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한반도

[한반도]


한반도의 긴장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9월 말부터 북한과 한미 간의 군사시위 공방전이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9월 23일 다수의 핵전략폭격기를 실은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26일부터 진행될 한미연합해상훈련 참가를 위해 부산항에 입항하자, 25일 북한은 부산항에 입항한 레이건호를 ‘겨냥’한 듯 발사장에서 부산항까지의 거리가 유사한 600㎞ 비행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가 해상 훈련을 전개하던 28, 29일에는 단거리 미사일을 두 차례 발사했다. 9월 30일 한미일이 핵잠수함을 동원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대비훈련을 하자, 북한은 10월 1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대응했다. 이에 한미가 전투기 정밀타격 훈련을 실시하자 북한은 4일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중거리 미사일 발사로 맞섰고, 한미 역시 미사일시험 발사로 맞섰다. 5일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던 레이건호가 동해에 재진입하자 북한은 6일 단거리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한미일이 6일~8일동안 핵항공모함이 참가하는 연합훈련을 또 하자,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발사 등으로 대응했다. 13일~14일에는 주한미군의 포사격 훈련을 시작으로 북한–한국–북한의 포사격 훈련이 맞대응 식으로 전개됐다.

11월 들어서도 군사적 상호 맞대응은 계속됐다. 미 최첨단 스텔스기인 F-35B를 포함해 공군기가 총 240여 대나 동원되는 대규모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1이 이태원 참사에도 불구하고 2017년 이후 최대 규모로, 10월 31일부터 시작됐다. 북한은 이에 맞서 대륙간탄도미사일 1발(실패로 추정)을 포함해 30발 이상의 미사일을 쏘았고, 무력 시위 성격이 짙은 군용기 집단 비행도 감행했다. 특히 11월 2일에 북한이 동해상으로 쏜 미사일 1발이 울릉도 인근 공해상으로 떨어졌는데,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의 남한 영해 인근으로 미사일을 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동해의 해상완충구역을 향해 포탄사격훈련도 시행했다. 남한 공군 역시 미사일을 북한의 공해상(NLL 이북)으로 발사했는데 이 역시 분단 이후 처음이다. 이에 맞서 한미도 대북 맞춤형 억제전략을 내년까지 개정하고 내년에 연합훈련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북한은 18일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 지도하에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둔 ICBM(화성포–17형)을 발사했다. 한미 역시 미사일 이동식발사대(TEL) 타격 훈련 및 동해상 공격편대군 비행으로 맞대응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서리라는 것도 대체적 전망이다.

이로써 2018년 북한이 선언한 모라토리엄(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도, 9.19 군사합의도 무력화했다. 대체 그간 어떤 일이 있었길래 한반도 긴장은 고조되고 있는 걸까?

하노이 노딜 이후 핵무장력 강화에 나선 북한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노딜(No Deal) 이후 새로운 대미전략에 따른 국방정책을 수립해나갔다. 바이든 취임 직전에 열린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은 “핵 무력 건설을 중단 없이 강행 추진” 할 것임을 결의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 고도화,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 무기 보유, 군사 정찰위성 개발’과 같은 첨단 전략무기 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국방발전계획을 채택했다. 동시에 북미관계·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관계가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 이전 단계로 되돌아갔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국 정부의 태도에 따라 남북관계가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최대의 주적”이라 밝히면서도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으며, “강 대 강, 선 대 선”의 원칙에서 상대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오바마 정부 시기의 ‘전략적 인내’와 다를 바 없는 대북정책을 펼치고, 문재인 정부 역시 역대 최고로 국방비를 증액하면서 첨단군사 장비를 반입하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진행하자, 북한은 남북·북미관계 개선 전망이 없다고 판단한다. 이에 올해 1월 당중앙위 제8기 제6차 정치국회의에서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결에 보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물리적 힘을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곧바로 북한 핵무장력 강화정책은 직접적인 군사행동으로 나타났는데, 올해 3월 24일, 2017년 이후 중단된 신형 ICBM을 발사하고 4월에는 전술핵무기 탑재 신형 유도무기 시험발사를 했다. 특히나 북한의 핵무장 노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더욱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가 핵을 폐기한 이후 핵 강국인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것에서 약소국은 결코 핵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굳혔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 강화와 선 비핵화라는 낡은 레코드를 반복하는 윤석열 정부

5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과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은 고조됐다. 취임 이후 내놓은 110대 국정과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북한 비핵화’로 조정해, 북한 핵만 문제 삼은 퇴행적 행보를 보였다. △한국형 3축 체계(선제타격능력 킬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 보복역량) 조기 구축 △한미 군사동맹 강화 및 국방과학기술 협력 확대로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를 내세우면서 대결적 남북관계와 군비 증강 기조를 분명히 했다.

