이라며 “여러 후보들이 총, 대선 전략을 이야기하지만 2012년에 되풀이됐던 안으로 과연 우리 문제를 넘을 수 있나. 사분오열된 진보정치와 책상에서 나오는 안으로는 조합원의 힘을 모으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내년 상반기에 공무원연금, 노동기본권, 민영화 등의 의제를 모아 상반기 투쟁에 나서고, 이후 간접고용, 사내하청 노동자 10만 명의 대 반란을 조직하겠다. 하반기 박근혜 정부와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투쟁으로 전면전의 포문을 열겠다”고 설명했다.
기호 4번 전재환 위원장 후보는 노개투 총파업과 철도파업 등 국민적 공감을 받아내기 위한 투쟁 태세를 준비해 2016~2017년 준비된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재환 후보는 “2015년 공무원연금 개악, 공공부문 민영화, 근로시간 및 비정규직법 개악 등에 대한 공세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2016년 준비된 투쟁에 나서겠다. 국민연금을 60%로 다시 올리자는 요구를 걸고 천만 명 대국민 서명운동과, 노동시간을 36시간으로 단축하자는 공세적 투쟁을 전개하겠다”며 “이후 2016년~2017년에 준비된 투쟁에 나서겠다. 노개투 파업과 노동시간 단축 투쟁, 철도 파업처럼 국민적 공감을 받아내기 위한 투쟁 태세를 준비해야 성공하는 민주노총의 투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내부 정파갈등 해소 및 후보별 정파 이념은?
민주노총 내부의 정파갈등 해소와, 각 후보자들이 속한 정파가 제시하는 노동운동의 이념 및 민주노총 발전전망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정용건 후보 측은 자신들은 정파가 없다며, ‘정파중립선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용건 후보는 “특정정파가 선거 때만 되면 담합하는 이런 부분들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정파중립을 선언하고 대중조직에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나는 정파가 없기 때문에 각 정파에서 실력 있는 사람들을 다 받겠다. 정파중립을 선언한 사람들을 모아 같이 가겠다. 대신 사회연대전략으로 노동자, 농민, 서민, 빈민이 다 같이 싸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호 2번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정파의 다양성을 존중하되, 정파 대표자들의 원탁회의를 통해 소통을 일상화하겠다는 전망을 밝혔다. 이영주 후보는 “최근 나타나는 정파운동의 단점은 정책대결이 아닌 인맥 중심의 패권주의가 문제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던지 정파 통합이나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것은 오만이다. 이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적 원칙에도 위배 된다”며 “선거에서 당선되면 각 정파의 대표자들과 함께하는 원탁회의를 제안하겠다. 일상적인 소통이 서로를 성장시킬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우리 정파에서는 사회 변혁을 위한 노동운동,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꿈꾼다. 사회 변혁과 노동운동이 합치되는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회의와 중앙파, 국민파 일부가 연합한 기호 4번 전재환 선본은 ‘연합선본’을 정파 갈등을 극복하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전재환 후보는 “나와 나순자 사무총장 후보,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후보가 통합후보로 준비 돼 있다는 것은 정파갈등을 극복하는 출발점이다. 여기서부터 덧셈의 민주노총을 만들어가겠다”며 “구체적으로 정파의 역기능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 내년에 각 정파들의 대표주자들이 부위원장으로 들어와 임원회의에서 같이 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집행 따로, 비판 따로가 아니라 공동으로 책임지는 의견그룹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영구 후보는 과거 10년간 민주노총을 집권해 왔던 정파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기초한, 올바른 정파운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과거 재정 비리로 간부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음에도 그 정파는 지난 10년간 민주노총을 계속 집권해 왔다. 지난 지도부 선거에서 다른 정파가 단독후보로 출마했다고 대의원대회장을 빠져나가고, 야권연대를 하고, 지금도 통합 이야기를 하면서 야합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며 “정파의 역기능, 순기능을 이야기하기 전에 역사적 사실을 평가하지 않고는 정파 문제를 논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우리는 내세울 것 없는 작은 정파지만 정파가 노동운동에 입각한 것인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투쟁하는 민주노총의 올바른 정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차 합동토론회에 이어...2차에서도 ‘미조직 비정규직’ 문제 주요 토론 과제로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및 투쟁방안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기호 4번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우리는 이미 수차례 유세와 자료집으로 100만 비정규직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비정규직 노동기본권과 조직화 방도로는 우선 지역본부를 강화하겠다. 아울러 상급단체가 책임지고 직종별 비정규직을 강화시키겠다. 희망연대노조나 삼성전자서비스와 같이 이미 상급단체가 조직화와 교육, 교섭을 책임진 경험이 있다”며 “또한 산별 및 노동사회단체와 함께 청년유니온, 알바노조와 같은 맞춤형 전략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당사자인 기호 3번 신현창 사무총장 후보는 “미조직 비정규 조직화를 위해 전략투쟁본부를 설치하고, 산별 및 중앙의 상근업무를 조정해 꼭 필요한 업무를 지역에 편제하겠다”며 “조합비 납부기준을 총액임금의 1%로 재산정해, 추가로 발생하는 의무금 500억으로 총연맹 불안정비정규직 활동가 1천명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용건 후보는 “조직화의 핵심은 사람을 어떻게 양성하느냐다. 조직화의 경험, 전술, 전략 교육프로그램이 잘 정리 돼 있어야 한다”며 “그 다음에는 포지션을 어디로 정해 조직화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조직체계를 마련하고 지역본부에서 실행, 운영하는 제도를 마련하면 조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한상균 후보는 “비정규직 투쟁은 필연적으로 계약해지, 노조파괴를 동반한다. 학교비정규직, 통신사 비정규직, 삼성전자서비스처럼 투쟁으로 조직화가 동반되는 성공적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아울러 노년, 청년, 이주, 알바까지 조직화의 폭을 넓히고, 정규직과의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하는 법안을 폐지하고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