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공격에 공정위까지 지원…사무실 찾아 현장조사 시도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윤석열 정부의 혐오와 공격이 도를 넘어섰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정부가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화물연대본부의 불법 행위를 찾겠다고 나섰다. 이미 정부가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대해 무리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파업 참가자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천명한 상황에서 화물연대본부의 불법 행위를 찾아내 정부를 측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화물연대본부를 ‘사업자 단체’로 규정하고, 이들이 이번 파업에서 소속 사업자에게 운송거부를 강요했는지, 비노조원의 운송을 방해했는지 등을 따지겠다고 지난 29일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 10여 명은 2일 오전 관련 조사를 위해 화물연대본부의 상급단체이자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서구의 공공운수노조 건물을 찾았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측은 공정위 측에 당장 공정위의 조사에 답변하거나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화물연대 관련한 조사엔 임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 건물 주변에 경비병력이 배치돼 노조가 침탈 가능성을 두고 건물을 봉쇄했기 때문에, 대화는 건물 밖에서 이뤄졌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는 공정위까지 합세한 화물연대에 대한 공격을 ‘공안탄압’으로 규정하며 “더 완강한 투쟁으로 응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공정위의 오늘 급습은 근거와 명분을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이들의 조사 목적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이날 공정위는 조사 목적에 대해 ‘담합행위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으나, 공공운수노조 측이 담합행위가 뭔지 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공정위 공무원은 ‘용역 제한이다’고 답했다가, 화물연대가 용역회사라고 되묻자 얼버무리며 ‘일단 (사무실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라며 “조사가 목적인지, 사무실에 들이닥치는 것이 목적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긴급호소문에서 “화물연대본부를 향한 윤석열 정부의 혐오와 공격이 도를 넘어섰다”라며 “오로지 노동조합을 향한 공세만 있다. 이건 정부가 아니다. 노조혐오와 파괴의 광기에 찌든 무법자 집단이다”라고 비판했다.

현 위원장은 “화물연대본부는 정권과 자본의 억수 같은 탄압을 견뎌내며 의연하게 싸우고 있다. 민주노조운동 전체를 대표해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다”라며 “오늘 화물을 향한 칼끝이 내일이면 동지들의 노조로 향할 것이다. 그것이 화물투쟁 승리를 위해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화물 투쟁을 엄호하는 것이 민주노조운동을 지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운송 방해 행위’ 엄정 대응 엄포, 결사의 자유 막는 조치될 수도

한편, 공정위는 ‘운송거부 강요’ ‘운송 방해’ 행위가 적발되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파업 중인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를 막는 조치로 지적될 가능성이 크다. 2011년부터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화물연대 및 건설노조의 조합원들을 비롯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단체교섭권 등 ILO 87·98호 협약상 노동조합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또 “파업의 전면 금지는 중대한 국가 비상사태시에 한정된 기간에 한하여 정당화될 수 있다”라며 “운송회사, 철도 및 석유부문 등의 사업 또는 기업 운영 중단이 지역의 정상적 생활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지만 이러한 사업의 중단이 심각한 국가비상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즉, 정부가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파업 피해가 1조 6,000억 원에 달한다며 시멘트, 철강, 자동차, 정유 부문의 피해를 강조하고 있지만, 화물연대에 파업 중단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역시 2일 성명에서 “사업자 혹은 사업자단체의 불공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을 노동조합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라며 “화물연대본부 소속 조합원들은 ILO 핵심협약을 통해 노동자의 지위를 보장받고 있으며, 한국은 이 핵심협약을 국내법처럼 준수해야 할 협약 비준국이다”라고 공정위의 조사 자체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9일째를 맞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나서 "노사 관계가 평화롭게 해결되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라며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를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있던 지난 29일 공정위 역시 화물연대본부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여부 검토를 착수하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가 발견될 경우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같은날 정부는 시멘트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현재 다른 산업 분야로 업무개시명령을 확대 적용하기 위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정유, 철강, 컨테이너 등 물류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는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피해가 크게 확산하면 업무개시명령을 즉시 발동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피해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추가적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하며, 이미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을 어기면 바로 형사처벌하겠다는 엄단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원 장관은 나아가 화물연대본부의 현장 복귀가 늦어지면 안전운임제 완전폐지까지 검토가 가능하고, 운송 거부자에 대해선 유가보조금 제외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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