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혐오의 뿌리, 보수 기독교-정치권의 ‘더러운 커넥션’

인권활동가·성소수자 연구자 모임 '트랜스-크라이스트' 인터뷰
소수자를 ‘자격 없는 시민’으로 내모는 혐오, 새로운 프레임으로 맞서야

최근 소수자 혐오 논리로 무장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2월 29일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주최한 국회 기도회에서 전광훈 목사는 “두 당(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대표님이 오셔서 항복 선언을 한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거대 양당의 대표급 정치인이 이날 기도회에 참여해 보수 기독교 단체의 뜻대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비대위원은 이 법을 ‘동성애법’, ‘이슬람법’, ‘인권 관련 법’이라 표현하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보수 기독교계가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활동을 벌이며 정치권을 압박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나, 최근 들어 그 양상이 더욱 과열되고 있다. 이에 인권활동가와 성소수자들의 연구모임인 ‘트랜스-크라이스트’는 지난해 1월부터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역사와 그들이 유포하는 혐오 담론의 의미, 정치권과 보수 기독교 단체의 연결고리를 분석해 혐오에 맞선 운동의 방향을 탐색해 왔다.

이에 비마이너는 ‘트랜스-크라이스트’의 두 연구자를 만나 한국사회 성소수자 혐오 움직임의 뿌리가 어디에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확산되어 나갔는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를 통해 혐오에 맞선 인권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눴다.

  혐오 담론을 유포하는 보수 기독교계를 분석해온 연구모임 '트랜스-크라이스트'에서 활동하는 김현철 연구자(왼쪽), 나영 활동가(가운데)

인터뷰 참가자 : 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섹슈얼리티 공작소’ 활동가, 트랜스-크라이스트 연구자), 김현철(트랜스-크라이스트 연구자), 박정수, 갈홍식(비마이너 기자)

혐오 담론을 유포하는 보수 기독교계를 분석해온 연구모임 '트랜스-크라이스트'에서 활동하는 김현철 연구자(왼쪽), 나영 활동가(가운데)

보수 기독교는 어떻게 정치에 나섰나

갈홍식 : 트랜스-크라이스트가 반(反)성소수자 운동을 하는 보수 기독교 단체들에 대한 추적조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어떻게 사회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나.

나영 : 해방 이후 많은 교회들이 정부로부터 일제가 남긴 땅을 불하받기도 하고, 박정희 정부 때는 새마을 운동에 일조하는 등 보수 기독교와 정치의 관계는 꾸준히 있어 왔다. 그러나 뉴라이트 단체를 만드는 등 본격적으로 결집하게 된 계기는 2004년이었다. 그전까진 주로 목사 개인이 활동에 참여하거나, 진보 개신교 단체가 활동하는 정도였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위기를 느낀 조갑제 씨 등 보수 우파가 목사들에게 보수를 지탱할 기독교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러다 2004년 4대 개혁 입법(사립학교법, 국가보안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이 추진되면서 우파와 보수 기독교의 이해관계가 맞물리게 되었다.

목사들이 특히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정안(이사와 감사 일부를 개방적인 방식으로 선임하는 등 사립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내용이 포함된 법안-편집자 주)에 반대해 광장에 나와 대규모 집회를 했다. 국가보안법의 경우 해방 후 보수 기독교가 친미 반공, 반북을 기치로 내세워 왔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고, 사립학교법은 기독교가 운영하는 학교를 건드리는 직접적인 사안이었다.

그해 말부터 뉴라이트전국연합, 기독교사회책임이라는 기독교 우파 기반 단체들이 생겨났다. 지금 선민네트워크 등 비영리민간단체를 기반으로 반동성애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벌이는 김규호 목사의 경우 기독교사회책임 때부터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수 기독교 활동을 만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보수 기독교 측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대놓고 선거운동을 했다. 그 이후 2008년 총선과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대선에는 기독교유권자연맹,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를 만들어 기독교의 요구안을 내걸고 활동했다.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원회에도 많은 보수 기독교계 인물이 들어갔다. 교육부 장관이었던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도 이들 단체에서 동성애 문제와 역사교과서 개정 요구를 내세웠던 사람이다. 최이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도 그런 활동을 같이 했던 사람이다. 이들이 현 정권 내에서 자신들이 주장해온 정책을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던 우파에게 기독교는 언제든 동원 가능한 지지 세력이 됐다. 기독교 입장에서는 당시 목사들의 비리, 성추행 논란 속에서 안티기독교 운동이 활발해지던 때였다.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립학교법을 건드리니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라며 보수 우파와 결합한 것이다. 2007년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이 또 기독교를 위협한다며 보수 기독교계의 행동이 나오게 된다.

