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주는 대로 받아먹는 ‘개.돼지’ 아니다!

장애계, “중증장애인 생존과 직결된 활보수가, 현실 반영 제대로 하라”

“‘예산이 없나 보다, 앞으로 조금씩 더 나아지겠지’하는 생각으로 참고 살았더니 우리가 ‘개, 돼지’처럼 던져주는 먹이에 길든 줄 아나 봅니다. 우리도 존엄한 인간이라는 걸, 싸울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줍시다!”

29일 오전 10시,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이 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모였다. 이들은 정부가 ‘우리를 정말 개, 돼지 취급한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해 결정한 2017년 활동보조지원 예산 정부안이 이번 주 국무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결재를 받으면 예산안은 국회에서 다뤄지게 된다.

2017년도 정부 예산안을 살펴보면, 2016년도 예산안과 거의 흡사하다. 시간당 활동보조 수가 9천 원, 월 평균 109시간 지원은 2016년과 같고, 다만 지원 대상이 2016년 6만 1천 명에서 2017년 6만 3천 명으로 2천 명 증가했다.

장애계는 정부 예산안에 반발하며 활보 수가 및 대상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여섯 개 장애인단체는 “활보 수가 9천원 동결은 최저임금 인상률조차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용기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2007년도에 활동보조인의 시간당 임금은 당시 최저시급 3480원보다 1770원 높은 5250원이었다. 10년이 흐른 2017년, 활보의 임금은 최저시급 6470원보다 고작 330원 높은 6800원”이라며 “이렇게 낮은 임금 수준인데, 누가 직업적 전망을 가지고 활동보조 일을 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활동보조인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중증장애인의 생존권 위협과 직결된다. 그런데도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않고 동결해버린 활보수가는 정부가 중증장애인의 생명을 얼마나 값어치 없이 보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며 분노를 표현했다.

이원교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부회장은 복지 예산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정부의 시각의 편협함을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복지 ‘과잉’이 되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는 말을 하는데, 장애인이나 노인 구성원이 있는 가정이 겪는 물리적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면 복지 대상자뿐 아니라 나머지 가족들의 사회 참여가 높아져 국가적 이익이 된다. 이런 당연한 이치를 왜 이렇게까지 절규해가며 요구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수가를 동결한다니, 처음 들어보는 소리”라며 입을 열었다. 박 이사장은 “개, 돼지 밥 던져주듯 활보 시간 주고 ‘이 안에서 알아서 칼질해서 살아보라’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분노가 치민다."라며 "활동보조인 없이 집에 틀어박혀 하루에 한 끼 먹고, 하루에 한 번 화장실 가는 삶을 사느니 투쟁하다 교도소에 가는 게 차라리 낫겠다”며 강경한 의지를 밝혔다.

국무회의에 올라온 예산안을 승인하는 데에는 대통령의 결재가 필요할 뿐 아니라, 예산안이 국회에 올라가 심의를 하더라도 국회의원이 예산을 증액할 때 정부, 즉 기재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예산의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대통령 면담 요청서'를 청와대 민원정보실에 전달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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