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케이블카, 향적봉과 600미터 떨어졌지만 종주로 연계

환경부 가이드라인 따르면 끝청봉 200미터 떨어진 오색 케이블카 불가능

오는 28일 설악산 오색-끝청봉 케이블카 설치 여부를 놓고 연일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오색 케이블카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같은 당인 새정치연합 환경노동위원들이 환경부에 ‘자연공원 삭도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만 준수하라며 우회적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삭도 가이드라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삭도’란 공중에 설치한 와이어로프에 차량을 매달아 운행하여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것을 말한다. 환경부는 삭도 가이드라인의 목적으로 “삭도 설치로 인한 생태 경관의 영향 최소화와 친환경적 공공복리 증진을 위한 기본방향을 제시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번 오색 케이블카 설치 시도는 3차 시도로, 1차와 2차 시도 모두 ‘삭도 설치 가이드라인’에 위배돼 무산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3차 시도는 과연 삭도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결론은 가이드라인 몇 줄만 읽어도 ‘역시 어렵다’란 말이 바로 나올 정도로 설악산과 같은 천혜의 국립공원에 삭도를 설치하기 어렵게 하는 조항이 많다는 것이다.

“대청, 중청, 소청, 끝청은 모두 설악산의 주요 봉우리”

가이드라인엔 우선 자연 친화적 삭도 설치를 위한 고려사항 중 기본방향이 ‘가’항부터 ‘아’항까지 나열돼 있으며, ‘가’항을 읽자마자 끝청 봉우리 지역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항은 “기존 탐방로(등산로)나 도로의 제한 내지 폐쇄를 유도할 수 있는 지역 등 자연 친화적 공원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지역을 우선 선정”이라고 돼 있다. 오색 케이블카 상부 정류소 지점은 끝청 봉우리로부터 200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한계령-서북 능선- 끝청봉- 중청봉-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산 주요 등산로와 상당히 가까운 지점이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바라본 중청봉(오른쪽 큰 봉우리)과 중청봉 능선 왼쪽 끝 부분에 자리잡은 끝청봉[사진/ 김용욱 기자]

‘가’항은 또 ‘라’항의 “왕복이용을 전제로 하고 기존 탐방로와의 연계를 피함”이라는 조항과 연결돼 있다. 여기에 ‘나’항의 “중요한 생태 자원 최대한 보전”, ‘다’항의 “주요 봉우리는 피함” 등의 조항은 상부 정류소인 끝청봉 인근이 케이블카 설치에 무리한 지점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이 같은 기본조항이 있는 이유는 케이블카와 기존 탐방로가 연계될 경우 기존 탐방로를 이용해 탐방객 수가 대폭 늘어나 자연공원 훼손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실제 덕유산 케이블카(곤돌라) 사례는 케이블카와 기존 등산로 연계 가능성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덕유산 케이블카 상류 정류소인 설천봉은 향적봉과 600여 미터(걸어서 15-20분) 거리에 설치돼 있어 덕유산 종주 기본 코스가 돼 버렸다. 설악산 상류 정류소와 끝청봉 사이 200여 미터 거리보다 더 멀지만 향적봉으로 가는 기본코스가 됐다.