보수 기독교의 위기, 소수자 혐오를 불러내다

갈홍식 : 보수 기독교계가 정치화된 것이 반기독교 의식에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라면, 그들의 정치적 메시지인 소수자 혐오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는 담론이 된 것인가.

나영 : (작은 조직과 대형 교회로) 맥락을 분리해 볼 필요가 있다. 행동그룹으로 등장하는 기반 없는 작은 조직 또는 극단적으로 영성을 추구하는 조직을 보면 노인, 가난한 분들, 삶이 힘든 분들이 간다. 그 분들은 사회에서 삶의 문제를 해결할 관계망도 없다. 그래서 교회에 절대적으로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교회들은 윤리적인 측면, 특히 성적 단속을 강조한다. 그럴수록 교인들이 “우리 목사님은 영적인 분이고 성서에 충실하고 그리스도인다운 분”이라며 절대적 신뢰를 하게 된다.

반면 대형 교회는 정치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다. 거기 가야 내 사업도 도움이 되고 필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사실 이런 교회들은 혐오 행동에 나서는 것이 과연 현재 교회의 위기 돌파에 도움이 될지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명분이 확실하고 정치적 영향력도 있었던 사립학교법이나 국가보안법 반대와는 달리, ‘항문섹스’를 입에 담으며 피켓을 들고 행동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2011년 이후 작은 조직들이 본격적으로 행동하고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이들 교계와 교인 사이에서 혼탁한 시기에 동성애를 반대해야만 확실히 목회자로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경쟁 의식에 놓인 것이 아닌가 싶다.

2014년부터 2015년 퀴어문화축제 사이의 시기에는 이런 분위기가 정점에 이르렀다. 2014년 퀴어문화축제부터 적극적으로 행동하던 조직들이 행사를 막아서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그때 이후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여론전을 펼쳤다. “동성결혼까지 인정하는 서구처럼 한국도 타락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게 타락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이미 타락했고, “이 혼탁한 시기에 한국 기독교가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라는 신념을 퍼뜨린다.

김현철 : 강남처럼 공동체가 말살되었다고 볼 수 있는 곳은 모든 정보 공유와 교류를 교회 중심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 속에서 혐오 가치도 공유되는 것이다. 내 아이를 교육시켜 성공시키고 싶다는 욕망과 교회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그 안에서 생각을 규범화하는 과정이 떨어져 있지 않다. 규범에 벗어나는 것들에 대한 혐오, 그리고 나는 여기 속해있다는 소속감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갈홍식 : 그렇다면 보수 기독교가 소수자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수자들이 기독교의 교리를 위협한다고 보기 때문인가?

나영 : 사실 동성애자들이 교리에 도전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과도한 위기의식이 더 큰 이유다. 예컨대 법이 통과될 경우 동성애가 죄라는 설교를 하면 벌금을 물린다거나, 미션스쿨에서 동성애 반대 내용을 가르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나이, 인종, 학력, 출생 지역, 종교,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한 부당한 차별을 금지한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이 내용이 동성애 관련 교리를 설파하거나 이슬람을 대상으로 한 선교 등 자신들의 종교적 행위를 방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 편집자 주)

차별금지법 반대를 위해 동성애 반대로 나서게 된 것인데, 마침 동성애자들이 우리를 문란하게 만들고, 이들 때문에 에이즈가 퍼지고, 항문섹스를 학교에서 가르치게 된다는 등의 논리로 위기감을 조성하는 데 좋은 대상이었던 셈이다.

박정수 : (차별금지법을 두고) 기독교계가 느끼는 위기는 사실 미국에서 먼저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됐을 때 설교와 같은 종교적인 것에도 개입하니 우려가 나온 것이다.

