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해병이 지하철 추락 장애인을 구조해야 했나요?

스크린도어 없는 명덕역···사고 당시 공익요원, 역무원은 없었다

지난달 17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명덕역 선로에 추락한 시각장애인 A씨(50). 2월 들어 그를 구조한 최형수(25) 해병대 병장 소식이 언론에 쏟아졌습니다. LG그륩은 최 씨를 정식 채용하겠다고 밝혔고, 최 씨가 재학 중인 대구대학교는 졸업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씨에 대한 미담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명덕역에서 시각장애인 A씨(50)가 선로에 떨어졌습니다. 때는 지난달 17일 오후 11시 무렵. 대곡 방향 승강장에서 떨어진 A씨를 발견한 군인 최 씨(25)는 위험을 무릅쓰고 선로에 뛰어들어 A씨를 구조했습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A씨가 당시 술을 마신 상태였다고 파악하고 있는데요, 약간의 찰과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A씨는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사진=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CCTV 갈무리]

훈훈한 이야기도 좋지만, 몇가지 의문이 듭니다. 시각장애인 A씨는 왜 선로에 떨어져야 했을까요? 또, 당시 떨어진 A씨를 왜 최 씨가 구조해야 했을까요? 만약 최 씨가 승강장에 없었다면? 아무도 떨어진 A씨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승강장 안전 관리를 위해 공익요원을 배치합니다. 공익요원은 총 508명. 이들이 전 역사에서 오전 조·오후 조로 나뉘어 교대근무를 하면, 한 역사에 5~6명꼴로 근무합니다. 오전 조 근무시간은 6시 30분부터 오후 13시 30분까지. 오후 조 근무시간은 13시부터 22시 30분까지. 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이들이 근무를 마친 오후 11시입니다.

공익요원이 근무를 마친 이후에는 역무원이 승강장 등 역사를 순찰합니다. 승강장에 고정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아닙니다. 충분히 A씨 사례와 같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실제로 일어난 것이지요.

약 3달 전, 안전 관리 요원 부재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느낀 공사는 공익요원 근무시간을 30분 일찍 시작해 30분 늦게 마치도록 늘렸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운행종료 시각까지 약 한 시간가량 승강장에 안전요원이 배치되지는 않습니다. 또, 공익요원 입장에서는 근무시간이 늘어 불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공익요원들도 막차를 타고 집에 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근무시간을 늘린 것이 10시 30분까지입니다. 대신 그 이후에는 역무원들이 모니터링도 하고 순찰도 돕니다···당시 현장에 역무원은 없었고, 연락을 받아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니 이미 시각장애인(A씨)은 올려 놓인 상태였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명덕역의 경우 이용객이 4~5 명 정도로 드문 시간입니다”(안봉기 대구도시철도공사 안전관리실장)

이번과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안전요원 배치를 늘리는 게 왕도겠지요. 하지만 어렵다면 차선책도 있습니다. 바로 스크린도어(PSD, 승강안전문) 입니다.

대구에는 2월 현재 89개 역 중 40개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습니다. 3호선은 30개 역 전부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는데, 문제는 1·2호선입니다. 1호선은 단 3개 역(반월당, 중앙로, 동대구), 2호선은 6개 역(반월당, 다사, 대실, 정평, 임당, 영남대)에만 설치된 상황입니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이 1997년에 운행을 시작했는데, 2016년까지 단 3개뿐입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도 이 사정을 모르지 않습니다. 공사는 명덕역에는 올해 상반기까지, 나머지 1·2호선 전 역사에는 2017년 6월까지 스크린도어 설치를 마칠 계획입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홍보팀 관계자는 “설치가 안 된 역이 전국에서 제일 많다. 자체적 노력으로 일부 설치는 했지만, 그간 국비를 요청해도 예산이 마련되지 않아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스크린도어 공사 업체의 불법 하도급 정황이 드러나 대구시가 감사에 착수하기도 했는데요, 안전과 관련된 만큼 조속하고 투명하게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안전에 90점은 없습니다. 100점 아니면 0점이지요. 2주 뒤면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13주기입니다. 안전 관리에 빈틈이 없기를 바라는 것은 과도한 욕심일까요.

언론은 A씨 구한 최 씨 미담 사례 소개에 급급…지역 일간지도 마찬가지

지역 언론보도도 아쉬움을 남겼는데요, 여러 매체에도 회자된 보도를 보면 대부분 사고 발생 원인과 문제점, 재발 방지 대책보다는 A씨를 구한 해병의 사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사건을 보도한 지역 일간지인 <매일신문>, <영남일보>, <대구일보>의 보도입니다.

매일신문: 열차 진입 위험 무릅쓰고…”해병대라면 당연한 일” 영남일보: 추락 시각장애인 살리려 선로로 뛰어든 해병대원 대구일보: 선로에 떨어진 시각장애인 휴가나온 해병이 구해 눈길

모두 군인 최 씨의 미담사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안전사고가 발생한 이유, 안전 관리 요원의 실태, 사고 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사고가 보도된 다른 여러 매체에도 최 씨를 LG그룹이 채용키로 했다는 소식, 대구대학교가 최 씨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는 소식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물론 미담 사례를 보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가 될 수도 있었던 사태를 보도할 때는 사고 발생과 처리, 사고 방지대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