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받던 돈, 동생에게 양보’ 강제법령 논란

정부, 누리과정 예산 의무지출 경비 지정에 “지금도 빚덩이인데...”

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17개 시도교육청이 반드시 편성토록 하는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기로 했다.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정부는 오는 10월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른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 항목으로 규정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의무지출경비로 교육정책 관련 예산을 못 박은 것은 누리과정 예산이 처음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한해 4조원 규모다.

대선 공약에 따른 누리과정 예산, 교육정책 가운데 의무지정은 처음

교육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경우 내년부터 전국 시도교육청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10% 가량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편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정부는 교육청별 누리과정 편성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시도교육청을 압박했다.

하지만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더 주거나, 국가에서 부담하지는 않을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계 인사들은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편성토록 법령을 만드는 것은 형이 받던 돈(초중고예산)을 동생에게 양보토록 윽박지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구희연 친환경급식 경기도운동본부 대표는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한 것은 형과 누나들이 양보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면서 “정부 법령이 실행되면 교육청 소속의 유초중고 학생들은 어린이집 보육예산의 부담으로 희생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오는 29일 총회를 열어 정부 방침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장휘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면 재정이 완전히 파탄될 우려가 있다”면서 “중앙에서 통제하고 옥죄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는 지방교육자치의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도 논평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무상 보육을 대선에서 공약했으나 무책임하게도 관련 재정 부담을 시도교육청에 전가하고 있다”면서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별도로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2012년부터 시도교육청이 받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누리과정 예산도 들어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지금으로선 중앙정부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따로 편성하는 것은 교부금 관련법상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기사제휴=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