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교실에서 입시경쟁교육 할 수 없다"

참사 600일 '기억과 약속의 길 걷기' '난장 문화제'

[출처: 교육희망]

“상상할 수 없는 참사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이를 잃고 견디며 살아낸 날이 600일입니다. 그날 이후 일상도, 미래도 잃었고 마지막 남은 것이 아이들의 교실입니다. 이 교실은 남은 자들에게 참사를 되돌아보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이 교실에서 416 이전과 달라진 것 없는 입시교육, 줄 세우기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416 참사 600일째를 맞은 지난 6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를 출발해 안산합동분향소로 향하는 기억과 약속의 길 걷기와 난장문화제가 진행됐다.

  세월호 참사 600일 행사가 진행중인 단원고 앞 416교실 존치 피켓팅 [출처: 강성란 교육희망 기자]

교실 방문에 앞서 2학년 6반 이영만 학생 어머니 이미경 씨는 참사의 현장인 이곳 단원고 교실에서부터 새로운 교육이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오는 1월 11일로 다가온 416 참사 희생 학생들의 명예 졸업식을 앞두고 단원고 곳곳에서는 아이들의 교실 존치를 촉구하는 피켓팅이 이어졌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꾸민 교실

건물 입구에는 416 참사의 현장인 416 교실의 의미를 설명하는 대자보와 12월 11일 열릴 2015 단원고 클럽 발표회 홍보 전단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걸렸다.

  416 교실에도 찾아온 크리스마스 [출처: 강성란 교육희망 기자]

'여름 교복 공동구매 안내문', '15일부터 18일로 예정된 수학여행이 또렷하게 적힌 월간 계획표'... 2014년 4월로 시간이 멈춰버린 공간을 가득 채운 것은 남은 이들의 슬픔과 미안함,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두 번째 겨울을 앞두고 아이들의 자리에는 무릎담요, 털신, 장갑 등 방한 용품들이 놓였다.

  아이들 책상에 놓인 겨울용 슬리퍼, 담요 [출처: 강성란 교육희망 기자]

교실마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설치했다. 트리에 달린 털옷 장식은 하늘에서도 따뜻하게 지내라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아이들이 죽은 교실에서 다시 입시경쟁교육 하나

“니 옆 짝꿍은 이렇게 살아왔는데 우리 세현이는 왜 오지를 못하니. 우리 세현이 보고 싶어 못 살겠네. 세월이 이렇게 흘러도 잊혀지지가 않아 못살겠어.”

3층 교실 가득 퍼지는 곡소리를 따라 간 2학년 6반 이세현 학생의 자리에 앉은 할머니의 통한이 이어졌다. 이영만 학생의 자리를 한 동안 쓰다듬던 영만 어머니 이미경 씨는 아들의 자리에 ‘416 교실을 지키겠습니다’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였다.

  아이 자리에 교실존치 요구 스티커를 붙이는 2학년 6반 이영만 학생 어머니 [출처: 강성란 교육희망 기자]

김종천 416 기억저장소 사무국장은 “1월 12일 아이들의 명예 졸업식 이후 교실을 치우는 것이 경기도교육청의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이 교실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 없는 참사의 증거기록이며 기우는 배 안에서 가만히 있으라 했던 교육의 현장이다. 아이들이 죽은 그 자리에서 다시 밤 10시까지 야자를 하는 입시 경쟁교육, 가만히 있는 교육을 그대로 하겠다는 정부에 맞서 교실을 지키는데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화제의 주제 '감사와 배려'

교실방문을 마친 이들은 안산합동분향소까지 함께 걸은 뒤 희생자 가족과 함께하는 난장문화제에 참여했다.

  안산합동분향소로 향하는 사람들 [출처: 강성란 교육희망 기자]

9명의 미수습자와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한 문화제에는 마임, 노래, 공연 등의 시간이 이어졌다.

공연에 앞서 2학년 4반 임경빈 학생 어머니 전인숙 씨는 “동거차도에서 세월호까지 거리는 1.6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거기에 앉아 배를 꺼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세월호가 아직 바다에 있고 미수습자들이 그 안에 있다. 찢어진 가슴을 안고 하루라도 빨리 인양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진상규명의 그날까지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예술인들이 준비한 문화제 [출처: 강성란 교육희망 기자]

이날 문화제에서 416가족협의회는 600일간 진행된 투쟁에 함께해준 이들에게 ‘아름다운 동행상’ 시상식을 가졌다.

광화문 지킴이 김경남 씨, 광화문 판화 작가 정찬민 씨, 안산합동분향소 천주교 부스 지킴이 조현희 씨, 희생 학생과 교사들의 생일을 잊지 않고 챙긴 임영호 씨, 팽목에서 진행되는 모든 문화제를 기획하고 있는 고재성 전교조 전남지부 진도지회장, 팽목과 동거차도에 음식을 제공하는 이정혜 씨 등이 시상대에 올랐다.

  아름다운 동행상 시상식 [출처: 강성란 교육희망 기자]

“참사 600일을 맞는 오늘 이 자리의 주제는 감사와 배려”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 600일 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가족들과 세월호 참사 진상이 밝혀질때까지 잊지 않고 함께하겠다는 모든 분들에게, 손잡아주신 만큼 부끄럽지 않은 부모로 살겠다는 약속의 자리이다. 416가족협의회는 감사의 마음을 평생 간직하고 살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14일부터 열릴 세월호특조위 청문회를 앞두고 “특조위를 무력화하려는 정부여당은 청문회를 방해하지 말라. 특조위는 정부여당이 아무리 특조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수를 써도 가족들이 지켜낼테니 쫄지 말고 임무를 완수해달라”고 당부했다.

  416 가족합창단의 '약속해'로 이날 공연은 끝났다 [출처: 강성란 교육희망 기자]

단원고 교실존치에 대해서도 “참사의 현장인 416 교실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며 책임도 질 줄 아는 주체적인 사람으로 자라는 교육을 시작해야 하고 이 교실이 사라진다면 ‘교육을 바꾸겠다’는 약속은 구호에 그치고 말 것”이라면서 “416교실을 지켜야 새로운 교육을 구체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제는 416 가족합창단의 '약속해'를 들으며 마쳤다. 416가족협의회는 문화제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저녁밥을 대접하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기사제휴=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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