올해 5월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고 △한반도 주변 한미 합동훈련의 범위와 규모 확대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을 합의하고, 전략자산 적시 배치를 합의했다. 북한의 ICBM 발사라는 변화된 정세에서 긴장 완화책을 추구하기보다는 북한의 핵무장과 군사행동을 불러올 대결적인 대북정책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합의가 나온 것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관과 미국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이다. 중국봉쇄를 가장 큰 대외정책으로 삼고 있는 미국은 지난 3월 ‘2022 국가국방전략(NDS)’을 통해 중국의 위협에 맞선 미국 본토 방어를 국방의 제1순위로 상정하고, 중국 포위를 위해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범위를 인도·태평양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실제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12월,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범위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으로 확대하고 주한미군과 한국군의 방어 범위를 한국을 넘어 태평양 미군과 하와이 및 미 본토 방어까지 동원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한국까지 대중국 포위 전략에 동참시키는 발판을 만들기 위해 미국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방치하고 그 반대급부로 한국 측에 연합방위 태세 강화, 확장억제 강화 등을 약속한 것이다.

  14일 주한미군은 이달 초 철원에서 실시한 포병 훈련 장면을 공개하며 "일상적이고 정기적인 실사격 연습"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당시 이 훈련을 '도발'로 규정하고 해상완충구역으로 방사포 사격을 가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북한의 방사포 발사는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이후 초래되는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경고했다. [출처: 미 보병2사단 트위터(@2INFDIV)]

8.15 경축사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과 유사한 선 비핵화·후 지원이라는 고장 난 레코드를 반복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정상화’를 주창한 윤석열 정부답게 2018년 이후 축소됐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규모와 강도를 강화해 실시됐다. 8월 22일 을지프리덤실드(UFS)가 실시되고, 2018년 이후 축소·중단됐던 야외 기동훈련도 대규모로 재개됐다. 그러나 한미연합훈련은 한미 정부가 말하는 연례적 ·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 아니다. 그 실상은 ‘유사시 선제공격, 북한 지도부 참수 작전’ 등을 포함한 공격적인 작전계획을 연습하는 훈련2이다. 북한의 강력한 반발과 자위권 강화라는 명분으로 북의 군사행동을 불러올 것은 명약관화했다.

북한, ‘핵 없는 세상 폐기’와 핵 사용 문턱을 낮춘 ‘핵정책법령’ 채택

북한은 지난 9월 제14기 제7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라는 새로운 핵정책법령(법령)을 채택했다. 법령은 핵무력 · 경제 병진 노선이 북한의 새로운 국가전략으로 선언됐을 때 채택된 법령인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2013년)를 대체하는 법령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전 법령과 달라진 부분이다.

이전 법령은 핵무기가 최고사령관의 지시에 의해 보복용에 한정해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고, 2016년 7차 당대회에서는 핵으로 공격받지 않는 한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않겠다는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을 선언했다. 그러나 법령은 핵 사용 조건으로 5개 조건3 을 명시하면서 핵 선제 불사용을 폐기했음을 시사했다. 또한 “핵 무력 지휘통제 체제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 핵 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라면서 한미의 참수 작전에 맞선 핵 선제 사용을 명시했다. 기존 법령에 있던 ‘핵무기 없는 세상, 핵 군비 경쟁 반대, 핵군축지지’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핵무장력 강화를 법제화했다. 법령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하고 공격적 핵 사용을 명문화한 것이자,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 대한 맞대응 성격을 갖는 법령으로, 미국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다. 지난 10월 완전히 공개된 미국의 NPR은 북한을 미국과 인도 · 태평양 지역에서 ‘지속되는 위협이자 증가하는 위험’이라고 표현하는 한편, 북한이 두려워하는 핵 선제 사용원칙4을 유지하고, 동맹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강조했다. 결국 북한은 변하지 않는 미국의 태도를 보며, 법령 채택을 계기로 앞서 살펴본 대로 9월 말부터 본격적인 군사행동에 나선 것이다.