나영 : 이들은 미국 복음주의 우파 진영의 인식과 전략을 그대로 가져왔다. 70~90년대 복음주의 우파 진영은 단체 메일이나 미디어를 활용하면서, 선거 때 자기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내세웠다. 그리고 건강, 가족 가치를 정치적 이슈로 만드는 것이다. 특히 교육이나 청소년 문제를 이슈로 가져와 위기감을 주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자격 있는 시민’과 ‘자격 없는 시민’을 가르는 그들의 혐오

갈홍식 : 오히려 차별금지법 반대로부터 공격하기 쉬운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발생했다는 것이 특이하다. 그러나 혐오가 종교적 이해관계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도 현실에서는 파급력이 크다.

나영 : 그렇다. 동성애로부터 시작된 혐오를 다른 내용들과 의도적으로 연결시키고 확대해가고 있다. 실제로 2011년 서울학생인권조례 논란이 일었을 때, 이들은 동성애뿐 아니라 청소년 임신 출산을 조장한다며 반대 논리를 내세웠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폐지하며 든 성적 자기결정권을 두고도 동성애와 성매매도 인정하게 돼 가정과 사회가 무너진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의 ‘이주아동권리보장법’(2014년 발의)에 반대하는 광고를 보면 “가난한 제3세계 사람, 동남아 무슬림들이 몰려올 것이고, 그들이 13세 미만 딸 아이를 한국의 소아성애자들과 결혼시키려 할 것이며, 결국 세금을 낭비하고 사회를 타락하게 만들 것이다”는 논리로 이주민에 대한 혐오를 조장했다. 또 동성결혼에 대한 반대 토론회에서 이들은 “동성애 자녀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한부모 가족은 불행하지 않느냐.”라며 한부모 가족에 대한 편견을 연결시킨다.

미국 개신교 우파 쪽 글을 보면, 이들이 매우 잘하는 것이 소수자 집단 내부를 분리하는 것이다. 미혼모에게 복지를 주더라도 미혼모도 다 똑같은 미혼모가 아니라는 식이다. 어쩔 수 없이 미혼모가 된 사람과 소위 문란해서 애를 낳은 미혼모, 즉 자기가 문란한 주제에 복지 혜택을 받는 미혼모를 구분하는 논리를 만들었다. 제일 우려되는 것은 이들이 이런 식으로 복지 대상을 줄이고 국가로부터 복지를 받을 ‘자격 있는 시민’과 그렇지 않은 시민을 가르는 윤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윤리가 기독교를 넘어 대중적인 혐오로 먹혀드는 것이다.

박정수 : ‘일간베스트(일베)’를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의 새로운 극우 논리가 교회의 극우 논리와 만날 위험성은 없는가?

나영 : 일베 만의 문제는 아니겠으나, 더 이상은 사회시스템이 (나를) 책임져줄 수 없고 나 혼자 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그런 가운데 (극우 논리가) 사회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소수자라며 권리를 주장하는 이들에 대해 ‘안 그래도 힘든 사회에 혼란을 부추기고, 세금과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북한이나 무슬림에 대해서도 불안을 키운다는 생각을 강화하고 있는 것 같다.

혐오 논리를 공인하는 정치인과 보수 기독교의 연결고리

갈홍식 : 4월 13일 총선을 맞아 정치인들이 보수 기독교 단체와 함께 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데, 이는 보수 기독교계가 지닌 표 때문인가. 아니면 그것을 넘어서는 영향이 있는 것인가.

김현철 : 보수 기독교 세력과 우파의 네트워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신심이 있어서 그렇기보다는 정치세력화 문제로 봐야 할 것 같다. 어쩌면 한국 사회가 점점 공포사회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그러한 사회를 만드는 주체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

박정수 : 소수자를 공격하는 것은 사실 소수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만의 울타리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소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을 두고 “동성애법, 이슬람법, 인권관련법 다 반대한다”라고 말한) 박영선 의원도 자기 신념이 있겠지만, 말 그대로 항복한 것이다. 보수 기독교 세력의 말을 다시 하는 것이 안전하고, 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겠다는 심리가 작동했으리라 본다.

