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녹위 찾아간 기후활동가들, 해체 요구하며 항의 퍼포먼스

“밀실 논의, 위법 구성, 기업의 민원 창구…이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필요없다!”

기후활동가들이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기후활동가들은 탄녹위의 편향되고 비민주적인 행태를 꼬집으며 탄녹위의 해체와 전면적인 재구성을 요구했다.

[출처: 기후정의동맹]

기후정의동맹, 녹색연합, 민주노총, 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소속 약 15명의 활동가들은 15일 오전 세종시 탄녹위 사무실을 찾아 붉은실 테이프를 붙여 출입문을 폐쇄하고, 탄녹위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밀실 논의, 위법 구성, 기업의 민원 창구가 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필요없다”라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기자회견에선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과정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법정시한이 다 되어가도록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7조에 따르면 공청회를 개최하고 전문가, 국민,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공청회는 법정기한을 불과 3일 앞둔 날짜로 공지가 되었고, 최소한의 주요 내용조차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다”라며 “전문가 설문조사는 조잡하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 질문들로 가득하다. 오직 기업들의 민원과 고충을 듣기 위한 편향된 의견수렴만 있을 뿐, 그 어떤 이해당사자와도 대화와 소통이 없다. 사회적 공론 절차는 상실되고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은 실종되었다”라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탄녹위의 해체와 전면적인 재구성을 요구했다. 또한 △탄소예산을 고려한 2030 NDC 강화 △산업계의 감축 책임 즉시 강화 △실효성 있는 정의로운 전환계획 수립 △핵발전 확대 정책 중단 △신규 석탄발전 중단 △온실가스 다배출, 생태계 파괴 사업 철회 △녹색성장 정책 폐기와 관련된 요구사항들을 탄녹위에 전했다.

기후활동가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이현정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현재 탄녹위에는 기후위기에 따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석탄발전노동자들, 농민들, 이런 분들의 의견이 전혀 들어갈 여지가 없다. 이전 탄소중립위원회에서도 산업부문 감축률 14.5%를 두고 너무 산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그 결과 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현재 탄녹위다”라고 비판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 역시 탄녹위가 기업규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 팀장은 “당사자 대표성도 없는 탄녹위는 오직 산업계 의견만 수렴하고, 공청회 의견도 초안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라며 “대통령은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하고 환경부는 환경산업부로 변모했다. 기업의 감축 책임 축소는 용납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동규 민주노총 기후특위 위원장은 탄녹위의 일방적 계획 수립이 윤석열 정부의 일방 독주와 역주행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녹색성장을 운운하며 기후위기마저도 기업의 돈벌이로 전락시키려 한다. 이러한 행태에 맞서서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궐기해야 한다”라며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전반적인 사회정책의 역주행에 맞서서 싸우겠다”라고 밝혔다.

신근정 지역에너지전환네트워크 대표는 “초안조차 공개되지 않아 정부계획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없어 지역에너지넷은 탄소중립계획에 담겨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보다 더 강력한 목표가 담겨야 한다”고 말하며 △윤석열 정부 임기내에 1억 8천만 톤 이상 감축, 2027년에는 순배출량 5억 톤 이하를 달성 △산업부문에서 기존에 제시된 14.5%보다 더 높은 감축목표 제시 △이를 달성할 재정을 적어도 국방비 예산 수준으로 매년 45조 이상 책정 △ 감축수단으로 원자력 반영 불가 △이행책임을 명확히 하고 감축 실패에 따른 강제력있는 책임 분담을 요구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탄녹위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등만 못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기후위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권 팀장은 “가덕도, 제주, 흑산도, 새만금 등 전국에 신공항이 건설되고, 설악산 케이블카를 비롯해 수많은 산과 숲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이런 것들이 탄소중립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이런 부분들이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자원인지 탄녹위가 인식하고 고민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은 외면하고 밀실에서 온실가스 감축 관련 숫자놀음만 하고 있다”라며 “분명한 직무 유기”라고 지적했다.

[출처: 기후정의동맹]

밀실 합의 속 감춰진 탄소중립 계획들…기후위기 당사자 의견 수렴 여부도 알 수 없어

한편,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법정시한이 다 되어가도록 그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아 논란을 초래했다. 법정시한 3일을 앞둔 3월 22일에야 공청회가 예정됐다. 기후활동가들은 “그간 기후위기 당사자를 위한 의견수렴 과정도 전혀 없었고, 오직 기업들의 민원과 고충을 듣기 위한 편향된 몇 차례 간담회만 있었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탄중위에 이어 탄녹위 역시 구성 자체의 문제점을 안고 논의를 시작했다. 탄소중립기본법 15조에 따르면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등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위원회의 절대다수는 교수, 전문가, 그리고 경제단체와 기업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본 기본계획 관련해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해 일부 확인되는 내용에 따르면 산업부문 감축목표를 14.5%에서 5%로 축소하는 내용이 산업부가 제출한 초안에 담겼다. 게다가 이러한 내용이 담긴 회의록 부분을 뒤늦게 삭제해 그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활동가들은 “초안에 불과할지라도 오염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온실가스 다배출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하는 산업계의 감축목표를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축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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