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에 멍든 강정, '국제평화영화제'로 다시 꽃 피운다

"해군기지 건설되지만...평화를 향한 우리의 저항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해군기지 건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평화의 싹을 다시 틔우기 위한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오는 4월에 열린다.

강정은 지난 2007년 해군기지 건설이 확정된 이후, 평화를 지향하는 이들의 오랜 투쟁터였다. 사람들은 생태학적으로, 지질학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적으로 단순한 ‘바위’ 이상의 가치를 갖는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럼비는 해군기지를 짓기 위한 화약에 무참히 파괴되었다.

하지만 구럼비가 폭파된 이후에도 평화를 향한 투쟁은 이어졌다. 사람들은 제주도 최남단 작은 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며 평화대행진을 하고, 길 위에서 미사를 드리고, 기도했다. 공권력은 폭력적이었으나 이에 대응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평화를 지키려 애썼다. 그러나 결국 2015년 1월,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위한 행정대집행이 이뤄졌다. 이제 해군기지는 이번 달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준비위원회가 영화제의 성공정 개최를 기원하며 한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이것을 ‘투쟁의 실패’라고 불러야 할까.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자칫 패배감에 물들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강정 투쟁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고, 새로운 싸움을 시작하는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강정국제평화영화제 준비위원회(아래 준비위원회)는 17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정국제평화영화제의 취지와 의미를 전했다.

영화제는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3박 4일 동안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열린다. 조직위원장은 홍성우 서귀포 시민연대 상임대표가, 집행위원장은 양윤모 영화평론가가 맡았다.

영화제 기획이 구상된 것은 2015년 10월 개최된 ‘서귀포의 꿈, 혁신비전포럼’에서였다. 포럼에서 가장 중요한 아젠다로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개최’가 선정되었다. 영화제는 지자체나 국가로부터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시민의 힘으로만 꾸려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홍성우 조직위원장은 “시민들이 단순히 후원만 하는 영화제가 아니라, 시민이 주최측이자, 기획위원이며 홍보위원이 되는 영화제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하며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홍 조직위원장은 “우리가 열심히 투쟁해왔지만, 해군기지는 결국 건설되었다”면서 “하지만 평화를 위한 우리의 몸짓은 손쉽게 성공과 실패를 결론지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4.3 사태를 겪어낸 제주민들의 평화에 대한 염원은 강정을 단순한 해군기지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여 평화를 이룩할 씨앗이 싹트는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이제 강정은 평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상상적 고향’이 되었다”며 강정의 의미를 짚었다.

준비위원회는 “현재 강정 문제는 한국에서 한풀 꺾인 감이 없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관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강정을 주제로 만든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평화에 관한 국내외 작품을 소개하고, 평화 지지자들의 축제를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강정의 평화운동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강정뿐 아니라 제주도, 나아가 한반도와 전 지구적 세계 평화의 실천을 위해 영화 등을 통한 예술 문화적으로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모다들엉, 평화(모다들엉: 제주말로 ‘모두 모여’라는 뜻)”를 슬로건으로 열리는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평화 관련 영화 상영 외에도, 각종 전시회, 평화 연구포럼 등의 행사도 함께 개최된다. 영화는 모두 무료 상영될 예정이다. 자세한 문의는 이메일 (ipffig@gmail.com)로 할 수 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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