나영 : 가장 확실한 이유는 그럼에도 기독교가 표밭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보수 기독교가 만들어준 기반이 있다. 더민주는 믿을 구석이 없다. 진보라고 내세우는 시민들만 믿기엔 불안하고, 또 그렇다고 보수층을 믿기에는 자기 정체성이 불안하니 왔다갔다 행보를 보인다. 보수 기독교계가 더민주 의원들이나 박원순 서울시장을 주로 공격하는 주된 이유는 이들이 자기네 편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흔들기 좋은 대상이라 생각하는 것 아닌가. 더민주를 공격해 혐오 발언을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논리를 공인받는 것이다.

박정수 : 이건 마치 “김일성 개XX 해봐”와 똑같다.

나영 : 더민주에게는 주요 국면마다 자신들이 이데올로기 공격을 받아 실패해왔다는 트라우마가 있다. 과거에는 그게 종북이었다면 이젠 동성애다. 기반이 약한 사람들이 더 흔들린다는 점에서 최동익 의원도 상징적이다.

갈홍식 : 본인이 소수자이면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 것 말인가?

나영 : 그렇다. 이자스민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이 된 것이나, 최동익 의원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소수자로서 주류 사회에 기반을 만들고, 장애나 이주민처럼 자신이 속한 작은 영역이라도 지키려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자신을 사회적으로 공격대상이 되기 쉬운 대상과는 분리하려 한다. 문제는 그 공격이 동성애자만을 향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소수자인 그들도 혐오에 더 취약해지는 것이다.

최동익 의원은 장애인 정책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의원으로서, 여기서 자신이 동성애로 공격받아서 다음 선거나 자기가 구축한 고유한 영역을 놓칠 것을 우려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다른 종교적 신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지역 복지 꽉 쥔 보수 기독교, 국가 정책을 좌우하다

갈홍식 :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2014년 말 위기 성소수자 청소년 지원 사업에 배정된 주민참여예산을 “목사와 약속해서 예산 못 배정하겠다”라고 하지 않았나. 뒷 배경에 지역 복지 상당수를 담당하는 성북교구위원회의 압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보수 기독교의 기반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지역 정치를 좌우할 수 있는가.

나영 : 청소년 복지 관련 사업, 노인 사업할 때 지자체가 예산을 확보해 위탁하기 가장 좋은 곳이 교회다.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당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박원순 시장의 행보도 사랑의 연탄나누기 사업을 한국장로총연합회와 민관협력으로 진행했던 관계 등에 발목을 잡힌 이유가 크다. 성북구도 교회들이 지자체 사업을 많이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교회의 압력으로부터 지자체가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2013년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하며 4대 중독으로 도박, 술, 마약, 게임을 정했는데, 보수 교계가 여기에 성중독까지 넣자고 했다. 법안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으나, 당시 교계 신문을 보니 중독법 제정을 예상하고 교회가 중독 상담센터를 준비하고 있었다. 법이 만들어지면 관련 사업이 생기고, 복지나 교육사업을 교회가 맡는다.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 이주, 탈북 분야 사업은 교회가 손만 대면 할 수 있다.

박정수 : 사실 교회 자체의 인적자원, 네트워크는 복지 사업을 따내는데 최적화됐다. 중세 내내 쌓아온 교회의 돌봄과 통치의 노하우가 국가를 넘어선다. 국가는 이제서야 복지한다고 나서고 있는데 말이다.

나영 : 법제도와 사업, 인적기반이 다 교회와 정치의 연결고리다. 교회는 교육과 복지 사업을 통해 선교 비용 마련하고, 선교 사업을 통해 다시 교육, 복지 사업을 넓힌다. 그런데 선교를 하려면 이슬람 같은 것들을 반대해야 하니 혐오를 더 내세운다. 예전에는 교인들이 신앙심에서 복지사업에 나섰다면, 이제는 복지사업 자체가 이들의 사회적 기반을 확실하게 하는 셈이다.

2014년 11월 '서울시민인권헌장' 공청회에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난입해 행사 개최를 방해했다. 결국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발을 이기지 못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권헌장 제정을 포기했다.

보수 기독교 혐오 논리에 맞서는 새로운 프레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갈홍식 : 최근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4.13 총선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나영 : 성소수자 진영은 최근 레인보우 보트(Rainbow vote)를 통해 보수 기독교와 우파 정치인의 소위 ‘더러운 커넥션’을 밝히는 낙선운동을 벌이고 있다. 작년 말부터 총선 때 성소수자뿐 아니라 보수 기독교계가 비정상, 비시민의 영역으로 만들려는 사람들과 지속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당’(장애인들이 20대 총선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등 차별을 야기하는 사회 제도를 바꾸고자 만든 대시민 캠페인 모임으로, 정식 정당은 아니다. - 편집자 주)과 연대하고 있다.

