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인터넷 신문 '강제폐간법', 헌법재판소 심판대로

언론개혁시민연대·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등, 28일 헌법소원 제출

5인 미만 인터넷 신문을 강제로 퇴출하는 내용을 담은 '신문법 시행령'이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게 됐다. 지난달 19일 시행에 들어간 개정 신문법 시행령은 정부가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기 위해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것으로, 이에 대한 헌법의 판단이 어떨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은 2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문법 시행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 내용은 '인터넷신문 등록요건 강화'로, 기존에는 취재 및 편집 인력 3인 이상을 상시 고용하고 그 명부만 제출하면 인터넷신문으로 등록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취재 및 편집 인력 5인 이상 상시 고용과 이를 증명하는 서류를 함께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부칙 조항을 통해 기존에 등록된 인터넷신문들도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개정된 인력 요건에 맞추도록 했으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5인 미만 언론 배제의 이유로 든 것은 이른바 '사이비' 언론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어뷰징(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같은 기사를 제목이나 내용만 조금 바꿔 반복으로 전송하는 행위)과 선정성 기사, 그리고 협박성 기사를 이용해 광고를 따내는 등 언론 환경 파괴 행위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 이런 행위는 5인 이상 언론에서 더 많이 하고 있어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때문에 이번 정부의 조치는 사실상 '등록요건 강화'를 무기로 대다수 인터넷신문을 강제 폐간 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영향을 받게 될 인터넷신문은 전체의 7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신문법 시행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김민하 미디어스 편집장은 "사이비 언론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무슨 사이비 행위를 했는지 얘기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라며 "우리가 기사로 돈을 뜯어내려는 협박을 했다고 말하는데, 기자가 네 명 밖에 없는 '미디어스 기자입니다'라고 말하면 협박이 되겠나? 오히려 그런 사이비 행위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같은 보수언론들이 더 많이 하는데 왜 우리 같이 힘없는 사람만 통제하려는지 모르겠다"라고 성토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인터넷 신문들은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들이 아니다. 우리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 메기들도 아니다. 오히려 생태계가 살아 있음을 알리는 피라미들"이라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이런 피라미들이 불편한 자는 과연 누구인가"라고 물으며 "기자의 윤리와 상식을 따라서 취재하고 풀뿌리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하는 이 피라미들이 떼거리로 몰려드니 그 꼴을 보기 싫어하는 자들이 아닌가"라고 보수언론의 독점적 행태를 강하게 규탄했다.

하금철 비마이너 편집장은 이번 신문법 시행령이 정치적 논리뿐만 아니라 경제적 논리에 따라 언론을 재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 편집장은 "5인 이상 상시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연평균 1억 원의 매출이 필요하다. 이것도 최저임금 정도를 준다고 했을 때의 이야기이며, 사실상 1억 원으로도 부족하다"라며 "이는 결국 가난한 언론은 문을 닫으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헌법소원을 맡은 이강혁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5인 미만 인터넷신문 퇴출의 논리가 헌법에 어떻게 위배되는지 조목조목 짚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해당 시행령은 헌법이 규정한 평등원칙, 과잉금지 원칙, 피해의 최소성 원칙 등에 위배된다. 즉, 4명까지는 안되고 5명부터는 된다는 기준의 근거가 매우 불분명하기에 평등원칙에 위배되며, 권리가 제한될 수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면 안 된다는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또한, 4명 이하 인터넷신문의 경우 다른 방식으로 활동할 수 있는 대안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상파, 케이블, 종편, 신문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언론장악계획은 꾸준히 이뤄져 왔고, 그 마침표를 찍기 위해 향하는 곳은 바로 인터넷”이라며 “감시의 대상이 감시자를 좌지우지하겠다는 발상, 언론을 국가의 산하기구쯤으로 여기는 독재적 세계관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해당 시행령의 부당성을 규탄했다.
덧붙이는 말

하금철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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