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반대하면 고발, 지지하면 밥?

'이중 잣대’...대법원 판례 "특정 정당 등 직접 지지 등만 집단행동"

  지난 10월 29일 전교조 시국선언 모습. [출처: 교육희망 남영주 기자]

교육부가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전교조 전임자 모두를 사법처리해 달라고 대검에 고발장을 냈다. 하지만 국정화 찬성 교원선언을 주도한 대표들에겐 교육부차관이 밥을 사주는 등 격려한 사실이 드러난 상태여서 ‘이중 잣대’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발장에 ‘집단행위 금지’ 조항만 명시한 교육부, 찬성 단체는?

6일 교육부는 전교조의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과 관련 전교조 전임자 84명 모두를 지난 5일 고발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고발장에서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 금지(제66조) 위반 혐의’ 만을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참여 교사들에 대한 징계 또는 행정처분 등을 위한 사전 조사도 시도교육청에 의뢰했다.

앞서 전교조는 지난 달 29일 전국 초중고 교사 2만1379명의 학교명과 이름이 들어간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발장에는 집단행위 금지 규정 위반 항목만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교육부가 지난 10월 29일 고발 예고 보도자료에서 밝힌 ‘교육의 중립성 위반’, ‘복종의 의무 위반’ 등의 혐의는 적용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집단행위 금지’ 위반 고발은 ‘이중 잣대’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국정화 찬성선언에 이름을 올린 교원들에 대해서는 고발을 검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이영 교육부차관은 취임 하루 뒤인 지난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지하에 있는 한 음식점에 공교육살리기시민연합(공시련) 이경자 대표와 이희범 사무총장 등 5명의 보수단체 대표를 초대해 비밀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공시련의 두 대표는 지난 9월 24일 공개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지지 현직 교장·교사 1000인 선언’을 주도한 인물이다.

교육부는 지난 5일 해명자료에서 “교육부에서 전교조의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대하여 엄정 대응방침을 밝힌 이유는 국정화 반대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 아니다”면서 “전교조 시국선언의 내용이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공식 자료를 발표해놓고도 교육부는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성 위반 내용은 빼놓고 ‘집단행위 금지 위반’만을 담은 고발장을 제출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2년 4월 선고된 대법의 판례는 ‘교원의 집단 행위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 정치적 편향성, 정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면 위법하다는 것”이라면서 “이번 전교조의 시국선언도 정치성을 띠었기 때문에 집단행위 금지 조항 위반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판례를 확인한 결과 대법원은 ‘집단행위 금지 조항 위반’ 사유로 ▲공직선거법 등에서 규정한 정치적 활동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 또는 반대의사 ▲정치적 편향성 또는 당파성을 명백히 드러내는 행위 등으로 국한했다.

이에 따라 국정제라는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표명을 위 판례에 근거해 처벌해달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형평성 심각하게 위배한 교육부의 직권남용”

강영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교육청소년위)는 “이번 전교조의 시국선언은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정치적 활동이 아니라 교육활동과 직결된 교과서정책에 대한 의견을 표명한 정당한 행위”라면서 “이를 두고 교육부가 집단행위 금지 위반으로 고발한 것은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변인도 “국정화 지지 인사들과 비밀오찬을 벌인 교육부가 반대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을 고발한 것은 형평성을 심각하게 위배한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면서 “‘집단행위의 금지’ 조항을 근거로 단순한 서명활동을 한 시국선언을 ‘집단행위’로 간주한다면, 그동안 교육부와 공조해온 한국교총의 수많은 서명활동도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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