성윤리 단속의 목적은 끊임없이 ‘건강한’, ‘정상적인’ 인간을 재생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각자의 성 역할에 충실한 이성애 가족을 유지하고, 그 중에서도 비장애 이성애자들이 결혼해 장애 없는 아이를 낳자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적절한 노동력으로 키워 생산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 논리에 대항하고자 앞으로도 꾸준히 장애인과 성소수자 운동이 만나야 한다.

박정수 : 올해 총선에서 차별금지법 이슈를 제기하는 것은 어떤가. 보수 기독교가 차별금지법에 대해 반대를 각 당에 물었으니 이쪽도 똑같이 물어야 하지 않나. 소수자들이 20대 국회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움직임은 없나.

나영 : 김한길 국민의당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구 더민주)에 있을 때 2013년 재발의했다가 포기하는 바람에, 실제 법을 제정할 영향력이 있는 정당에서는 그것을 내세우기 어려워졌다. 심지어 발의에 함께했던 박영선 의원은 대놓고 “차별금지법과 동성애법, 이슬람, 인권법 다 반대한다. 이런 걸 누가 찬성하겠냐”고까지 발언하지 않았나. 예전에 야당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차별금지법 언급 자체를 꺼려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갈홍식 : 지난 3월 초 진행됐던 LGBT 포럼에서는 혐오에 대항하는 논리로 소수자들이 비정상성의 가치를 드러내야 함을 밝혔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나?

나영 : 정상적이라 생각했던 것은 익숙하고 효율적이고, 가장 좋은 방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것이 결국 이 사회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청각장애인이 말을 못 하기 때문에 수화를 한다기보다, 수화가 다른 체계를 갖는 언어로 비장애인의 소통체계와는 다른 농문화를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성소수자도 아이를 낳아 규범대로 살아야 하는 이성애 관계와 다른 방식의 사랑을 발견하고, ‘사랑’이라는 범주만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다양한 방식의 관계를 맺을 수 있게도 한다. 이러한 관계가 이성애 가족과 똑같아질 필요는 없다.

갈홍식 : 미국은 기독교 세력이 크지만 오바마 정부가 지난해 동성결혼 합법화를 이끌어내는 등 변화가 있었다. 주류 정치인을 변화시킨 미국 성소수자 운동에서 무엇을 참고할 수 있나.

나영 : 우리도 프레임을 잘 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을 그리 좋아하는 건 아니나,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 연설을 볼 때 놀라웠던 것은 그동안 보수적 성 윤리를 통해 애국과 가족의 가치를 강조했던 보수의 프레임을 역전시켰던 것이다. 오히려 흑인이 대통령이 되는 것, 성소수자도 존중되는 것이 세계적 국가로서 미국이 가져야 할 가치라고 연설하며 보수의 프레임을 역이용했다.

미국 하와이에서 활동하는 활동가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그들은 보수 개신교가 “동성애가 청소년에게 위험하다” 주장할 때 “보수 개신교의 동성애 혐오선동이야말로 청소년에게 위험하다. 아동학대다.” 이렇게 이야기한다는 거다. 그들이 청소년들을 집밖으로 내몰고, 억지로 전환치료 시도하는 것이 아동학대와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런 것들이 필요한 것 같다. 그들의 프레임에 말리지 않고, 혐오 반대를 넘어 우리의 가치를 담은 프레임을 만드는 것을 고민할 때다.

김현철 : 신도시 구축 과정을 보면 아파트가 올라가고 교회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는 방식이 강남 모델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보수적인 가치가 지켜지는 공간 형성 방식이 무섭게 느껴진다. 도시 공간에서 소위 비정상인이 드러나지 않는 게 단지 은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요즘 많이 확산되고 잇는 마을공동체 사업이 그런 보수적인 도시 공간을 해체하고 '비정상'으로 여겨졌던 사람들이 주체로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방식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말

갈홍식 기자는 비마이너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비마이너에도 게재됩니다. 참세상은 필자가 직접 쓴 글에 한해 동시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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