오색 케이블카 사업계획서도 이런 문제를 의식한 듯 △삭도 시설 조성 시 예약 탐방제 실시 △기존 등산로와 이격 △정상통제 인력 배치 △끝청봉 하단에 설치하여 주요 봉우리 회피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6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의뢰에 답해 작성한 ‘오색 케이블카 사업계획서 검토기준 준수 여부 검토 보고서’는 이 문제를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예약탐방제 실시 효과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특정 등산로에 대한 이용축소 시 타 등산로에 대한 압력 가중 우려, 설악산 전체에 대한 이용통제 없이 특정 경로 통제 효과 미미”라고 적시했다. 특히 끝청봉 하단에 상부정류소를 설치해 주요 봉우리는 피했다는 논리에 대해선 “대청, 중청, 소청, 끝청은 모두 설악산의 주요 봉우리에 해당한다”고 못박고, “검토기준의 취지는 주요 봉우리를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설치하라는 것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등산로와의 연계 문제를 두고도 입법조사처는 “기존 등산로와의 거리가 가까우며 과거 덕유산 사례를 볼 때 기존 등산로와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현행 등반 양태를 고려할 때 통제 및 관리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정상 등반의 수요가 존재하는 이상 이를 단순 통제로 관리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황인철 자연공원 케이블카 반대 범국민대책위원회 팀장도 “탐방예약제를 통해 탐방객을 줄이겠다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이미 2013년 2차 사업 추진 당시에도 탐방예약제가 대안으로 있었지만 민간 전문위원회가 탐방로 보호에 실효성이 없다고 결론냈다”며 “상류 정류소가 끝청봉과 200여 미터 거리인데 1차나 2차 사업계획서의 대청봉과 상부 정류소 거리보다 3차의 끝청봉과 상부정류소 거리가 더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지리산, 설악산 등 기존 국립공원 종주 등산로에 있는 대피소 사전 예약제를 강화하며 정상 등반 수요를 철저히 관리하기 시작했다. 제한된 대피소 수용인원에 따라 사전에 대피소를 예약하지 않은 등산객의 대피소 취사장, 대피소 건물 처마 밑, 대피소 옆 헬기장 비박을 전면 금지하고 비정규직 직원까지 추가 채용하며 강력한 하산 명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설악산 케이블카는 이 같은 사전예약제-하산 명령 제도를 실시하는 기본 취지를 뿌리부터 흔들게 된다.

  맨 앞에 있는 봉우리가 끝청봉(해발1,604m).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끝청봉 모두 해발 1500m가 넘는 설악산 주요 봉우리다. 끝청봉 뒤로 서북능선이 이어진다.[사진/ 김용욱 기자]

“끝청봉 아고산대 식생대에 위치, 보전가치 높아”

삭도 가이드라인은 또 정류장 및 지주 설치지점, 선로위치가 최대한 회피해야 할 항목도 규정하고 있다. 여기엔 각종 식생 보호와 보전, 각종 법적 보호동물 서식처, 분포지 등이 속한다. 케이블카 사업계획서는 생물다양성이나 보전가치가 높은 식물군락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환경단체들이 사진까지 공개하며 강하게 주장하는 법적 보호종인 산양, 삵, 단비 등의 주요 서식처가 아니며 배설물 일부가 발견됐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입법조사처 의견은 달랐다. 입법조사처는 “(끝청봉이) 아고산대 식생대에 위치한 관계로 기본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며 “특정 수목, 녹지자연도 같은 단편적 사항보다는 전체 군락의 생태적 측면이 고려되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법적보호종의 주요서식처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소수의 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개별 개체별 이동특성 및 서식현황 등도 조사 가능하지만 이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설악산 산양의 생태 및 습성에 대한 조사를 통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자료를 제공해야 하지만 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립공원 공단, “설악산, 산양 개체 공급 ‘핵심지역’으로 관리”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나 입법조사처 보고서뿐만 아니라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만 봐도 오색 케이블카 허가를 내주기는 어렵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홈페이지엔 국립공원 생태계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산양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공단은 “사람 접근이 힘든 험준한 바위절벽 등에 사는 산양은 현재 설악산, 비무장지대 일대, 양구-화천, 울진-봉화-삼척지역 등에서 700마리 정도가 살고 있다”며 “백두대간 산양 생태축 복원을 위해 북부권(설악-오대), 중부권(월악-속리), 남부권(지리-덕유)으로 구분해 각 권역별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복원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설악산은 “산양 개체를 공급하는 ‘핵심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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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환경을 재벌이 파괴하고 있네요. 나쁜 재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