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쓴 5만 명의 시민, 2차 ‘민중총궐기 대회’ 열어

여당의 ‘복면금지법’ 맞서 ‘복면집회’...평화 집회, 행진 개최

20여 일 만에 또 다시 도심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지난 11월 14일에 이은 2차 ‘민중총궐기대회’다. 5일 오후 3시부터 시청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에는 다양한 가면을 쓴 5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1차 총궐기 이후, 여당에서 복면 시위를 금지하는 ‘복면착용금지법’을 발의한 것에 항의하는 의미의 퍼포먼스다.

  5일 오후 3시 시청광장에서 열린 2차 민중총궐기에는 집권 여당이 발의한 '복면착용금지법'에 항의하는 의미로 수만 명이 가면을 쓰고 나왔다. [사진/ 김용욱 기자]

  [사진/ 김용욱 기자]

지난 총궐기와는 다르게 경찰의 차벽과 물대포도 사라지면서 집회와 행진이 평화롭게 진행됐다. 1차 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이 광화문 사거리를 차벽으로 봉쇄하고 집회 참가자들에게 장장 7시간동안 캡사이신 물대포를 살포하며 논란이 일었다. 물대포를 직사로 맞은 가톨릭농민회 소속 백남기(69) 농민은 현재까지 중태에 빠져있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1차 총궐기에 참가자 1,531명을 수사하고 있으며, 7명이 구속됐다. 2차 총궐기대회가 열린 5일 오전에는, 경찰이 지난 대회에 참가했던 이혜정 알바노조 사무국장을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애초 경찰은 2차 민중총궐기 개최를 위한 집회 및 거리행진 신고를 모두 불허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이 3일, 시민사회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 금지통고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서울시청광장에서 정상적으로 2차 총궐기대회가 열리게 됐다. 이날 총궐기대회는 불교와 천주교, 기독교 등 종교계를 비롯해 문화예술, 인권, 노동, 농민, 빈민 단체 및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이 참석했다. 가면을 착용한 시위대는 카네이션 꽃을 들고 행진을 벌이며 정권의 공안탄압과 노동개악 등을 규탄했다.

현재 조계사에 은신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영상발언을 통해 “수백 명이 구속, 수배, 체포, 소환되고 있다. 30년 전, 국사독재시절에나 있었던 일들이 백주 대낮에 벌어지고 있다”며 “11월 14일 우리 민중의 투쟁은 너무나 정당한 투쟁이었다. 오늘 우리가 잠시 잠깐의 탄압을 받을지언정, 폭력적 독재정원이 결코 우리의 투쟁을 멈추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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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백남기 농민과 친분이 있는 임봉재 농민은 “백남기 회장이 차가운 서울바닥에 올라와 경찰이 쏜 살인적인 물대포를 맞고 사경을 헤메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사과 한 마디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농촌에서 올라온 노인들을 IS, 테러리스트에 비유한다. 내가 테러리스트로 보이나. 적어도 왜 농민들이 서울로 올라왔는지 목소리라도 들어봐야 하지 않나”며 울분을 터뜨렸다.

노동, 농민, 빈민, 시민사회 등으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대표단들은 선언문을 발표하고 오는 12월 19일, 대규모 전국 동시다발 ‘제3차 민중총궐기’ 등 국민행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대표단은 “1, 2차 민중총궐기의 성과를 모아, 이제 민중의 분노를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가자”며 “다 같이 힘을 모아 백남기 농민을 살려내고, 살인정권, 반민주 정권, 반민생 정권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을 비롯해, 30여 명의 야당 의원들이 ‘평화지킴이’라는 이름으로 대거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새벽, 여야 원내지도부가 ‘노동개혁 관련 법안 논의를 즉시 시작해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하며 집회 당일에도 ‘여야 야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사진/ 김용욱 기자]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주노총과 만나 노동개악을 저지하겠다고 약속하고는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전 국민을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노동개악 관련법 통과 ‘합의처리’라는 공수표를 받고 넘겨줬다”며 “이것이 야합이 아니면 무엇이 야합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우리는 더 이상 민중의 생존을,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보수 야당에 맡길 수 없다”며 “들러리 보수야당에 맞서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민중이 중심이 된 진보 민중정치를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민중총궐기대회 참가자들은 오후 5시 경 집회를 마무리하고 보신각과 종로 3가를 거쳐 백남기 농민이 입원 중인 서울대병원까지 도심 행진을 진행했다. 행진 뒤에는 서울대병원 앞에서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촛불집회를 진행한다. 한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비롯해 △노동개악 중단 △밥쌀 수입 저지/TPP 반대 △노점단속 중단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재벌 곳간 열어 청년-좋은 일자리 창출 △역사왜곡 중단, 역사교과서 국정화 계획 폐기 등 11대 영역 22개 요구안을 제시했다.

  [사진/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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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민중총궐기는 가면 예술의 발화지가 됐다. 참가자 4만여 노동자, 농민, 시민, 문화 예술인, 학생 중 절반 가까이가 정치 사상의 자유, 집회시위,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는 정권에 갖가지 가면으로 응수했다. 분장도 다양했다. 주최측이 나눠준 가면이나 아이언맨 가면은 평범한 편이었다. [사진/ 김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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