실제 한미 연합군사훈련 기간인 9월 말 이후 10월 초까지 실시한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맞대응이자 전술 핵탄두 탑재 모의훈련, 핵탄두 운용 안정성 검증 등 ‘전술핵’ 운용을 위한 군사훈련이었다. 남조선작전지대 안의 비행장, 주요 군사 지휘시설, 주요 항구 등 전술핵 미사일의 타격 목표가 한국군임을 밝힘으로써, 그동안 북한의 언사(핵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와 달리 이제 남한을 대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음을 표명했다. 김여정 부부장 담화(11월 24일)에서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녔다”고 주장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북한이 핵 정책을 바꾼 한 요인이라는 점도 확인된다.

한반도 긴장의 ‘새로운’ 국면이 형성되다

최근 한반도의 군사적 대립 격화는 과거 긴장 국면과 그 성격을 달리한다. 우선, 한반도 긴장이 장기화·구조화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2017년 핵 무력 완성 선언을 한 북한과 핵정책법령을 채택한 올해의 북한은 다르다. 당시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통해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고 북미 관계 개선이 이뤄지면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낸다는 구상이 있었으나, 하노이 노딜 이후 학습효과를 거치면서, 핵무장력 강화와 강 대 강 전략으로 전환했다.

한국 상황도 다르다. 한미동맹에 포획되고 군비를 강화했지만, 남북대화 및 북미대화 중재에 나섰던 정부 대신 대북 대결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가 들어섰다. 우크라이나전 승리와 대중국 봉쇄전략에 매진하고 있는 미국에 북핵 문제 해결은 우선순위가 아니며, 오히려 북핵은 대중국봉쇄를 위한 한미일 동맹 강화라는 미국의 전략에 활용되고 있다. 과거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동의하면서도 북미에 자제와 대화 재개를 촉구했던 것과 다르게, 올해 들어 북의 ICBM 발사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변화 요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동북아에서 ‘북중러 대 한미일’의 신냉전 구도가 형성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미 핵무기를 동원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강화되고 있으며, 북한 역시 새로운 핵 법령을 채택하면서 핵 사용의 임계점을 낮추고 전술핵 사용 지역이 남한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제 핵 사용 원칙과 북한의 선제적·자동적 핵 사용 원칙이 맞붙을 때, 또는 군사적 긴장 속에서 사고, 오산에 따라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언제든지 발발할 수 있는 끔찍한 상황이 돼가고 있다.

결국 한반도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한국군이 동원되면서 오는 위험과 북-한미 간의 핵전쟁 위기라는 이중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에 중국포위전략에 동원되는 한미동맹 반대, 한반도 위기 해결의 시발점으로서의 ‘쌍중단(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북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중단)’, 북한 핵과 미국 핵을 모두 반대하는 노동자 민중의 반핵–반전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

<각주>
1. 비질런트 스톰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수뇌부를 직접 겨냥하는 실전적 훈련으로 북한 핵심 표적 수백 개를 단번에 타격할 수 있도록 전투기 각각에 임무를 부여하는 공중임무명령서(Pre-ATO)를 적용해 표적 탐지와 공중 침투를 연습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한미 당국이 말하는 방어적 성격의 연합훈련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2. 2015년부터 한미 양국은 연합훈련 시‘작계2015’를 훈련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 포착 시 선제타격 및 승인권자를 제거하는 참수 작전,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한미연합군 투입 등으로, 공세적이고 선제적인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및 핵우산 정책으로 대북 선제공격에 미국의 핵무기가 사용되는 것은 물론이다.

3.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 살상 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비핵공격이 실행 또는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중요 전략적 대상에 대한 치명적 군사적 공격이 실행 또는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전쟁 확대 또는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한 경우 △국가 존립과 인민 생명 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로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경우

4. 미국 및 동맹국의 사활적 이해를 보호하기 위해 (상대방의 핵무기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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