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산업, 흔들리는 일자리

[주례토론회]조선산업 부실원인과 구조조정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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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산업의 성장과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2014년 조선산업의 위기

1970년대 이후 한국 조선산업은 지난 30여 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소위 Big3(현대,대우,삼성) 기업들의 과감한 설비투자(과잉투자?)와 노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되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 조선산업 국가로 등극했다. 2000년대 이후 이웃한 중국 조선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수주금액은 여전히 한국이 1위를 달렸다. 그러던 중, 2008년 전세계 금융위기 이후 무역규모 감소하면서 전방산업인 해운업 위축되었고, 이로 인해 세계 조선산업의 침체국면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2011년 이후 한국도 조선산업 총생산액(광업제조업 조사)이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고 조선산업 수출액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위기는 불균등하게 진행되었다. 소위 'Big3'는 고가선박으로 버티었으나, 중소형업체는 중저가선박인 탱커와 컨테이너선 중심했던터라 중국과의 경쟁 및 KIKO로 인한 재정적 피해로 몰락했다. Big3는 수주감소에 대해 고유가를 배경으로 해양 부문으로 위기돌파 시도했다. 하지만 출혈경쟁과 무분별한 해양플랜트 수주로 인해 2014년 이후 위기 초래했다. 결국 지연된 위기가 터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한국 조선산업의 위기는 전체노동자들의 고용과 일자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조선산업의 특성상 조선해양업종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다.


그리고 노동집약적(고인건비, 고숙련 다수)이면서 동시에 자본집약적(heavy tail/top)이다. 주문생산(발주산업) 형태여서 표준화 및 자동화가 어려운 단위(unit) 생산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은 연관 산업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조선산업은 1970년 대 이후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다. 유럽 조선산업 쇠퇴와 일본 조선업 부분적인 철수의 한 원인이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세계 조선산업의 폭발적인 성장했다. 이에 중국 경제성장이 한 몫했다. 그러다 2008년대 금융위기 이후 불안정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 조선산업도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함께 산업에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조선산업의 총고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사내하청 노동자수가 폭발 적으로 증가했는데, 직영노동자 대비 3.4배가 넘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중소형 조선업체들의 몰락하면서 내몰린 노동자들이 다시 Big3로 흡수된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당시 2010년부터 시작된 고유가와 해양플랜트 산업의 부상이 있었다. 2010년 이후 고유가(심해석유 시추 원가는 80달러 수준) 행진이 진행되자 세계적으로 심해석유시추가 활성화되었다. 그래서 2008 금융위기 이후 한국 조선산업 위기탈출의 돌파구로 해양플랜트가 Big3 중심으로 부상했다.


해양플랜트는 대형 구조물로서 상선보다 투입되는 노동력도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2009년 이후 망해가는 중소 조선업체으로부터 쏟아져 나온 인력을 흡수하기 충분했다. 2014년엔 해양부문에서 하청 비중이 전체 93%에 이를 정도였다. 정리하면 빅3 해양중심 인력재편 및 사내하청 중심 심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 고유가는 셰일가스 산업 기술개발과 활성화로 이어져 채굴비용이 점차 낮아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기존 산유국들이 셰일혁명으로 고유가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유가 하락의 배경이 되었다. 그러다 2014년 중반부터 유가는 급락했고, 석유시추를 전제로 성장해온 해양부문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2014년 하반기 이후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했는데, 향후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이것이 현재 조선산업 위기를 초래한 원인이다.


2. 중국, 일본의 조선산업 현황과 한국 조선업 전망

앞서 지적했다시피 2010년 이후 Big3는 기존의 상선중심에서 해양 중심으로 기업 체질을 변화시켜왔다. 상선물량 부족을 해양플랜트 수주로 메웠으나 저유가 사태로 막대한 손실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2016년 이후 Big3는 해양물량이 감소하고, 다시 상선중심으로 재편될 예상이다. 필요한 인력 규모가 대폭 축소될 예상이다. 이 상황에서 조선(해양)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가야할 다른 곳이 마땅히 없는 상황이다. 왜냐하면 이미 중소형 조선소들은 대부분 몰락해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인가? 일각에서는 중국의 추격으로 인해 한국의 조선산업도 일본처럼 쇠락의 길을 따라갈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과연 현실이 어떤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일본의 조선산업 현황

