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단지 뿌린 시민 줄줄이 압수수색, 대체 왜?

“박근혜 정권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더 열심히 싸울 것”

12일, 대구 수성경찰서가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뿌린 변 모(46) 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변 씨의 아내가 운영하는 출판사도 같은 시간 압수수색해 남아있던 전단지를 모두 압수했다.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와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표현의 자유 침해’와 ‘과잉수사’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오전 7시경, 대구 수성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은 변 씨의 집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대구시 서구에 있는 변 씨의 집을 찾았다. 변 씨가 압수수색 영장 제시하라고 요구하자, 경찰은 일부 내용을 가리고 보여주려고 했다. 1시간가량 실랑이를 벌인 뒤, 오전 8시 25분경 경찰은 집 안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경찰은 변 씨의 방과 거실을 수색했다. 책상, 책꽂이 등에 있는 서류와 서적을 중심으로 수색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하고 변 씨의 휴대전화만 압수해 갔다. 자택 압수수색은 1시간도 채 안 된 오전 9시경 마무리됐다.

같은 시간, 경찰은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변 씨 아내의 출판사를 압수수색해 남아있던 유인물을 모두 압수했다. 압수수색과정에서 출판사 압수수색 사실을 통지하자 변 씨는 출판사 압수수색 사실에 "사전 고지도 없었고 나와 아무 관련이 없는 곳을 수색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로 ‘과잉수사’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윤은섭 수성경찰서 수사과장은 “명예훼손과 경범죄 혐의다. (변 씨가) 경찰에 출석해서 확인하면 되는데 출석을 안 한다. 일단 (범죄 여부를) 확인하려고 수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인물 천장이 박 모 씨로부터 왔는데, 남은 유인물 뿌리는 방지하기 위해 유인물을 압수했다”며 “유인물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되는 부분이 있다. 뒷면에 정치사건을 다룬 내용 등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적 근거없는 출판사 채증에 이어 자택 압수수색까지
박근혜 대통령 비판에 대한 ‘과잉수사’ 논란 이어져


지난달 16일 변 씨가 새누리당 대구시당사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뿌린 뒤, 경찰은 변 씨 가족과 이웃을 만나 탐문조사를 하고, 변 씨 아내의 출판사를 채증하는 등 ‘표현의 자유 침해’와 ‘과잉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에 대해 “결과적으로 ‘인권 침해’와 ‘공권력 남용’이다”고 지적했다.

서창호 활동가는 “지난 9일 출판사 동영상 채증은 법적인 근거도 없이 진행됐다. 결국엔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며 “정권을 비판할 수 있다는 표현의 자유를 힘과 물리력으로 막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벌어졌다. 박근혜 정권이 시민들의 비판에 몹시 불쾌해 하고, 몹시 못 견딘다는 속성이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변 씨는 “대문 앞에서 한참 실랑이를 했다. 영장을 보여 달라고 하니, 어떤 부분을 임의로 가리고 보여주지 않았다”며 “이렇게 내 권리를 행사하지 못 하는 상황에서 자택 수사가 진행된다는 것이 굉장히 당혹스럽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정말 위협적인 순간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적용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경찰도 근거를 가진 게 없다. 아무런 확신도 없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식으로, 형식적으로 수색이 진행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박근혜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전단지를 뿌렸다. 그런데 불법적인 출판사 촬영과 압수수색을 접하고 보니, 절대 이 정권을 용서할 수 없다. 이것 때문이라도 더 열심히 싸워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편, 전단지를 제작한 박 모(42) 씨 역시 이날 오전 8시경 자택 압수수색을 당했다. 역시 박근혜 명예훼손 혐의와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은 박 씨의 휴대전화와 전단지, 전단지 컴퓨터 파일을 압수했다.

박 씨도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민주주의의 뿌리를 뒤흔드는 박근혜 정부의 이러한 행태에 결코 기죽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 주인 된 권리를 찾기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박근혜 비판 전단지를 만들어 뿌릴 것”이라고 밝혔다.

  변 씨가 뿌린 전단지. [출처: 페이스북]

덧붙이는 말

김규현 기자는 뉴스민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민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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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좌제도 사라진지 언제인데 당사자도 아닌데도 출판사를 채증하는가? 법의 제한을 넘어서서 과잉으로 법을 집행하는 압수수색 웬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