2000년대 이후 중국 조선산업은 정부의 산업장려와 막대한 금융지원에 힘업어 급성장했다. 세계 조선산업에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다음 그림의 빨산 점선에서 보듯, 2000년대 후반 이후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물량을 건조하게 되었다. (한국은 파란색 실선, 일본은 연두색 점선)


그러나 중국도 2010년 3천여 곳에 이르던 조선소에 구조조정 단행했다. 현재 약 2,700여 개 조선소 폐업유도 및 대형조선소로 통폐합 작업이 진행중이다. 그리하여 약 50여 '화이트리스트' 조선소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조선산업의 실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낮은 숙련의 문제와 기술력의 한계 때문에 저부가가치 선종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이 부가가치 측면이나 선종 구성 차원에서 중국(벌크 중심)에 대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품질과 가격경쟁력에서 뒤떨어지는 이유는 중국 조선산업이 숙련공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기능직의 경우 농민공 출신의 파견노동, 사내하청 노동이 80~95%를 차지한다. 노동자들의 잦은 이동으로 저숙련 노동 밖에 없기에 더 많은 연마공과 용접공을 투입해야만 하고, 향후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전환하는데 있어서 기능공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연비를 고려하면 중국 선박은 절대 저렴하지도 않다, 이것이 한국 일본 선박이 높은 가격임에도 주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중국 조선산업은 정부지원 없으면 독자적 생존능력은 사실상 제로인 상태에 있다.

한편 최근 엔저를 무기로 일본 조선산업의 부활하는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대대적인 산업쇠퇴를 겪으면서 숙련공의 거대한 단절이 왔기 때문에 이를 메워줄 숙련공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실 한국 조선산업이 2000년대 중반 이후 호황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조선산업의 쇠퇴 때문이다. 일본은 80년대 국가차원에서 조선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하여 투자를 금지시키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현재 일본 대형 중공업 회사들은 주력 업종을 전환했는데, 미쓰비시 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등 과거 일본 조선산업 전성기를 주도한 회사들은 1990년대 이후 기업의 사업구조를 항공우주, 철도, 발전 부분 등으로 재편했고 조선업 비중은 10% 미만으로서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R&D 및 기능직 인력 부족으로 '표준선 전략'을 추구할 수 밖에 없었던 조건 때문에 '맞춤형 주문생산'이라는 조선산업의 특성상 많은 유럽 선주들이 한국으로 돌아선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현재 일본의 조선산업 노동자들은 20대와 50대 인력이 중심이며, 중간 허리가 없는 기형적인 연령별 고용구조를 띠고 있다. 일본의 기술력은 벌크선 및 중형 컨테이너선(6천 TEU 이하)에서 발휘하는데, 기술면에서 한국 big3가 관심없는 선종에서 기술경쟁력 확보하고 있다. 한국의 Big3가 주도하는 LNG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는 영향이 미미하다. 이 때문에 한국이 중국의 추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일본에 의해 조선산업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하고 있다. 현재 엔저 상황이 지속되는 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점들에 비춰보면, 한국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이라 보다는,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인적, 물적 자원이 더 낫고 기술경쟁력이 있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3. 한국 조선업종의 고용 문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제조업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그러하다. 셰일오일을 무기로 해외로 빠져나갔던 제조업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또한 조선업종 일자리는 고용효과가 크고 숙련노동이 중요도해 대체로 높은 임금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소수만 고임금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저임금인 서비스업종과 큰 차이가 난다. 이런 면에 비춰보면, 현 조선산업의 위기 국면을 시장경쟁의 논리에 그대로 내맡겨두는 것은 사회적 책임의 방기라 할 수 있다. 조선소들에 대한 사회적 차원에서의 대책을 모색하고 생존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크게 대두가 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사내하청 중심의 성장이라 불릴 만큼 최근 조선산업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 만약 지금 상황에서 인력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대규모 실업사태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선 이들의 높은 이직률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저항(voice) 전략보다는 이탈(exit) 전략에 익숙하다. 그 이유는 사측에 의해 오랫동안 진행되어 온 원청 기능직 규모유지와 사내하청 순응화 전략이 고착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은 이미 1990년대 중반 신경영전략 이후 노조의 집단적인 대응력이 약화되면서 예견되었던 현상이다. 아마도 자본의 신경영전략이 가장 성공적인 업종이 바로 조선산업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조선산업 노사관계에서 회사의 주도권 점차 강화되었다. 대의원 뿐만 아니라 집행부도 사측으로 경도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원청의 직영 노동자들은 규모를 유지했으나 2000년대 한국 조선산업의 성장과정에서 사내하청 규모가 급격하게 팽창하게 되었다. 2002년 이후 9대 조선소의 기능직 직영보다 사내하청의 규모가 더 커졌다. 사내하청이 조선소 내 모든 공정에 있어서 광범위하게 활용되었다. 반면 직영 기능직은 1997-98년도 외환위기로 인한 사업부서에 대한 구조조정이 한차례 진행된 이후, 3만 5천~3만 7천여 명 수준에서 증감을 반복하면서 일정 규모 유지하고 있다. 조선사들은 고령 노동자들이 정년퇴임을 하면 그 빈자리만 사내하청에서 발탁채용하는 관행으로 인력 규모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간 발탁채용된 30대 직영 기능직 인력도 상당 비율 차지한다. 다수는 40대 중반~50대 초반이지만 1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평균연령은 여전히 40대 중반이다. 발탁채용의 관행으로 인해 젊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및 사내하청업체에 대해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고, 사내하청 노조 등에 대해서 거리감을 두게 된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30대 중반이 지나면 사실상 정규직화에 대한 기대는 포기한 채, 다른 업종으로 전직하는 경우와 계속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는 경우로 양분된다.

이렇게 한국 조선산업에서 노동시장의 분절화되고 분단노동시장의 형성이 가속화되면서 기업 내는 물론이고 기업 간 노동자 연대가 급격하게 약화되었다. 노동시장의 변화에 주목하면 한국 조선산업의 성장은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사내하청 중심으로 대규모 불안정 일자리만 창출하였다. 그리고 이제 작년부터 시작된 조선산업 위기국면에서 이들이 대거 희생양으로 씌일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4. 조선산업과 조선산업 노동운동의 미래는 모두 잿빛? - 한국 조선산업에 던져진 과제들

이처럼 한국 조선산업의 기능인력은 일본보다도 훨씬 불안정성이 높은 기형적인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고부가가치 선종으로의 전환을 위해 안정적인 숙련기술자들을 확보해야만 하는 조선산업의 특성상, 이런 기형적인 기능인력의 구조가 앞으로 조선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적 측면에서 고부가가치의 선박 생산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한국 조선산업에서 볼 때, 안정적인 고숙련 기능직 및 기술직 확보가 필요하다.

작업장 내에서 사내하청의 지나친 활용에 대한 규제의 흐름이 필요하고, 직접이든 간접이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핵심, 직접생산 공정에 대한 재직영화 추진을 통해 기술력 향상 요구하고, 부차적으로는 사업장별로 원청에서 사내하청 처우개선을 통해 하청노동자들이 옮겨다니기 보다는 붙박이로 한 사업장에서 장기간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 숙련공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3대 대형조선소 중심으로 조선산업이 재편되는 것은 한국 조선산업의 선종 다양화나 무분별한 사내하청 확대라는 고용의 관점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점에서 조선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 국가적 차원에서 중형 조선소들을 위해서 신규수주 및 물량지원, 선박금융 지원체계 구축, 선종다각화 및 연구개발 지원, 고용보호 및 고용안정화 방안 지원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통해서 조선산업 상생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에서는 조선산업의 발전전략을 제시하지만, 막연하게 해양플랜트 인력양성 및 설계인력 확보 등을 말할 뿐이다. 기존 상선건조를 사양산업으로 바라보고 해양플랜트 중심의 발전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전체 조선해양산업의 발전에 악영향이다. 상선은 20~30년 주기로 지속적으로 교체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인력운영 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파나마운하 확장개통으로 인한 신규 선박수요 창출과 같이 새로운 기회들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아울러 숙련된 노동자들을 바탕으로 우수한 선박을 건조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조선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이는 반드시 필수적이다. 조선산업의 숙련 노동자들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며, 노동자들이 조선사업장을 떠나지 않도록 양질 일자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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